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공감과 위로의 음악 '포크'의 귀환

김경욱 2020. 11. 18.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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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연프로 '포커스' 라디오 '함춘호의 포크송'
한대수·조동익·김창완 등 포크의 전설 복귀
레트로 열풍과 코로나 우울 장기화에 관심↑
포크음악 경연 프로그램인 <포커스> 포스터. 엠넷 제공

한국 포크의 전성기가 다시 올 수 있을까? 청바지와 통기타, 생맥주로 대표되는 1970년대 청년문화의 중심에는 포크음악이 있었다. 1969년 송창식과 윤형주의 ‘트윈폴리오’ 첫 음반을 시작으로 김민기, 양희은, 서유석, 김세환, 한대수, 김정호, 이장희, 어니언스, 정태춘, 조동진 등을 통해 포크는 당대 주류 음악으로 우뚝 섰다. 한국 음악사에서 포크가 주류였던 시대는 1970년대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포크는 1980년대 해바라기, 시인과촌장, 어떤날 등을 거쳐 1990년대 김광석, 박학기, 여행스케치, 장필순 등으로 이어졌지만, 옛 영광을 되찾지 못했다. 특히 1990년대 들어 서태지와 아이들을 중심으로 한 댄스음악이 열풍을 불러일으키면서 팬덤을 기반으로 한 아이돌 음악이 시장의 주류로 급부상했다. 이런 경향성은 2000년대 들어 더욱 심화했다.

최근 들어 포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복고(레트로) 열풍을 비롯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공감과 위로의 음악이 다시 소환되는 분위기다. 포크 경연 티브이(TV) 프로그램과 포크가 중심이 된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포크 거장들이 속속 복귀하면서다. ‘포크의 귀환’이라 할 만하다.

케이블채널 <엠넷>은 오는 20일부터 포크음악을 주제로 한 경연 프로그램 <포커스>(Folk Us)를 선보인다. “1970~80년대 시대를 위로한 포크송을 재조명하고, 차세대 포크 스타를 발굴해 장르 부활을 이끌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목표다. 포크 가수이자 고 김광석의 막역한 친구였던 박학기를 비롯해 김윤아, 성시경, 김종완, 김필이 심사위원으로 나선다. 방송인 장성규가 사회를 맡는다. 우승자(팀)에게는 상금 1억원을 준다.

지난달부터 방송하고 있는 티비에스(TBS) 라디오 프로그램 <함춘호의 포크송>. 사진작가 조성호 제공

포크 관련 라디오 프로그램도 있다. 지난달 11일부터 일요일마다 방송하는 <티비에스>(TBS)의 <함춘호의 포크송>은 이름처럼 포크를 주제로 하는 음악 프로그램이다. 국내 최고의 어쿠스틱 기타리스트로 손꼽히는 함춘호가 디제이(DJ)로 나서 다양한 포크송을 소개하고 직접 녹음에 참여한 곡의 뒷이야기도 풀어낸다.

전설적인 포크 가수의 복귀도 눈에 띈다. 한국 포크록의 대부인 한대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14일 정규 15집 <하늘 위로 구름 따라>를 발표했다. 스스로 “이번 앨범을 끝으로 음악을 내려놓겠다”고 밝힌 그는 18일 열리는 <함춘호의 포크송> 공개방송에 출연해 청취자와 대면하는 공연을 연다. 그는 이날 공개방송에서 새 앨범에 담은 노래뿐만 아니라, ‘행복의 나라로’ ‘하루하루’ 등 자신의 대표 포크음악도 기타 연주와 함께 라이브로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14일 정규 15집 앨범 <하늘 위로 구름 따라>를 발표한 한대수. 오디오가이 제공

포크 듀오 ‘어떤날’의 조동익도 지난 5월 26년 만에 정규 2집 <블루 필로우>를 공개했으며, 김창완도 1983년 <기타가 있는 수필> 이후 37년 만에 통기타로만 된 솔로 정규 앨범 <문>을 지난달 발표했다. 오는 21일에는 이장희가 데뷔 50주년을 맞아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이처럼 포크음악이 새롭게 조명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는 “인디신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포크음악이 양적으로 빠른 증가세를 보여왔다”며 “포크라는 장르가 기성세대에게는 익숙함을,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움을 주기 때문에 세대를 넘나들며 주목받는 것 같다”고 짚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중이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시대 상황에서 포크음악 특유의 따뜻한 감성과 위로·공감의 메시지에 대중이 호응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포커스>를 연출한 오광석 엠넷 피디는 “1970~80년대 답답했던 시대 상황 속에서 대중에게 힐링과 위로를 준 장르가 포크였다”며 “당시 상황과 코로나19로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겪는 요즘이 시대적으로 맞아 다시 소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돌 음악과 트로트가 장악한 음악 시장에 피로감을 느낀 이들이 포크를 새롭게 소비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함춘호는 “현재 음악 시장이 과도하게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상황”이라며 “특정 장르가 장악한 가요계가 편식을 강요하는 상황에서 포크는 하나의 탈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은석 평론가는 “아이돌 음악과 트로트에 지친 이들에게 익숙하지만 낯설게 다가갈 수 있는 포크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며 “최근의 레트로 열풍도 대중이 포크에 눈을 돌리게 하는 데 한몫했다”고 덧붙였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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