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만이 답? 홍콩인들 영국 런던 주택구매에 4500억 썼다

임규민 기자 2020. 11. 1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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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 1000여명이 작년 8월 홍콩 국제공항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 시위 참가자가 중국을 거부한다는 의미로 영국 국기를 흔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올해 홍콩인들이 영국 런던에서 4500억원대 규모로 주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은 내년 1월 말부터 홍콩인의 이민 신청을 받기로 했다. 홍콩인들의 대규모 주택 매입으로 ‘홍콩 엑소더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8일 영국 투자 이민 회사 애스턴사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1~9월 런던 주택 거래 현황을 분석했다. 이 기간 런던에선 12조원 규모의 6438채의 주택이 거래됐다. 이중 홍콩인의 매입이 9.2%를 차지해 총 4507억원어치의 주택을 사들였다.

국적별로 프랑스인이 가장 많은 총 5388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전체 외국인 구매의 11%를 차지했고, 미국인·홍콩인이 같은 규모의 주택을 매입해 그 다음이었다. 중국인은 4065억 3000만원어치(8.3%)를 사들여 그 뒤를 이었다.

영국 정부는 내년 1월 31일부터 영국해외시민(British National Overseas·BNO) 여권을 가진 홍콩인의 이민 신청을 받기로 했다. BNO 여권은 1997년 7월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하기 전에 홍콩인에게 발급된 여권으로 소지자는 6개월간 영국에 체류할 수 있다. 홍콩 시민(750만명) 중 290만명이 대상이며, 현재 35만명이 유효한 BNO 여권을 보유 중이다. 현재 보유하지 않은 사람도 대상자의 경우 발급·갱신 절차를 통해 BNO 여권을 받을 수 있다.

영국 정부는 일단 BNO 여권 소지자가 비자를 신청하면 5년간 거주·노동이 가능하도록 하게 할 방침이다. 5년 후엔 정착 지위(settled status)를 부여하고 다시 12개월 후에 시민권 신청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홍콩 엑소더스’의 원인으론 지난 7월 시행된 홍콩보안법이 1순위로 꼽히고 있다. 중국은 이 법을 통해 홍콩 내 반(反)중국 행위를 처벌하고 홍콩 자치(自治)를 약화시켰다는 지적을 받는다. 같은 달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홍콩보안법 제정을 계기로 미국이 중국 본토와 다르게 홍콩에 제공했던 관세·투자·무역·비자 발급 등에서의 특별 지위를 박탈했다. 홍콩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세계 금융 중심지인 홍콩에서 자본과 인력이 이탈하는 ‘헥시트(Hexit·해외 투자 자금의 홍콩 대이탈)’ 현상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런던 집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이와 맞물렸다. 파운드화 약세로 런던 주택가가 2014년까지 고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점이 홍콩인들의 구매 수요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향후 5년간 홍콩인 100만명이 영국으로 이주할 것이고, 절반은 이민 신청이 가능한 첫해인 내년에 이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CMP는 “BNO 여권 소지자들이 내년 엑소더스를 앞에 두고 영국 주택을 덥석 낚아챘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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