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콘에서 계륵으로..브라이언트-컵스 동행 끝날까[슬로우볼]

안형준 2020. 11.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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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라스베가스 출신 1992년생 크리스 브라이언트는 2010년 신인드래프트 18라운드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지명됐지만 계약 대신 샌디에이고 대학교 진학을 선택했다. 그리고 2013년 다시 드래프트에 참가해 시카고 컵스의 전체 2순위 지명을 받았다(전체 1순위 HOU 마크 아펠).

의심의 여지가 없는 최고의 재능이었다. MLB 파이프라인으로부터 20-80 스케일 평가에서 타격 55, 파워 75, 주루 40, 어깨 60, 수비 50, 총점 70의 평가를 받았다. MLB 파이프라인은 2014년 브라이언트에 대해 "경기장 어디로든 타구를 날릴 수 있다. 컵스는 머지 않아 브라이언트를 리글리 필드로 부를 것이다"는 코멘트를 했다.

2015시즌을 앞두고 베이스볼 아메리카로부터 전체 1순위 평가를 받은 브라이언트는 2015년 4월 18일(이하 한국시간) 빅리그에 데뷔했다. 데뷔전에서 무안타에 그친 브라이언트는 데뷔 2번째 경기에서 멀티히트, 5출루의 기염을 토하며 본격적인 커리어의 시작을 알렸다.

데뷔시즌 151경기에서 .275/.369/.488, 29홈런 99타점 13도루를 기록한 브라이언트는 만장일치로 내셔널리그 신인왕에 올랐다. 그리고 2년차 시즌이던 2016년에는 155경기에서 .292/.385/.554, 39홈런 102타점 8도루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MVP를 차지했다. 브라이언트는 칼 립켄 주니어, 더스틴 페드로이아, 라이언 하워드에 이어 메이저리그 역대 4번째로 신인왕 수상 다음해 MVP를 차지한 선수가 됐다.

1990-2000년대 메이저리그를 상징하는 존재였던 데릭 지터가 은퇴한 직후 데뷔한 브라이언트는 빅리그의 '뉴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브라이언트는 실력은 물론 훤칠한 외모와 겸손하면서도 당당한 성격까지 '슈퍼스타'가 갖춰야 할 요건들을 모두 가진 선수였다. 최고의 재능으로 기대를 모았던 브라이언트의 동갑내기 친구 브라이스 하퍼는 마침 브라이언트의 데뷔시즌 내셔널리그 MVP에 올랐고 라스베가스 출신 두 친구의 우정 이야기는 팬들이 좋아하는 아름다운 소재가 됐다.

브라이언트가 MVP를 차지한 2016년, 컵스는 108년 묵은 염소의 저주를 깨고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크리스 브라이언트의 시대'는 그보다 더 화려할 수 없는 폭죽과 함께 시작하는 듯했다.

하지만 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누구보다 빠르고 화려하게 타올랐던 브라이언트의 불꽃은 너무도 쉽게 사그라들었다. 브라이언트는 2017시즌 151경기에서 .295/.409/.537, 29홈런 73타점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MVP 투표 7위에 올랐지만 2018년 어깨 부상을 겪으며 어긋나기 시작했다. 2018시즌 102경기에서 .272/.374/.460, 13홈런 52타점을 기록한 브라이언트는 지난해 147경기 .282/.382/.521, 31홈런 77타점으로 반등했지만 올해 34경기에서 .206/.293/.351, 4홈런 11타점에 그치며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원래부터 뛰어난 수비수는 아니었던 브라이언트는 수비력도 점차 하락했고 이제는 구단의 '애물단지'가 됐다. 2021시즌 종료 후 FA가 되는 브라이언트는 올겨울 논텐더 방출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데뷔 초반 굉장한 커리어를 쌓으며 빠르게 상승한 연봉이 가장 큰 원인이다. 2020시즌 브라이언트의 162경기 기준 연봉은 무려 1,860만 달러. 2018년 이미 1,085만 달러를 받으며 연봉조정신청 자격 1년차 최고 연봉 기록을 썼던 브라이언트는 5년차 시즌에 이미 퀄리파잉오퍼 금액(2019년 QS 17.8M)을 넘는 연봉을 받았다. 2021시즌 연봉은 그보다 더 오를 수 밖에 없다.

일찌감치 브라이언트와 장기계약을 포기하고 트레이드를 추진해온 컵스는 그에게 2,000만 달러에 가까운 연봉을 지급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2020시즌 부진 덕분에 트레이드 시장에서의 가치도 많이 낮아진 상황. 컵스는 브라이언트와 일단 고액 연봉에 합의하고 시즌 중 트레이드를 추진하는 방법, 브라이언트를 2021년 시즌까지 보유한 뒤 퀄리파잉오퍼로 결별하는 방법, 올겨울 논텐더로 포기하는 방법 등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

올해 부진했다고 햇거 브라이언트가 가치없는 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6년 동안 fWAR 28.3을 쌓은 브라이언트는 해당기간 야수 전체 6위의 fWAR를 기록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구단이 재정 타격을 입은 상황이고 컵스가 선수단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그의 입지를 더 위협하고 있다.

물론 무조건 대형 계약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올해 부진한 만큼 2021시즌 확실한 반등세를 보이지 못한다면 브라이언트는 FA 시장에서 상당한 저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내년에도 코로나19의 종식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2년 연속 어려운 시즌을 치르게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에이전트가 스캇 보라스임을 감안하면 성적과 요구사항의 괴리로 인해 FA 미아가 되는 그림이 나올 수도 있다. 브라이언트는 25세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은 친구 하퍼와 다르다. 대학 신인으로 프로에 입문한 탓에 내년 FA 시장에는 사실상 30세의 나이로 나오게 된다.

염소의 저주를 깬 황금 세대와 이별 중인 컵스에게나 브라이언트에게나 논텐더 여부는 큰 변곡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과연 아이콘에서 계륵으로 추락한 브라이언트는 2021년 시즌을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맞이하게 될까.(자료사진=크리스 브라이언트)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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