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만 압박 '블랙리스트' 1호는 서열3위 행정원장?..대만 "악랄하다" 비난

이종섭 기자 2020. 11. 19. 14:2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차이잉원 대만 총통(왼쪽)과 쑤전창 행정원장. 대만 총통부 홈페이 캡쳐


중국이 대만을 압박하기 위해 작성 중인 제재 대상 ‘블랙리스트’에 쑤전창(蘇貞昌) 행정원장의 이름이 올랐다고 글로벌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앞서 중국에서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등 대만 고위 인사들을 이른바 ‘대만 분리주의자’로 규정해 블랙리스트에 올리려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의 대만 업무를 관장하는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이 블랙리스트 작성 사실을 간접 시인하자, 대만은 “악랄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쑤전창 대만 행정원장이 대만 분리주의자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권위 있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행정원장은 총리 격으로 총통, 부총통에 이어 대만 정부 내 서열 3위에 해당하는 자리다. 글로벌타임스는 쑤 행정원장을 ‘중국 본토에 강한 적개심을 가진 극단적 분리주의자’라고 표현하며 대만 독립에 관한 그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앞서 홍콩의 친중 성향 매체 대공보(大公報)는 “대만 문제를 담당하는 중국 본토 당국이 ‘대만 분리주의자’들을 겨냥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고 지난 15일 보도했다. 주펑롄(朱鳳蓮)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지난 18일 해당 보도의 사실 관계를 묻는 질문에 “대만 분리주의자들은 대만 해협 전체의 평화·안정과 양안(중국·대만) 관계 발전에 가장 큰 위협이고 장애물이다. 분리주의자들과 자금 후원자를 단속하는 목적은 양안의 평화와 중국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사실상 블랙리스트 작성에 대해 인정했다.

쑤 행정원장은 중국의 대만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이름이 거론된 첫 번째 인물이다. 글로벌타임스는 “나머지 명단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만 분리주의자들과 그들의 후원자들을 단속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전문가들은 블랙리스트가 대만 분리주의자들에게 큰 억지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제재를 가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 매체들은 제재 대상 인사들의 중국 본토나 홍콩·마카오 방문 등을 제한하고, 관련 기업의 해외 사업과 투자에 제약을 가하는 방법 등을 거론하고 있다.

대만 정부에서 대중국 업무를 담당하는 대륙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중국 공산당의 악랄한 행동에 반대한다. 바다 건너편(중국) 전제국가는 무력과 강압적인 법률 도구로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을 위협해 타협을 강요한다”면서 “중국이 극단적 의제를 꺼낸 것은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