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여성작가들 전미도서상 시·번역 수상

서정원 2020. 11. 1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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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작가들이 미국 문학계를 호령했다.

전미도서재단은 제71회 전미도서상 수상작으로 재미동포 최돈미 영문시집 'DMZ 콜로니'(시 부문)와, 모건 가일스가 영역한 재일동포 유미리의 소설 '도쿄 우에노 역'(번역문학 부문)을 선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시상식은 코로나19 탓에 온라인으로 열렸다.

각 부문에서 한국계 최초 수상이고, 2개 이상 부문에서 동시에 한국계 수상자가 나온 것도 처음이다. 전미도서상은 미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픽션, 논픽션, 시, 번역문학, 아동문학 등 5개 부문에 시상한다. 지난해 한국계 미국인 작가 수전 최의 '트러스트 엑서사이즈'가 소설 부문에서 수상했다.

최돈미 시인의 'DMZ 콜로니'는 한국전쟁과 분단이 인간에게 남긴 상흔을 다채롭게 다룬 작품으로 지난 4월 미국에서 출간됐다. 비전향 장기수 안학섭 씨와의 인터뷰 내용, 1951년 산청·함양 양민 학살 사건 당시 살아남은 아이들 얘기 등을 시적으로 승화시켰다.

전미도서재단은 "사진, 손글씨, 그림 등의 브리콜라주(손에 닿는 대로 아무것이나 이용하는 예술 기법)가 사실과 비판적 상상 사이에 있는 진실을 발굴한다"며 "최돈미는 역사의 희생자인 우리 모두를 증언하고, 저항하게 한다"고 평했다. 번역자이기도 한 최 시인은 "시와 번역은 내 인생을 바꿨다"며 "그 둘은 내게 불가분한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 책은 최 시인의 '신식민지(neocolony)'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다. 2016년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을 다룬 시리즈 첫 시집 'Hardly War(전쟁이 일어나자마자)'를 썼다. 마지막 작품은 1980년 광주 시민의 입장에서 군사독재를 바라보는 내용으로, 향후 출간 예정이다. 최돈미 시인은 시집 'The Morning News is Exciting(아침의 소식은 흥미롭다)'에서 미군 주둔을 비판하는 등 여러 작품을 통해 한국 분단의 아픔을 부각해왔다. 그는 미군 기지가 여성인권 침해, 환경 오염 등을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세계여성평화네트워크에서 봉사활동을 한 적도 있다.

최 시인은 수상 이전엔 번역가로 더 유명했다. 특히 지난해 '죽음의 자서전'으로 캐나다 그리핀 시 문학상을 수상한 김혜순 시인의 전담 번역가다. 김 시인 시집 '전 세계의 쓰레기여, 단결하라!'와 '죽음의 자서전' 영역본으로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진기록도 갖고 있다. 김 시인은 그리핀 시 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최돈미를 "최고의 번역가"라며 상찬했다.

이 밖에 김이듬·김행숙·김민정 등 한국 현대 시인들의 시집 번역에도 앞장섰다. 한국문학 전문 번역가 제이크 레빈은 "최돈미의 현대적이고 예술적인 번역 스타일 덕분에 많은 영어권 독자들이 한국 시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나도 그들 중 하나"라고 했다.

유미리 소설 '도쿄 우에노 역'은 노숙자로 살다 죽은 뒤 우에노 역 공원에서 영혼으로 떠도는 사내의 얘기를 그린 작품으로 지난 6월 영역본이 나왔다. 일본 현대사 속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노숙자의 인생, 사람들이 먹다버린 음료수 캔과 음식물 쓰레기로 연명하는 노숙자들의 삶 등을 상세하게 묘사했다. 2006년 겨울 정부에 의해 쫓겨나는 우에노공원 노숙자들을 밀착 취재하며 썼다.

전미도서재단은 "주요한 일본 작품들 목록에 한 층을 더 쌓는 반갑고 꼭 필요한 소설"이라고 평했다.

유미리는 "표준 일본어가 아니라 번역하기 더 어려웠겠다"며 번역자 모건 가일스에게 감사를 표했다. 모건 가일스도 "3년 전 번역할 때만 해도 수상을 상상하지 못했다"며 "아름다운 소설의 번역자로 선택해줘 감사한다"고 화답했다. 이 책은 한국에도 '우에노역 공원 출구'라는 제목으로 2015년 출간됐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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