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윤종 "에르나니,인간 삶의 양면성 꿰뚫는 작품"
국윤종은 "코로나가 확산되기 전이었던 연초에는 20여개 정도의 공연이 예정돼 있었는데 모두 미뤄지고 취소되면서 타격이 컸다"고 최근 상황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는 "코로나가 나쁜 영향만을 준 것은 아니었다"며 "그간 스케줄에 쫓겨 잊었던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지난 20년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생각들이 정리됐고 고마운 은사님께 연락도 드렸으며 또 2년 전부터 준비했던 책 원고를 더 많이 쓸 수 있었다"며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니 예전에 느꼈던 어려움과 부족함이 어느 순간 자연스레 해결되었음을 떠올리며 감동하는 시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날 실바가 카를로로부터 에르나니를 구해주게 되는데 이에 대한 보답으로 에르나니는 실바에게 "이제 자신의 목숨이 실바의 것"이라며 뿔나팔을 건낸다. 그리고 "언제든 뿔나팔 소리가 들리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약속한다. 시간은 덧없이 흘러 어제의 앙숙이었던 카를로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된 뒤 에르나니에게 관용을 베풀게 되고 엘비라와 결혼을 허락한다. 모든 게 잘 마무리 되나 싶은데 갑자기 실바가 나타나 뿔나팔을 불고 지난날의 약속을 지키라고 말하며 단검을 건넨다. 자신의 어리석은 맹세 때문에 에르나니는 자결을 하고 오페라는 끝난다.
국윤종은 "늘 새로운 경험을 즐기기에 이번 작품과 배역은 더욱 매력적이었다"며 "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로 변화하는 과도기 속에서 위고가 쓴 이 작품은 당시에도 매우 격렬한 토론을 불러 일으키는 작품이었다"고 평했다. 그는 "당시에도 변혁과 개혁을 외치는 이들과 기존의 것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간의 대립은 첨예했는데 이 작품에서 드러나는 시대적 의미가 지금의 팬데믹 시대에도 동일하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이전의 작품들과 달리 이 작품은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이 아닌 비극으로 끝난다. 오페라 속 캐릭터들은 모두 자신이 바라는 것을 향해 매 순간 자신의 지혜에 기대 현명한 선택을 하려 하지만 이후 그것이 자신의 목숨을 빼앗는 어리석은 결정으로 뒤바뀐다"고 말했다.
공연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요즘, 당황스러운 코로나 확산세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국윤종은 "마음이 아프지만 시민들의 건강을 생각하면 현재 두 번의 공연이 계획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모든 것이 신의 뜻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음악을 하는 사람들도 힘든 시기이고 관객들도 힘든 시기인데 앞으로 오페라도 이에 맞춰 변화해야 할 부분이 있다 생각한다. 내년 1월에는 2인극 형태의 오페라를 준비하고 있다. 오페라 무대가 계속돼 이 시대를 위로하고 응원하는 일이 지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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