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내년 1월 수사구조개혁 첫걸음..경찰 수사, 검찰 평가 '이원화'로 가자
1972년 영국에서 한 남성이 살해됐다. 경찰은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청소년 3명을 체포했고 이들은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강요된 자백임이 밝혀져 무죄판결을 받고 석방되면서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1970년대까지 영국 경찰은 독점적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고 ‘절대권력’을 행사해 왔다. 하지만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이 기소 기능까지 수행하면서 증거가 불충분한 사건임에도 기소하거나 좀 더 중한 죄의 법률을 적용하는 등 공소권자에게 요구되는 공정성과 독립성이 훼손됐다.
결국 1977년 영국 형사절차 개혁을 위한 왕립위원회가 설치되었고, 이 위원회는 형사절차에서 ‘수사와 기소의 분리’ 원칙을 제시했다. 그 결과 1986년 경찰로부터 독립돼 기소와 공소 유지만을 담당하는 국립기소청(CPS)을 설치했다. 수사와 기소 기능이 분리된 것이다.
경찰이 수사와 소추를 담당하면서 문제가 됐던 영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검사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다. 올해 초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사의 직접수사가 일부 축소됐으나 여전히 검사의 광범위한 수사권을 인정하고 있고 기소독점, 기소편의, 영장청구권 독점 등 아직도 절대적으로 권한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
여전히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지 않았다. 수사단계의 결정이 그대로 기소를 거쳐 재판단계로 이어지게 돼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전관예우 및 유전무죄’ 등 다양한 문제의 근원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한이 집중되면 객관성을 잃게 되고 평가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검사는 객관적 평가자로서 사건검토 및 공소유지라는 기소기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형사절차야 말로 인권보호를 위한 매우 효과적인 제도가 될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개정된 형사소송법이 내년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된 형소법은 경찰과 검찰 양 기관을 상호협력관계로 설정해 수사지휘를 폐지하고, 경찰이 1차적 수사권 및 수사종결권을 갖도록 했다. 경찰이 책임지고 수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경찰은 본래적 수사주체로서 주인 의식을 가지고 변화하는 수사환경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 국가수사본부를 신설하는 등 조직을 개편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수사관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한편, 내·외부 통제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수사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다.
형소법 개정은 수사와 기소의 불완전한 분리로 검찰의 직접수사를 여전히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도 그대로 존치하는 등 앞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는 아직도 많다. 하지만 ‘견제와 균형’의 원칙과 ‘공판중심주의’를 구현하는 의미있는 첫걸음인 만큼, 향후 경찰의 수사품질 제고와 국민 신뢰확보를 통해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궁극적 수사구조개혁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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