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의 분기배당[우보세]

김지산 기자 2020. 11. 1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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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신한금융지주가 내년부터 업계에서 처음으로 매 분기마다 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다. 정해진 시기마다 배당을 해 주가를 하방경직성을 높이겠다는 의도에서다. 내부적인 악재든 코로나19 같은 외부 악재든 간에 어떤 일이 닥쳐도 꼬박꼬박 배당을 해 주가가 속절없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판단이 깔렸다.

신한금융의 분기 배당은 9월 홍콩계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1조1582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한 게 계기가 됐다. 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이 희석되는 문제가 생겨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자 이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서는 단순히 과거 수준의 배당을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해 봐야 연말 배당하던 것을 분기별로 네 번에 걸쳐 나눠 주는 것 밖에 안 된다.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선 배당성향을 높여야 한다.

여력은 충분히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금융의 배당총액은 8900억원이었다. 배당액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배당성향은 26.1%였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추계한 지난해 선진국 상장사들의 평균 배당성향 41.0%, 신흥국 38.3%에 못 미친다. 배당을 억제한다고 했던 JP모간의 경우도 지난 3분기 배당성향이 35.7%였다.

문제는 배당성향을 높이는 것이 재무적 판단만으로 이뤄지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은행들의 충격 흡수력을 높이기 위해 배당을 자제하라는 게 금융당국의 주문이었다. 국내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반기 배당을 실시했던 하나금융지주도 배당은 하되 당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자회사인 은행으로부터 배당을 받지 않는 방법을 동원했을 정도다. 고도의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하나금융이 중간배당을 포기했다고 해도 매년 금융당국이 제시하는 암묵적 배당성향 가이드라인 때문에 연말 배당성향을 높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근본적인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성장을 위해선 국내외에서 인수합병(M&A)을 하거나 새 자회사를 설립하는 식으로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 은행 본업인 이자수익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대출을 많이 해야 한다. 그러려면 자본이 풍부해야 한다. 이익을 최대한 잉여금으로 돌려 놓고 대출에 써야 한다. 배당을 마냥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는 신한금융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금융지주회사가 엇비슷한 상황이다. 금융지주회사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높아 봐야 0.4%대다. 시가총액이 청산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가운데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카카오뱅크 상장은 금융지주회사의 자존심에 ‘역대급’ 상처를 낼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뱅크가 최근 해외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진행한 유상증자를 토대로 계산한 시가총액은 9조3000억원이다. 7조원대인 우리금융지주보다 비싸다. 장외 시가총액은 40조원을 넘나든다. 신한금융과 KB금융지주를 더해도 이보다 싸다. 이 때문에 카카오뱅크 상장을 계기로 금융지주회사의 배당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각 금융지주회사의 CEO 평가 항목에 주가관리가 포함돼 있다. ‘카카오뱅크보다 못한 주가’를 주주들 뿐만 아니라 금융지주회사의 CEO들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신한금융의 배당정책 변화가 어느 선까지 이뤄질지는 주주들만의 관심에서 그치지 않는다. 신한금융의 분기배당이 이뤄지고 배당성향도 높아질 경우 다른 금융지주회사들도 신한금융을 따를 개연성이 적지 않다. 금융당국의 스탠스 역시 일정 정도 달라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신한금융의 배당성향 상향에 대한 금융당국의 태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신한금융의 고민도 그만큼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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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산 기자 s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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