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서비스·공동구매..미술 향유 다양해진다

전지현 2020. 11. 1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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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3만여원에 그림 빌려
'집콕'시간 늘어 회원 2배 성장
"그림 소유해야 한다" 편견 깨
작품 분할소유후 되팔아 수익
공동구매 플랫폼도 크게 늘어
월 3만9000원에 그림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대여 기업 `오픈갤러리`가 보유한 작가 고재군·전영진 작품으로 꾸민 거실. [사진 제공 = 오픈갤러리]
'이번에는 초현실주의 그림으로, 다음엔 따뜻한 풍경화를 거실에 걸어볼까.'

직장인 A씨는 그림을 사지 않고 빌린다. 월 3만9000원에 온라인 미술품 대여 기업 오픈갤러리의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잭슨심, 최승윤, 이현열, 류지선, 전미선, 이용석 등 전업 작가 1200명의 작품 3만4000점 중에서 골라 3개월마다 교체할 수 있다. 아주 마음에 들면 장기 대여와 구입도 가능하다. 코로나19로 '집콕' 시간이 늘고 인테리어에 관심이 늘어나면서 이 회사의 고객수가 2배 증가했다고 한다.

2013년 사업을 시작한 박의규 오픈갤러리 대표는 "코로나19로 막힌 해외 여행비가 그림 대여로 대체된 것 같다"며 "억대 미술품을 구입할 여력은 없어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실제로 아트페어와 미술관 관람객이 매년 20% 늘고 있다"고 말했다.

미술품을 향유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구독 서비스에 공동구매와 분할소유 등 다양한 소비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주로 20~50대 직장인들이 수억원대 작품을 공동구매해 블록체인으로 소유권을 갖거나, 최소 1000원으로 판화와 아트 토이 등에 소액 투자하는 방식이다. 최근 2년 사이 열매컴퍼니, 프로라타아트, 테사, 아트투게더, 아트피스, 피카프로젝트 등 미술품 공동구매 회사가 등장해 그림 소유 방식을 바꿔놓고 있다.

열매컴퍼니가 공동구매한 박수근 노상 [사진 제공 = 열매컴퍼니]
2018년 설립된 열매컴퍼니는 지난 2년간 자사 온라인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아트앤가이드'를 통해 김환기, 이우환, 박서보, 윤형근, 제프 쿤스 등 유명 작가들 작품 45점(50여억원)을 공동구매하고 16점을 재매각해 평균 수익률 19.2%를 올렸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단 하루만에 국민화가 박수근 회화 '노상'(7억7000만원) 공동구매를 완료했다고 한다. 1인당 구매 금액은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2000만원으로 20대부터 60대까지 총 110명이 참여했다. 공동소유자 정보는 블록체인에 기록돼 관리되고 있다.

열매컴퍼니 관계자는 "550만원에 구입한 천경자 그림 '금붕어'는 최소 10만원에 최대 50만원으로 17명이 공동 구매해 820만원에 팔았다. 그림마다 투자 가격 한도와 인원이 달라진다. 1~2년 안에 되팔아 수익을 남기려고 가격 상승 여지가 높은 블루칩 작가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술품 공동구매 회사들의 단기 이익 실현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아무리 블루칩 작가라도 1~2년 안에 가격 상승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픈갤러리가 대여하는 권신홍 작품으로 꾸민 거실. [사진 제공 = 오픈갤러리]
김영석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장은 "통계적으로 적어도 3년 이상 미술품을 보유해야 가격이 안정적으로 오른다. 미술품 경매사 거래 수수료 20%를 빼면 50% 이상 수익이 나야 하는데 1~2년 안에 가능한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조지 콘도, 뱅크시, 트레이시 에민 등 유명 작가의 미술품 투자에 집중하던 프로라타아트는 최근 적은 돈으로도 빠르게 수익을 낼 수 있는 아트 토이와 스니커즈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로 했다.

프로라타아트 관계자는 "고가 미술품을 장기적으로 분할 소유할 고객들을 확보하는게 한계가 있어 사업 방향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미술품 경매사 서울옥션블루도 단돈 1000원으로 미술품과 아트 토이, 스니커스 등을 공동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 'SOTWO(소투)'를 다음달 신한은행 앱 '쏠(SOL)'에 탑재할 예정이다. 소유권을 쪼개서 가진 후 재판매 수익을 나누는 소액 투자 서비스로 현재 자사의 재판매 사이트 'XXBLUE(엑스엑스블루)'에서 진행하고 있다.

서울옥션블루 관계자는 "소액 투자에 적극적인 10~30대 MZ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겨냥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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