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코로나 통계·문자 개선 시급하다

기자 2020. 11. 1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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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확진자 統計 표본 이원화 필요

감염 확산 파악과 감염源 차단

주먹구구式 뒤섞여 신뢰 추락

휴대폰 안내문자도 스팸 취급

‘보내는 척 받는 척’ 요식행위

동형암호 기술 활용 추진해야

겨울이 온다. 코로나도 다시 온다. 한국은 코로나에 잘 대응한 모범적 국가로 평가된다.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서 헌신한 의료진, 정부 지침에 적극 동참한 성숙한 시민, 고통을 참아준 수많은 자영업자는 박수받아 마땅하다. 의료 체계와 초고속 정보통신망도 한몫했다. 방역 당국도 노력했다. 날마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를 발표해 코로나 확산 추이를 알려 주려 했고, 확진자 정보를 담은 문자 메시지를 보내 코로나 전파를 막기 위한 행동 방식을 안내해 줬다.

코로나 대응에 개선책은 없을까. 통계·계량 분야를 전공한 경제학자로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라는 통계로 어떤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부터 살펴보자. 국민 전체에 코로나가 얼마나 퍼져 있는지 파악하는 게 목적이라면 검사 대상자 표본의 대표성을 확보해야 한다. 반면, 코로나 감염자를 파악해 격리하는 게 목적이라면 감염 가능성이 큰 대상자를 선별해 검사해야 한다. 한 가지 통계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순 없다. 이도 저도 아닌 표본추출과 그로부터 계산된 통계는 그 어떤 목적에도 봉사하지 못한다. 목적이 둘이면 표본도 둘이어야 한다. 표본추출을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 정보 전달도 객관적 통계에 근거해 코로나가 퍼진 정도부터 안내하고 이어 국민 행동 지침을 안내해야 한다.

방역 당국은 지난 10개월간 ‘앞으로 한두 주가 고비다’라는 진단을 해왔다. 고비라고 했던 그 한두 주가 수차례 반복됐다. 같은 이야기를 거듭 들으면 타성에 젖어 무감각해진다. 이솝 우화 속 양치기 소년은 늑대가 쫓아오니 도와 달라고 두 번 장난친 탓에 정작 늑대가 쫓아온 세 번째는 마을 주민으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다. 방역 당국은 늘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기보다 코로나가 퍼진 정도를 보다 객관적 통계(統計)에 근거해 알려 줘야 한다. 그러려면 일정 주기로 100명씩만이라도 대표성 있는 표본을 뽑아야 한다. 코로나 추이 파악과 코로나 대책은 함께 가야 한다. 코로나가 확산 국면으로 들어서는 경우 그 확산의 계기가 무엇인지, 확산을 막으려면 국민에게 어떤 협조를 구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지금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 통계만으로는 이런 의미 있는 일을 수행하기 어렵다.

방역 당국은 확진된 감염자의 이동 경로 정보와 함께 코로나 예방을 위한 행동요령을 전 국민에게 휴대전화 문자로 보내 왔다. 필자만 해도 코로나 사태 초기에는 이런 문자 메시지를 열심히 읽었다. 친절하게 문자를 보내주는 방역 당국이 고맙기가 그지없었다. 그런데 문자를 읽어 보더라도 확진자의 동선과 필자의 동선을 시간대별로 비교해 겹쳤는지 아닌지 분간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어느 순간 문자 받는 게 귀찮아졌다. 코로나 관련 문자가 스팸 문자로 여겨졌다. 급기야 코로나 문자를 받지 않도록 전화기의 문자 수신 옵션을 변경하기에 이르렀다. 사회주의 경제가 몰락할 때 노동자는 일하는 척, 기업은 임금을 지불하는 척했다고들 말한다. 지금 우리 사회가 유용한 정보를 주는 척, 받는 척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확진자 정보가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려면 확진자의 동선과 개개인의 동선이 시간과 공간의 좌표축에서 중첩되는지 자동으로 확인해줄 방법이 있어야 한다. 이때 개인의 사생활 정보는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 최근 개발된 이른바 동형암호 기술을 사용하면 개인 정보도 보호하면서 확진자와 개개인이 언제 어디서 만났는지 암호 상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신의 동형암호 기술을 코로나 감염자 파악에 적극 활용하자. 이야말로 개인 정보 활용과 개인 정보 보호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일이다.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한층 강화해 코로나 확산 방지에도 크게 도움이 되는 길이다.

우리의 교육처럼 코로나 방역은 전 세계의 칭찬을 받았다. 교육에서 찬사받을 대상은 헌신적으로 자식을 뒷바라지한 부모, 뭐든 주어지는 대로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지 교육 당국이나 대학이 아니다. 코로나 방역에서만큼은 방역 당국이 확실히 공을 인정받도록 하자. 그러려면 더 의미 있는 통계를 작성하고, 자료로 뒷받침되는 진단과 처방을 내리고, 일반 시민과 확진자 간 접촉 여부를 파악하는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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