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 학교 폐쇄에 놀란 美증시 '털썩'..'암흑의 겨울' 현실화하나

김정남 2020. 11. 1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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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학교 문 닫는 팬데믹 진앙지 뉴욕시
뉴욕시 5개 자치구 양성 판정률 2~4%대
뉴욕시장 "매우 힘든 시기..안전이 최우선"
뉴욕 충격에 화이자 백신 기대감 묻혀버려
유일한 대안은 부양책인데..멈춰선 워싱턴
'월가 리더' 작심 비판 "철없는 행동 그만"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 지역의 한 공립학교에 재학하는 어린이들이 18일(현지시간) 수업을 마치고 통학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불행하게도 학교 문을 닫을 수밖에 없습니다.”

드 블라지오 미국 뉴욕시장의 ‘공립학교 폐쇄’ 트윗이 올라온 18일 오후 2시19분께(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장중 내내 강세를 보였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거짓말처럼 고꾸라졌다.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예방률이 95%에 달하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을 개장 전 알리며 증시가 들썩였는데, 장 막판 블라지오 시장의 ‘학교 폐쇄’ 공지에 차갑게 식은 것이다. 다우 지수는 1.16% 하락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시가 출렁인 것은 미국이 코로나19를 바라보는 시간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아무리 좋은 백신이 나온다고 해도,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당장 팬데믹 위기감이 높다는 것이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우리는 결코 안전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뉴욕시장 “우리는 지금 매우 힘든 시기”

뉴욕시가 학교 폐쇄 조치에 나서면서 미국 내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조 바이든 46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우려한 ‘암흑의 겨울’을 위한 거의 유일한 해결책인 부양책 처리는 의회에서 공회전하고 있어 비판이 커지고 있다.

드블라지오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과 트위터를 통해 “뉴욕시의 일주일 평균 코로나19 양성 판정률이 3%를 넘겼다”며 “불행하게도 19일부터 공립학교 문을 일시적으로 닫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면 수업을 없애고 100%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뉴욕시가 학교 문을 닫은 건 지난 9월 하순께 개학 후 불과 두 달 만이다.

드블라지오 시장은 그간 대면수업을 중단하는 기준을 두고 ‘양성 판정률 3%’를 제시해 왔다. 이번 조치는 그 약속을 지킨 것이다. 뉴욕주에 따르면 전날 기준 뉴욕시의 양성 판정률은 3.0%를 기록했다. 뉴욕시를 구성하는 5개 자치구(borough)인 맨해튼(2.2%), 브루클린(2.6%), 브롱크스(3.9%), 퀸스(3.3%), 스태튼 아일랜드(4.3%)는 각각 2~4%대를 보였다.

9월 말 개학 이후 뉴욕시 전체 공립학교에서는 2300명 이상의 학생과 교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드블라지오 시장은 “우리는 지금 매우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며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시의 이같은 조치가 다른 각 주의 봉쇄 조치보다 충격이 큰 건 이유가 있다. 세계 최대의 경제·금융중심지로 잘 알려진 뉴욕시는 미국 최대의 교육구이기도 하다. 여러 면에서 ‘세계의 수도’로서 상징성이 있다. 게다가 뉴욕시는 지난 봄철 당시 팬데믹 진앙지였다. 길거리에 시체가 나뒹구는 공포감을 뉴욕 시민들 외에 미국 국민들 모두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날 이른 오전 나온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백신 낭보는 뉴욕시의 봉쇄 조치에 묻혔다. 두 회사는 3상 임상시험 참여자 가운데 코로나19 감염자 170명을 분석한 최종 결과, 예방률이 95%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백신 개발을 위한 역사적인 8개월 여정에서 중요한 발걸음을 뗀 것”이라고 했지만, 당장의 공포감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25만명을 돌파했다.

백신 일러야 내년 중반…‘암흑의 겨울’ 공포

화이자 등 제약업체의 계획상 광범위한 백신 접종은 빨라야 내년 중반이다. 일각에서는 백신을 맞을 수 있는지 여부를 두고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각종 봉쇄→실업난 가중→경제 위기의 수순은 백신이 나타나기 전 일어날 가능성이 높으며, 그 충격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스파르탄 캐피털의 피터 카르딜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은 (보급까지 수개월이 걸릴) 백신의 낙관론을 두고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그나마 유일한 해결책으로 꼽히는 게 부양책이다. 그러나 정치 싸움에 한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 정가는 대선 이후 갈등이 오히려 더 심화하는 양상이다.

‘월가의 리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이날 뉴욕타임스(NYT)가 개최한 딜북(DealBook) 컨퍼런스에서 “백신이 널리 보급될 수 있는 내년 중반까지 경제에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재정 지원을 정치인들이 합의해야 한다”며 “정치인들은 철없는 행동(childish behavior)을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제안한 부양책 규모인) 1조5000억달러, 2조2000억달러를 두고 큰 논쟁이 벌어졌다고 한다”며 “웃기는 얘기하지 말라”고 비꼬았다. 그는 그 연장선상에서 “(대선 이후) 평화로운 정권 이양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다이먼 회장은 “과거의 경제 위기와 달리 지금은 실업률 측면에서 하위 20%의 경제적 고통이 커지고 있다”며 “부양책이 나오지 않으면 경제 회복 가능성은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한 슈퍼마켓이 종이타월과 화장지 판매 코너에 재고 부족을 알리는 안내문을 붙여놓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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