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우주에서 먹는 日食 맛은 어떨까

2020. 11. 18.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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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김인권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우주개발 회사인 스페이스X의 유인우주선 리질리언스(Resilience, 회복)에 실린 크루드래건 캡슐이 최근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무사히 도착했다. 스페이스X는 지난 5월에도 NASA 소속 우주비행사 2명을 태워 ISS에 보냈지만, 그때는 시험 비행이었고 이번은 총 4명의 우주인이 6개월간 ISS에 머물면서 식품 생리학 연구, 유전자 실험 등의 다양한 임무를 진행하게 된다.

민간기업이 이뤄낸 이 놀라운 소식은 며칠동안 글로벌 톱뉴스로 다뤄졌는데 그 중 유독 일본 내 주요 언론들이 연일 대서특필을 했고 심지어 TV방송에서는 우주정거장과의 도킹 장면을 생방송으로 보여주기까지 한 것이다. 이유를 살펴보니 이 유인우주선에 공군 대령 마이크 홉킨스 선장과 여성 물리학자 섀넌 워커, 첫 흑인 우주인 빅터 글로버 외에 일본의 우주 영웅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소속 노구치 소이치가 탑승했기 때문이었다.

노구치 소이치의 우주비행 경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매우 화려하다. 노구치는 일본 도쿄대에서 1989년과 1991년에 각각 항공공학 학사,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우주 발사체와 항공기 엔진을 개발하는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중 1996년 JAXA 우주비행사 후보로 선발돼 2005년 미국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를 타고 ISS에 다녀왔다. 2010년에는 러시아의 소유스를 타고 ISS에 한 차례 더 다녀왔다. 노구치는 이번이 ISS로의 세 번째 비행으로, 앞서 탑승했던 미국의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 러시아의 소유스에 이어 리질리언스까지 모두 탑승하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더욱 흥미로운건 이 우주 영웅의 대단한 프로젝트 성공 소식과 함께 한 대기업 편의점 관련 뉴스가 동반 화제가 된 것이다. 전국 프랜차이즈 편의점인 로손의 최고 인기 식품인 '카라아게군'이 이번 우주여행에 같이 동반된다는 뉴스는 크게 이목을 모았다. 가라아게는 전분이나 밀가루를 묻혀 튀긴 음식을 말한다.

'카라아게군'은 로손이 1986년 4월에 출시한 제품으로 작년까지 33년간 누계 판매량 33억개를 돌파한 명실공히 편의점 국민 음식이다. 2017년 2월 로손의 한 사원이 자사 상품을 우주식으로 개발하고 싶다고 제안한 것을 계기로 프로젝트팀이 발동되고 츠쿠바 우주센터와의 협업을 통해 JAXA의 까다로운 기준에 맞춰 카라아게군의 맛을 재현한 동결 건조 제품이 나왔다. 바로 '스페이스 카라아게'다. 장장 3년 9개월만에 탄생한 우주 식품이다. 먹을 때 미세한 가루가 흩날려 기계가 고장나지 않도록 한입 크기이며, 개봉하는 즉시 먹을 수 있게 만들어진 이 제품은 ISS에 장기 체류하는 노구치 우주비행사에게 일본의 맛을 안겨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목적이다.

다만 노구치 우주비행사의 '우주 일식(日食)' 이슈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과 컵라면을 개발한 일본 닛신식품(日淸食品)은 지난 2005년 7월에 디스커버리호에 탑승할 노구치를 위해 '스페이스 라면'을 개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07년 작고한 닛신식품 창업자 안도 모모후쿠(安藤百福) 회장이 당시 95세의 나이에 진두지휘해 만든 이 라면은 무중력 상태인 선실 안에서 공중에 뜨지 않도록 덩어리 면과 액체 스프로 만들어졌다. 섭씨 70도의 물을 넣어 5분 안에 먹을 수 있는 원조 '우주 일식'이다. 이 스페이스 라면은 당시 노구치 우주비행사가 우주에서 컵라면을 먹고 싶다고 먼저 원했고, 안도 회장이 개발에 성공하며 "이제 꿈을 다 이루었다"라고 얘기해 전국민에게 많은 감동을 안겨주었다.

최고 호황시절이었던 지난 70·80년대에 높은 자금력을 무기로 깃발여행 부대를 활용해 전 세계로 스시를 비롯한 자국 음식문화를 전파했던 나라가 일본이다. 이제는 우주에까지 그 영역을 무한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33억개 판매에도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정신, 95세 나이에도 꿈을 이루고자 하는 집념들을 떠올려 보면 일본은 절대 얕잡아 볼 나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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