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秋 폭주' 언제까지 두고 볼 건가

채희창 2020. 11. 18.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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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법치·반민주 행태 선을 넘어
수사 간섭·개입 사법방해 수준
"정권 위한 검찰개혁" 반발 커
문 대통령 조속히 결단내려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찰개혁’과 ‘민주적 통제’라는 말을 자주 쓴다. 그는 검찰개혁을 명분 삼아 현 정권과 가까운 검사들을 요직에 배치하고,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한 검사들은 좌천시켰다. 검찰의 조직적 반발이 터져 나오면 “민주적 통제가 필요한 기득권 집단”이란 프레임을 씌운다. 서울남부지검장이 “정치가 검찰을 덮었다”며 항의 사표를 내자 국민은 추 장관의 반법치 행태를 절감했다. 검찰개혁, 민주적 통제가 정권 유지를 우선시하는 게 아닌지 의심해야 하는 이유다.

추 장관의 법치·민주주의 무시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 난 벤츠를 보는 것 같다. 수사지휘권·감찰권 남용도 모자라 ‘의도적 망신주기’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찍어내려고 기를 쓰고 있다. 야당이 “광인(狂人) 전략을 구사한다”고 비판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여당 내에서도 “통제 불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최근 피의자의 스마트폰 비밀번호를 강제로 해제할 수 있는 법안(일명 ‘한동훈 방지법’) 제정 검토를 지시한 건 압권이다. 피의자 방어권 보장 및 인권 보호라는 검찰개혁 방향에 역행한다. ‘장관의 명을 거역한’ 한동훈 검사장을 혼내주려다 되레 역풍을 맞고 있다. 오죽하면 정권 친화적인 민변과 참여연대마저 ‘반헌법적 발상’이라며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겠나. 그럼에도 한발 물러설 뿐 법안 추진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당 의원 질의를 계속 끊고 발언하는 추 장관에게 “정도껏 하세요. 좀”이라고 제지했다가 친문 세력에게 된통 당했다. 정 의원은 “원활한 의사 진행을 위해 딱 한마디 했더니 하루 종일 피곤하다. 상식과 합리가 통하는 세상이 돼야 한다”고 한탄했다. 그런데도 추 장관은 “국회에서 장관 모욕주는 건 바꿔야 한다”고 맞받았다. 국회와 국민을 너무 우습게 안다.

좌시할 수 없는 건 수사에 개입하는 문제다. 추 장관은 월성원전 1호기 관련 수사에 대해 “윤 총장이 정치적 야망을 드러낸 이후 수사가 전광석화처럼 진행 중”이라며 “정치적 목적의 과잉, 편파 수사”라고 말했다. 수사팀은 서둘러 “원전 정책 정당성이 아닌 집행 과정 수사”라는 반박문을 내야 했다. 법무장관이 이렇게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건 사법방해 행위다. 선진국에선 사법방해죄로 중벌을 받을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다.

추 장관은 엊그제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차기 대선 출마 관련 질문에 “검찰개혁을 하기 전까지는 정치적 욕망이나 야망을 갖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장관직을 물러난 이후에는 알 수 없다”며 출마 여지를 남겼다. 검찰개혁 성과를 인정받아 더 큰 자리에 도전하겠다는 얘기다. 친문 지지층들의 팬덤에 너무 도취돼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진정한 검찰개혁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보장하는 것이다. 산 권력을 수사하지 못하거나 이를 회피하는 검찰은 존재 의미가 없다. 추 장관의 개혁 방식을 비판하는 검찰 내부망 글에 300명 넘는 검사들이 실명 댓글을 단 게 뭘 말하는가. 여야를 통틀어 대선주자 1위에 현직 검찰총장이 오른 건 추 장관의 ‘윤총장 때리기’가 역효과를 낸 것 아닌가. 국민은 추 장관에게 누구를 위한 검찰개혁인지 되묻고 있다.

여권에서 추 장관을 제지하지 못하는 건 문제다. 정세균 총리는 ‘추·윤 갈등’에 대해 “불필요한 논란이 계속된다면 총리로서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추 장관이 점잖고 냉정하면 좋겠다”고 충고하는 선에서 그쳤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추 장관 스타일의 문제”라고 눙쳤다. 대권주자들이라 친문 세력의 눈치를 보는 탓일 게다. 이달 말 개각설이 나오지만 추 장관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난맥상을 정리할 힘을 가진 건 문재인 대통령뿐이다. 추 장관이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고 있지만 문 대통령은 별다른 말이 없다. 추 장관만이 검찰개혁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믿는 걸까. 대안이 없는 탓일까. 분명한 건 추 장관에 대한 국민의 피로도가 커진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조속히 결단을 내려야 한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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