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코로나의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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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는 화려한 언어의 성찬이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대통령이 꿈꾼 '나라다운 나라'의 장래 모습이었다.
3년이 흐른 지금, 대통령의 꿈은 정말 반대가 되고 말았다.
반칙과 불공정은 코로나19 대응에서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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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현실은 정반대라고 했던가. 3년이 흐른 지금, 대통령의 꿈은 정말 반대가 되고 말았다. 정부는 탈원전을 강행하기 위해 월성원전 1호기의 경제성 평가를 조작했다. 월성원전이 시험점수를 조작한 부정행위라면 김해신공항 검증은 채점 기준을 변경해 정답까지 바꾼 희대의 반칙이다. 경제성 항목은 검증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다. 2016년 평가 당시 가덕도신공항이 경제성 과목에서 낙제점을 받자 이번 시험에서 빼버린 셈이다. 꼴찌 가덕도의 성적을 합격권으로 끌어올리려는 꼼수의 전형이다.
반칙과 불공정은 코로나19 대응에서도 등장했다. 정부는 개천절과 한글날 서울 광화문 집회에 경찰 버스 300대로 이른바 ‘재인산성’을 쌓았다. 대통령은 “반사회적 범죄”라고 성토했고, 청와대 비서실장은 집회 주최자들을 “살인자”로 지칭했다. 반면 14일 좌파단체들의 전국 민중대회에는 정부가 마지못해 자제만 당부했을 뿐이다. 당시 코로나 전염병은 신규 확진자가 하루 200명을 넘어선 위험 상태였다. 신규 확진자가 지난달 우파단체의 집회 때보다 세 배 많았으나 방역기준은 더 느슨했다. 그제 신규 확진자가 하루 300명을 돌파해 대유행 조짐에 들어선 것은 방역마저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반칙 탓이 없지 않다.
인간이 코로나의 재앙을 물리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사실 코로나만큼 평등하고 공정한 게 없다. 우선 코로나는 권력자나 재벌, 유명인사를 가리지 않는다. 정파적 이해를 따지는 법도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남자 테니스 스타 노바크 조코비치, ‘번개 사나이’ 우사인 볼트도 줄줄이 바이러스에 걸렸다. 바이러스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방역수칙을 어기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삼는다. 어떠한 특권과 반칙도 없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생명체가 가장 존귀하다는 인간의 위선을 꾸짖고 있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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