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달수 "인터뷰 나오기 쉽지 않았다"..2년만에 털어놓은 속내(종합)[인터뷰]

김보라 2020. 11. 1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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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OSEN=김보라 기자] “드디어 ‘천만 요정’이라는 수식어에서 벗어났다.(웃음) 이젠 ‘사람’ 대접을 받으며 살고 싶다.(웃음)” 배우 오달수(53)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어색한 공기가 흐르는 인터뷰 장내의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담담하게 말하는 모습에서 여유로운 마음이 느껴지기도 했다. 

오달수가 지난 2018년 개봉했던 영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감독 김석윤) 이후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2018년 오달수는 약 15년 전 벌어졌던 성추행 폭로의 미투 가해자로 지목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오달수가 출연해 성공한 영화가 많았기에, 이른바 ‘천만 요정’으로 불렸던 배우의 과거라고는 믿기 어려웠다. 보도자료를 통해 당시 입장을 밝혔던 오달수는 연기 활동을 접고 친형 내외가 사는 거제도로 내려가 칩거해왔다.

그러다 2019년 8월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측은 오달수에 대해 “경찰청으로부터 내사 종결을 확인했고 ‘혐의 없음’에 대한 판단을 받았다”고 알렸다. 같은 달 오달수는 독립영화 ‘요시찰’(감독 김성한)의 촬영에 들어갔다.

이로부터 1년 3개월 가량이 지난 오늘(11월 19일) 오달수는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웃사촌’(감독 이환경, 제작 시네마허브 환타지엔터테인먼트, 배급 리틀빅픽처스 트리니티픽쳐스)을 홍보하는 라운드 인터뷰에 참석했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오달수 주연의 새 영화 ‘이웃사촌’은 좌천 위기의 도청팀이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의 옆집으로 위장 이사를 오게 돼 낮이고 밤이고 감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영화에서 오달수는 자택 감금된 정치인 의식 역을 맡았다. 

이날 오달수는 “사실 인터뷰 자리에 나오기 쉽지 않았다”며 “송구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고생해서 찍은 영화가 드디어 개봉 날짜가 정해져 너무나 감사하다. 개봉을 하게 돼 마음이 좋다가도 무거운 마음도 든다. 저로 인해 손실이 너무 커서 송구스러울 따름이다. 관객분들이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웃사촌’은 이달 2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여성들에겐 복귀 소식이 반갑지 않다는 말에 “저를 안 좋게 봐주시는 분들에겐 제가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면서 “단지 영화는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 영화 ‘요시찰’이 제 복귀작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대답했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인터뷰에 선뜻 나오기 쉽지 않았다는 오달수는 “떨린다는 말은 제게 사치고 두려웠다”며 “근데 두렵다고 피하기만 할 순 없었다. 언젠간 기자님들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무섭다고 계속 도망가면 그 두려움이 커질 거 같았다.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한번쯤 만나서 얼굴 보고 얘기할 시간이 필요했던 거 같다.” 

오달수는 지난 2년 동안 거제도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고 한다. “아침에 텃밭에 물을 주고 나서 노동주(酒)를 한 잔씩 하고 낮이 되면 잡초를 뽑으러 나갔다. 그러다 하루 해가 저물면 하루를 마친 기념으로 막걸리를 한 잔 또 마셨다.(웃음) 단순한 생활의 반복이었다”고 그간의 일상을 되짚었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러면서도 오달수는 영화 현장, 연기에 대한 마음은 간절했다고 했다. “잠깐 활동이 중단됐던 기간이 불행했다는 말은 아니다. 근데 막상 농사를 지어도 마음에 ‘내가 있을 자리가 어딘가?’ ‘나는 나를 잘 아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이 뻥 뚫린 마음이 들었다”며 “한편으로는 ‘내가 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으며 행복했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인정해 주시겠지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다만 오달수는 “슬기롭게 귀향 생활을 하자는 마음이 들었다”며 “(미투 운동을 겪으니) 사실 굉장히 무서웠다. 굉장히 무섭더라. 떨린다는 말은 사치스럽다. 덤프트럭에 부딪친 심경이랄까. 거제도에서는 형님과 형수님과 같이 지냈다. 이 자리를 빌려 두 분에게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미투 의혹을 받았을 때 ‘이웃 사촌’을 촬영 중이었다는 그는 “(미투) 기사가 나는 동안 저는 충청도에서 영화를 촬영하고 있었다. 누나에게 어떻게 된 거냐고 전화가 왔는데 전 ‘영화 촬영해야 한다’고 답한 뒤 바로 끊었다. 촬영 후 집으로 돌아왔는데 곡해돼 있더라. 지금 말해서 무엇할까 싶은 생각이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부와 명예는 한순간에 왔다가 사라지는 거다. 그 사건 전후로 그 분과 통화를 한다거나 만나서 얘기를 해본 적이 없다. 저는 그 이후 술병으로 병원에 두 번 입원했다. 치료를 받으면서 조용하게 살았다. 그 분도 그 분의 일상을 잘 사셨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병원에 입원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느냐’는 물음에는 “두어 달 정신을 못 차렸다. 병원에 있을 시기는 부지불식간에 시간이 지나갔다. 그 이후 다시 거제도로 내려가서 지냈다”고 차분한 어투로 대답했다.

오달수는 “감독님에게 본의 아니게 영화를 다듬을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저는 되게 감동적으로 잘 봤다”라며 “편집 같은 후반 작업이 꼼꼼하게 잘돼서, 제가 일부러 시간을 벌어 드린 것은 아니지만, 되게 좋았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아직은 계획이 없지만 다시 연기를 할 수 있을 거 같은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늘 연기는 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다. 연기는 너무 하고 싶었다. 제가 찬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시겠지만 그렇진 않고 좋은 시나리오가 들어오면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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