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의 "김정은 도쿄 올림픽 초청 의향" 주목한다
[경향신문]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가 내년 7월 도쿄 올림픽 기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도쿄로 초청할 의향을 밝혔다”고 말했다. 지난 12~14일 방일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등 정·관계 인사들을 만난 김진표 의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할 의향이 있다면 올림픽 조직위원회를 통해 정식으로 초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답변을 피하면서도 스가 총리가 김 위원장의 방일을 “기회”라고 언급한 점을 환기시켰다. 지난 5일 참의원에서 김 위원장이 도쿄 올림픽 때 방일할 경우 회담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스가 총리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것을 가리킨다.
김 의원 발언의 맥락, 일본의 반응 등을 종합하면 도쿄 올림픽을 한반도·동북아 평화의 모멘텀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에 양국이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정부로서는 2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과 마찬가지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킬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고, 일본도 국제행사의 성공적 개최와 북·일관계의 진전을 위해 김 위원장의 방일을 기대할 것이다. 한·일 양국이 실로 오랜만에 의기투합하는 듯한 모습을 보게 된다.
걱정스러운 것은 정부가 도쿄 올림픽 협력을 위해 한·일관계가 조기 복원돼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듯한 모습이다. 갈등의 핵심인 강제징용 배상에 일본은 꿈적도 하지 않는 반면, 한국 정부만 조바심을 내는 듯한 인상이 짙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일본 기업을 대신해 배상금을 지급하고, 이후 한·일 양국 기금으로 충당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김 의원은 징용배상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는다면 도쿄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봉합하는 방안을 일본 측에 제안했다고 한다. 징용배상 문제와 한반도 평화를 연계하겠다는 것인데 그렇게 풀어나갈 사안인지 의문이다. 코로나19의 재확산 기세를 감안하면 도쿄 올림픽의 개최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런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 방일’은 너무 앞서가는 얘기다. 북한이 초청에 응할지도 두고 봐야 한다.
연내 징용배상 문제를 매듭짓고 싶어하는 정부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원칙하에서 풀지 않으면 2015년 위안부 합의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있다. 한·일관계 복원 노력 와중에 이런 원칙이 약화되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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