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의 눈] 내게 뉴스를 추천하지 말라

차준철 논설위원 2020. 11. 1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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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제 마스크는 피부가 됐다. 적어도 지난 6개월 동안, 출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마스크 안 쓴 사람을 못 봤다. 턱만 쓰는 턱스크, 코만 가리는 코스크, 엉성하게 쓰는 엉스크도 드물었다. 마스크 없는 외출을 상상할 수 없는 세상.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일상이다.

차준철 논설위원

미디어 측면에서 보면, 유튜브를 마스크에 비견할 수 있다. 유튜브가 뜬 지는 이미 오래지만 비대면·디지털·스트리밍이 부각한 코로나 시대를 지내며 일상에 더 밀착했다. 유튜브를 통한 생중계 결혼식·라이브 콘서트·요리 예능 TV 프로그램이 익숙해졌다. 전문업체 분석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유튜브 앱 이용 시간은 531억분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늘어났고 카카오·네이버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월간 이용자 수는 4319만명으로 전 국민의 83%에 달한다. 가히 유튜브 천하다. ‘유튜브 유니버스’라는 말까지 나왔다.

유튜브의 ‘추천’도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유튜브 최고제품책임자(CPO) 닐 모한은 “유튜브 이용자들의 시청 시간 70%가 추천에 의한 결과이고, 추천 알고리즘 도입으로 총 비디오 시청 시간이 20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끊임없이 새 영상을 추천해주는 시스템이 유튜브 위력 배가에 큰 몫을 차지한다는 얘기다. 유튜브의 추천 영상 수가 매일 2억개 이상이라고 한다.

유튜브가 추천해주는 대로 따라가다보면 밤샘도 순식간이다. 어찌 그리 용하게도 내게 안성맞춤인 콘텐츠를 골라주는지 신통방통하다. 나도 몰랐던 내 취향을 찾아준다고 생각하면 고마울 지경이다. 더러 생뚱맞은 콘텐츠가 추천되더라도 아무 문제 없다. 나와 취향이 비슷한 이용자들도 나처럼 거기에 흘러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알 수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여기로 이끌었다”는 유행어 댓글을 달며 함께 놀면 된다. “나는 이것을 검색하지 않았다”는 댓글도 웃음을 준다. 젊은 세대에게는 추천 알고리즘도 놀이 도구가 됐다.

추천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와 방식은 영업비밀이라 꽁꽁 감춰져 있다.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 이용자 만족도가 우선이라고 주장될 뿐이다. 과연 그럴까.

2005년 선보인 유튜브는 초반에 조회수를 최우선으로 에디터(사람)들이 직접 선별한 추천 영상을 제공했다. 남들이 많이 본 영상을 추천하면 당연히 클릭이 따라붙었다. 하지만 클릭을 유도하는 낚시성 제목과 섬네일의 거짓·저질 영상이 남발되며 이용자들이 등을 돌리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에 2012년 3월, 시청시간을 핵심 요소로 삼은 인공지능 기반의 추천 알고리즘을 선보였고 2016년에 머신러닝을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유튜브는 유해·혐오·거짓 콘텐츠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심지어 추천까지 한다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다. 선정적·폭력적이며 정치적으로 편향된 콘텐츠가 횡행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2012년 알고리즘 개발에 참여한 엔지니어 기욤 샬로는 근래 인터뷰에서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용자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게 목표”라며 “진실하거나 건강한 정보를 추천하는 쪽으로 최적화돼 있지 않다”고 폭로했다. 이용자들이 각자 필요한 콘텐츠를 추천받는다고 생각하는 것도 오산이라고 했다.

유튜브 닐 모한 CPO는 지난 7월 국내 인터뷰에서 “유해·거짓 정보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해에만 30차례 이상 추천 알고리즘을 개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시방편일 뿐이다. 설계자의 의도가 반영될 수밖에 없는 알고리즘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유튜브의 폐해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유튜브의 ‘추천’ 서비스가 불편한 것은 유튜브를 뉴스 매체로 여기는 이용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면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유튜브발 추천 뉴스는 사회의 다른 관점을 보지 못하게 하는 장벽으로 작용한다. 네이버 등 국내 포털의 ‘추천’도 마찬가지다. 사회를 이념의 극단으로 갈라치지 않고 구성원들에게 균형 잡힌 정보를 주고자 한다면 유튜브도, 포털도 적어도 뉴스 영역만큼은 추천을 폐지하는 게 낫겠다. 손님을 끌어모아 붙잡아두며 돈을 벌려는 장삿속을 위장하는 친절 서비스는 필요 없다.

그들이 추천해서 보여주는 세상은 진짜가 아니다. 그들이 시민들에게 보고 믿기를 강요하는 세상일 뿐이다. 나도 모르게 편향에 빠지거나 어둠을 헤맬 가능성이 높다. 세상이 궁금하면 또박또박 내 손으로 뉴스를 하나씩 찾아서 보자. 유튜브와 포털은 더 이상 알고리즘을 신화로 삼지 말아야 한다.

차준철 논설위원 che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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