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망하고 좌절하는 인생의 양면성을 '에르나니'에 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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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연은 재연인데, 무려 26년 만의 재연이다.
지난 1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오페라단의 이회수(46) 연출가는 26년만에 되살아나는 이 작품의 생명력을 두고 "생의 불균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서"라 했다.
오페라인만큼 음악 못지 않게 무대 연출에도 공을 들였다.
26년만의 재연이니 준비하기 상당히 까다로웠을 것 같은데, 제 나름의 활로를 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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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연은 재연인데, 무려 26년 만의 재연이다. 그러니 사실상 초연과 다를 바 없다. 라벨라오페라단이 28일부터 이틀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리는 오페라 '에르나니' 얘기다.
이 작품은 1830년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베르디가 무대화한 오페라다. 산적 두목 에르나니,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로, 늙은 귀족 실바가 엘비라라는 여인을 두고 벌이는 사각관계를 다뤘다. 모두가 사랑을 꿈꾸지만 아무도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는 비극이다. '라트라비아타' '아이다' 같은 다른 베르디 작품에 비해 낯설다. 1994년 초연 이후 사라진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1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오페라단의 이회수(46) 연출가는 26년만에 되살아나는 이 작품의 생명력을 두고 "생의 불균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서"라 했다. "인생은 끊임없이 열망하고 현실화하는 과정인데 그 속에는 좌절과 파괴도 포함돼 있다는 걸, 동전의 양면처럼 보여주는 작품이에요."
오페라인만큼 음악 못지 않게 무대 연출에도 공을 들였다. 이 연출가는 "만들고 부수고, 쌓고 허무는 일들을 통해 삶이 평탄하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에르나니' 무대에는 건물을 지을 때 쓰는 임시가설물(비계)이 잔뜩 등장한다. 삶 자체가 미완성임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무대 한 가운데는 고대 그리스풍 조각상을 뒀다. 아름다운 꿈, 유토피아를 상징한다. 하지만 부서져 있다. 현실이란 늘 그런 것이다. 현대적 무대연출 덕에 오페라보다는 뮤지컬 같은 느낌이다.
26년만의 재연이니 준비하기 상당히 까다로웠을 것 같은데, 제 나름의 활로를 찾은 것이다. "제 연출경력을 보시면 초연이나 낯선 작품들이 대부분이에요. 개인적으론 너무 유명한 작품에는 매력을 잘 못 느끼겠어요." 그래서 준비 작업은 '따박따박'이다. "공연을 연구할 때는 이미지가 각인될 수 있는 다른 영상자료를 피하고요. 텍스트(대본)에 집중해 의미를 분석하는 편이에요."
이 연출가는 원래 이탈리아에서 성악을 공부했다. 그러다 어느날 대체 무대 뒤에 뭐가 있을까가 궁금해졌고, 그 이후 로마국립미술원으로 가서 무대 연출을 공부했다. 그 덕에 가수와 연출자 입장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그는 "노래를 할 땐 내가 주인공이어야 할 때가 많았는데, 연출은 하면 할 수록 공부해서 남 주는 직업"이라며 "지금은 가수와 무대가 빛날 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지휘자와의 관계 설정도 유연하다. 이 연출자는 "오페라 개혁가라는 18세기 글루크와 19세기 바그너가 내린 결론은 '음악과 극, 둘 중 누구도 왕이 될 수 없다'는 것"이라며 "공존하지 않는다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작품에 호흡 맞추는 양진모 지휘자에 대해서도 "악보만큼 대본도 철처히 공부하는 지휘자라 호흡이 잘 맞다"고 말했다.
성악가에다 오케스트라, 다수의 스태프가 필요한 오페라는 코로나 시대에 가장 취약한 장르로 꼽힌다. 의외로 긍정적 답이 돌아왔다. "흑사병이 돌 때도 극장은 지어졌고, 세계대전이 일어나도 무대는 멈추지 않았어요. 감염의 위험 속에 리허설을 치르는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같지만, 그 가치를 지켜내야죠."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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