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50주기 맞아 창작판소리 '전태일' 무대 오른다

조정진 2020. 11. 19. 01: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임진택 연출..21일 오후 3시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글로리아홀
작창은 물론 도창까지 맡은 임진택(맨 왼쪽) 등 창작판소리 ‘전태일’ 출연진이 한데 모여 마지막 연습에 집중하고 있다.
청계피복 노동자 전태일 열사 분신 50주기를 맞아 기획된 창작판소리 ‘전태일’이 마침내 완성 돼 21일 공개된다.

창작판소리 ‘전태일’은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노동자들의 권익을 부르짖었던 열사이기 이전에 마음이 여리고 효심 깊은 청년 전태일이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기까지의 불꽃같은 삶의 과정을 판소리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전태일 열사의 분신 그 자체는 비극이나 판소리에는 비극만을 담지 않는다. 어려운 삶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태도와 노동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전태일의 올곧은 인식을 창작판소리 ‘전태일’은 촌철살인의 풍자와 해학으로 작품을 구성하고 있다.

직접 작창 하고 도창까지 맡은 연출가 임진택(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심청가 이수자)은 1970년대 이후 마당극 운동을 주도한 소리꾼이자 문화운동가이다. 50년 동안 가슴 깊이 간직한 전태일 열사에 대한 존경을 담아 문화운동가로서 마음에 진 빚을 갚기 위해 진지한 창작판소리 한판을 내놓은 임진택은 “전태일이 절규한 피의 목소리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라며 “약자에 대한 배려, 인간존엄의 추구, 따뜻한 공동체를 희망했던 전태일 형(兄)의 정신으로 현재를 사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박제화 된 전통 판소리에 새로운 판소리 창작으로 생기를 불어넣은 임진택은 80년대에 김지하 담시를 판소리로 만든 ‘소리내력’, ‘오적’, ‘똥바다’로 창작판소리의 신기원을 연 이래 ‘창작판소리 12바탕’ 완성을 위해 그동안 ‘백범 김구’, ‘다산 정약용’, ‘남한산성’, ‘세계인 장보고’ 등의 작품을 올린 바 있다.

이번 공연은 지난 9월 전태일50주기범국민행사위원회와 함께 창작판소리연구원과 창작판소리 ‘전태일’의 제작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현대·기아차노동조합 노동자들이 십시일반 모은 제작후원금으로 제작됐다. 노동자들이 직접 소리꾼으로 참여해 임진택을 사사하거나 노동자 판소리패 ‘한판’에서 갈고 닦은 기량을 선보인다.

창작판소리 ‘전태일’은 일반적인 판소리 형식에 변화를 주었다. 한 사람이 1인 다역을 하는 전래 방식이 아닌 다수의 소리꾼이 청년 전태일, 어머니 이소선, 시다, 동료, 분신현장 목격자 등 배역을 맡는 입체창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열사와 같은 시기에 평화시장에서 일했던 이숙희 신순애 박계현 등 동료 노동자들이 ‘전태일의 마지막 편지’ 대목에서 상여소리를 하고, 배재정 박선봉 김호정 등 노동자 소리꾼들이 목격자 역할로 참여해 전태일 시대를 증언한다.

창작판소리 ‘전태일’은 11월 21일(토)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글로리아홀에서 전석초대로 첫 공연된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창작판소리연구원(02-733-1518)을 통해 사전예약을 받는다. 첫 공연을 마친 후 지방 순회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출연진 소개
 
▲전태원(청년 전태일):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대학원 졸업. 제37회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일반부 차상, 제32회 온나라국악경연대회 판소리일반부 금상 수상.
 
▲양승은(시다, 미싱사, 어머니):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전통예술학부 졸업. 전주세계소리축제 ‘적벽에 불 지르다’ 출연, 제8회 임방울류 적벽가 연창 발표회, 독인 뮌헨 ‘아리랑코리아 축제’ 출연, 국악 기반 밴드 ‘국쿠스틱’ 보컬.
 
▲최효동(고수):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전통예술학부 졸업.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고법 전수자, 제19회 박동진판소리명창 명고대회 고수부문 명고부 최우수상, 제1회 서천전국국악경연대회 고법 일반부 대상, 제13회 박동진판소리명창 명고대회 고수부문 일반부 최우수상.
 
▲배재정(목격자, 아버지): 전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지부장.
 
▲박선봉(목격자, 근로감독관): 서강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문화활동가. 김미나 명창 판소리 사사, 전민주노총 문화국장.
 
▲김호정(목격자, 형사): 노동자 판소리패 ‘한판’ 회원, 전국사무연대노조 교섭위원장, 전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공동의장.
 
▲특별출연(상여소리): 박순희 전 원풍모방 노동자, 박순애 전 원풍모방 노동자, 황영애 전 원풍모방 노동자, 이숙희 전 청계피복 노동자, 신순애 전 청계피복 노동자, 박계현 전 청계피복 노동자, 정명자 전 동일방직 노동자, 유동우‘어느 돌멩이의 외침’ 저자.
 
▲이시백(협력작가, 소설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전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위원장, 권정생 창작기금, 채만식 문학상 수상, 수필집 ‘유목의 전설’, ‘이야기 보부상’(2020), 소설집 ‘누가 말을 죽였을까(2008)’, ‘나는 꽃 도둑이다(2013)’, ‘응달 너구리(2016)’ 등.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