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의 순간] "모스부호와 가야토기.. 현재와 과거의 대화를 보았다"
영탁도 장관님도 떴네.. 한글전 특별 관람
“막걸리 한~잔~!”
트로트 가수 영탁(37)이 구성진 가락을 뽑자, 관람객의 환호가 쏟아졌다. 조선일보 창간 100주년 한글 특별전 ‘ㄱ의 순간’에 출품된 설치미술가 강익중의 ‘트롯 아리랑’ 앞에서였다. 현재 가장 뜨거운 대중의 언어, 트로트 가사를 오방색 타일로 제작해 벽면에 부착하고 노래까지 흘러나오게 설계한 대형 작품이다. 영탁은 “내 노래가 미술 작품이 되다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한글을 지키고 미적으로 가꿔온 분들처럼 한글 확산을 위해 더 열심히 노래하겠다”고 말했다.
18일 ‘ㄱ의 순간’ 특별 관람 행사가 열렸다. 소수의 문화예술계 인사를 초청해 전시 의미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강이연·고산금·김종원·김혜련·박상순·박정혁·유승호·정병규·최정화·홍지윤·황석봉 등 참여 작가들이 직접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기도 했다. 제7전시실 외벽부터 입구까지 석기시대 목재와 네온사인 글자를 결합한 작품으로 채운 최정화 작가가 “내 역할은 관객 유인”이라고 말하자 웃음이 터져나왔다. 고대 유물의 문양에서 고조선의 글자를 재창조한 김혜련 화가, 반구대 암각화 문양을 회화로 옮겨 문자의 잉태를 은유한 황석봉 서예가의 설명에도 박수가 쏟아졌다. 자연과 문명의 대화를 화두로 던진 이우환과 최병소의 작품 앞에서는 탄성이 터졌다. 전시는 내년 2월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전관과 한가람미술관 제7 전시실에서 열린다.
서예박물관으로 이동해 본격적으로 관람객의 눈이 반짝였다. 퇴계 이황의 ‘도산십이곡’ 목판 원판, 세종대왕의 지시로 수양대군이 훈민정음으로 편찬한 ‘석보상절’ 등 진귀한 유물 앞에서는 “원본이냐”는 질문도 나왔다. 전부 원본이다. 2014년 이후 처음 국립한글박물관 밖으로 외출한 ‘말모이 원고’ 원본은 22일까지만 전시되고 이후 복제본으로 교체된다. 조선일보 창간 기념호와 100주년 특별호를 활용한 전광영 작가의 입체 신작 ’100년의 증언'과 1950년 6월 25일 자 조선일보 지면에서 모든 활자를 인공 진주로 대체한 고산금 작가의 작품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전시장 마지막 공간에 놓여 태초부터 현재까지 한글의 양상을 영상으로 아우른 박정혁 작가가 의미를 종합했다.
미술 애호가로 유명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특히 미디어아트에 오래 시선을 고정했다. 한글 전도사가 된 가수 ‘방탄소년단’과 그들의 문화적 지지자 ‘아미’를 소재로 차용한 강이연 작가의 프로젝션 매핑 ‘문’(Gates)을 첫손에 꼽았다. “육필 원고나 문화재뿐 아니라 이를 현대화해 한글의 예술적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한글의 미래적 잠재력을 시사하는 전시”라고 말했다. 전시 자문위원을 맡은 김선정 광주비엔날레 대표는 “태싯그룹과 가야 토기 등 현대와 과거가 어우러지는 귀한 경험이었다”고 말했고, 이용우 중국 상하이대 석좌교수는 “'ㄱ의 순간'은 일회성 전시라기보다 한글 창제의 천지인(天地人) 사상, 사회적 관계항을 토론하는 장”이라며 “문자를 매개로 독자와 소통한 조선일보가 자기 정체성을 재질문하기 위해 대중과 만나는 무대가 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날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 조원홍 현대자동차 부사장, 권재일 한글학회장, 심동섭 국립한글박물관장, 김종규 삼성출판박물관장,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 우찬규 학고재 대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홍준호 조선일보 발행인 등 주요 관계자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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