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상흔에서 생명의지 끌어낸 조각가 최만린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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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현대 추상 조각가인 최만린(사진)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17일 별세했다.
파리비엔날레·상파울루비엔날레 등 주요 국제미술전에 참여했으며 삼성미술관·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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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코엑스 앞 '맥' 비롯해 '이브' '태' 대표작
30년 살던 자택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 조성해
지난해 미술관 갖추고 8월 정식개관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 추상 조각가인 최만린(사진)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17일 별세했다. 향년 85세.
지난 1935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한국 근현대 조각, 특히 추상 조각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 ‘한국 추상 조각의 개척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고인은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 미국 프랫인스티튜트에서 수학했다. 서울대 미술대학 교수 및 학장,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역임했고 2001년 서울대 명예교수로 임명됐다.
1958년 한국전쟁의 상흔을 표현한 ‘이브’ 연작으로 명성을 얻은 뒤 1960년대부터 ‘천’ ‘지’ ‘현’ ‘일월’ 시리즈 등 서예 필법과 동양 철학이 모티프가 된 작품을 발표했다. 이후에는 생명의 보편적 의미와 근원의 형태를 탐구하는 ‘태’ ‘맥’ ‘0’ 시리즈 등을 선보였다. 서울 삼성역 한국무역센터 앞에 놓여 세계로 뻗어 가는 한국의 기상을 표현한 대형 조각 ‘맥’ 등 이들 작품은 전국 곳곳에서 공공조형물로도 만날 수 있다.
1997년부터 2년간 국립현대미술관장으로 재직한 고인은 1998년 미술계의 숙원인 덕수궁 분관을 열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파리비엔날레·상파울루비엔날레 등 주요 국제미술전에 참여했으며 삼성미술관·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기도 했다. 고인은 이러한 공로로 2007년 대한민국미술인대상, 2012년 대한민국예술원상, 2014년 은관문화훈장을 각각 받았다.
고인은 지난해 11월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에서 가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기증한 초기작과 대표작들에 대해 “전쟁을 겪고 난 그 시절에 힘들어 ‘죽고 싶다’가 아니라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허물어지고 파괴된 곳에서 부스러기를 모아 복원하듯 흙을 붙이며 내 마음의 조각들을 쌓아올린 것”이라며 “고급 재료도 아닌, 내가 살았던 시대의 흔적일 뿐”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고인은 후세에 남기는 말처럼 ‘근원’에 관한 화두를 제시했다.
“내 평생 생명과 근본을 얘기했습니다. 집 역시 우리가 나왔고 다시 돌아갈 ‘근원’의 그곳입니다. 근원과 근본의 시작은 마음인데, 모든 것은 마음에서 시작하는데 요즘 사람들은 머리에서 시작하고 마음이 따르게 합니다. 가슴은 두고 머리로만 일합니다. 머리는 도구일 뿐인지라 아무리 용써봐야 진리에 도달하는 절대적인 머리는 없습니다. 서구 문명의 영향 같은데 안타까워요. 흙과 마음을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이곳에서, 작품 속에서 얻으시기 바랍니다. 바닷가 조약돌, 흙 부스러기 하나가 만들어져 이곳에 다다르기까지 수 억년이 걸렸습니다. 자연과 마음의 진리를 두드려보세요.”
지난 15일 갑작스런 뇌출혈로 의식을 잃기 전까지도 고인은 찾아오는 제자들을 만나며 교류했고 “로댕은 자신의 미술관이 생기는 것을 보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도 했다고 전한다.
유족으로는 배우자인 성우 겸 배우 김소원씨, 아들 최아사 계원예술대 건축학과 교수, 딸 연극배우 최아란씨가 있다. 빈소는 여의도성모병원, 발인은 19일 오전 8시.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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