쥐어짠 '영끌 대책'?..알맹이 빠진 '3無 전세 대책' [뉴스분석]
나기천 2020. 11. 19. 18:31
정부, 주거안정 방안 실효성 의문
호텔 등 개조.. 서울시 3만5000가구
전국 11만4000가구 임대주택 공급
"전세대란 새임대차법 후폭풍" 지적
정부는 "저금리·1인가구 분화 원인"
전문가 "국민 짜증.. 규제 완화 필요"
호텔 등 개조.. 서울시 3만5000가구
전국 11만4000가구 임대주택 공급
"전세대란 새임대차법 후폭풍" 지적
정부는 "저금리·1인가구 분화 원인"
전문가 "국민 짜증.. 규제 완화 필요"
정부가 19일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뾰족한 단기 전세대책이 별로 없다”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고민을 그대로 보여준다. 장고 끝에 내놓은 방안이지만 최악의 전·월세 대란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취사조차 어려워 주택으로 보기 어려운 호텔을 개조하기로 하는 등 아이디어를 쥐어짠 ‘영끌 대책’처럼 보이지만 전세대란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 내놓은 정책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는 앞으로 2년간 서울 3만5000가구 등 전국에 임대주택 11만4000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이번 대책의 배경이 된 최근 전세가격 상승의 원인을 ‘복합적’이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시장과 국민은 유예기간도 없이 전격 시행된 새 임대차보호법이 불러온 대참사로 보는데도, 정부는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와 1인가구 분화 속도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진단이 정확하지 않으니 처방이 제대로 될 리 없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새 임대차보호법에 대해 “시행 전에 57.2%였던 전·월세 계약 갱신율이 지난달 66.2%까지 높아지는 등 성과가 있다”고 자평했다. 지난 7월 말 여당이 단독처리한 새 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 주거권 강화와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질서 형성에 도움이 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9%포인트의 계약갱신율이 높아진 효과를 제외하고 뛰는 전셋값에 전세난민으로 전락한 다수 서민의 고통은 너무 크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김 장관의) 이런 말에 국민은 짜증이 난다”며 “현재의 전세대란은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3개월 사이에 폭발한 것이다. 전 정권 탓만 하고, 한두 해 문제가 아닌 유동성을 거론하는 게 국민이 정부 정책을 더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정부 대책에서 주거 핵심인 아파트 공급방안은 빠졌다. 현재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상승하는데 정부는 수요를 장담할 수 없는 빈집 매입임대나 빌라 등을 활용한 공공임대, 호텔 전용 주택 등으로 물량을 공급하겠다고 나섰다. 서민들이 선호하고 기대하는 내집과는 거리가 멀다.
양지영RC연구소장은 “LH 보유 빈집에는 기반시설이 부족하다거나 임대료가 시세보다 높은 등의 문제가 있다”며 “가장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 임대주택 공급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는 점, 전세난 주범이 1~2인가구가 아닌데 호텔·상가 등 1~2인가구에 집중된 점이 대책의 한계”라고 꼬집었다.
국토부는 “2년반에서 3년이 걸리는 공사기간 등을 고려할 때 아파트 준공물량을 단기에 확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호텔 전용 주택 수요 등에 대해선 “최근 가구 수가 1, 2인가구를 중심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도심 우수 입지에 이들을 위한 공급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부동산시장은 전세난이 매매수요로 바뀌면서 매매시장이 다시 불안해지는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전세와 매매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서로 가격을 밀어올리고 끌어당긴다.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단지 주택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과열 우려가 있으면 즉각 대응할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전세대란의 근본 원인에 대한 반성이나 성찰이 없고, 아파트 추가 공급 없이 ‘땜방’ 대책으로 일관했고, 매매 안정화 방안도 없는 ‘3무(無) 대책’이라고 혹평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는 “11·19대책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 교수는 그러면서 “매매시장이 정상화되면 전세시장도 안정되기 마련”이라며 “정부가 보유세 인하와 양도세 감면 등으로 거래 활성화 환경을 조성하고, 160만가구 이상인 민간임대주택의 거래가 가능하도록 규제 완화에 나서는 등 ‘주맥경화’를 푸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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