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앵글 속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사진기자의 '사談진談']
추 장관의 경우 특유의 웃는 모습을 요즘 신문에서 보기는 어렵다. 분노에 찬 모습이 많다. 장관이 국회나 외부 행사에 나가는 날은 그나마 낫지만 아무 일정이 없는 날 두 사람의 대립이 격화되면 사진기자들은 정부과천청사로 가서 장관의 출퇴근을 기다린다.
장관은 이런 상황을 피하고자 뒷문으로 퇴근하기도 한다. 급기야 장관이 아파트 입구에서 출근 장면을 기다리는 사진기자의 얼굴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상황도 벌어졌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 미국 주류 언론에서 33년간 활동한 한 한국계 사진기자는 “주변 행인들의 통행이나 법무장관의 출근 차량을 몸으로 막으며 촬영하는 방식이 아니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이달 12일에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나온 추 장관이 여당 의원과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이 찍혀 보도됐다.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가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과정에 대해 진상 조사를 하라고 지시하고 한동훈 검사가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는 것을 제재할 법안이 있는지를 검토하라고 한 날 모습이다. 일련의 정책이 무리수라는 비판이 있던 시점에 나온 사진이라 당사자는 웃는 표정을 연출한 듯했다. 하지만 독자들은 이런 표정의 사진을 어색하게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윤 총장의 사진은 더 힘들게 보도되고 있다. 본인이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데다 올 6월까지 보였던 구내식당행 구름다리 유리창이 가려지면서 대검찰청 지하주차장 입구만이 유일한 촬영 포인트다. 윤 총장의 출퇴근 시간에 맞춰 사진기자들은 대검 지하주차장 입구 옆에 대기한다. 검정 필름으로 선팅된 승용차 뒷좌석을 향해 감(感)으로 포커스를 맞춘다. 운칠기삼의 순간이다. 찍는 데 성공해도 표정이 엉망이거나 블랙박스에 얼굴이 반쯤 가려지기 일쑤다. 지방 순시를 가면 멀리 뒷산이나 건물 위에서 초대형 망원렌즈로 그를 찍는다. 동아일보의 경우 800mm 렌즈를 준비해서 충북 진천군의 법무연수원으로 갔었다. 이 렌즈는 북한과 중국 접경 지역에서 북한 꽃제비를 찍을 때 쓰는 것이다. 프로야구나 축구 A매치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초망원렌즈다.
이 렌즈를 꺼내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비상(非常)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뿌연 금단의 땅을 훔쳐보는 느낌이다. 윤 총장의 사진을 지면에서 보는 독자들의 마음도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다.
윤 총장이 처음 언론사 기자들의 카메라에 기록된 건 2013년 6월 즈음이다. 오늘까지 동아일보 데이터베이스에는 모두 2100장 정도의 윤 총장 사진이 저장돼 있다.
개인적으로는 2013년 가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때 외압을 받았다는 사실을 국정감사장에서 폭로할 때 그의 사진을 찍었다. ‘세상에 이렇게 기개 넘치는 검사가 있구나’ 하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선배 검사를 울게 만들었던 그 검사가 나중에 검찰총장으로 임명된다는 소식에 ‘특별한 상황은 특별한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는 사람들과 원칙이 우선인 사람이 과연 한 지붕 아래서 잘 지낼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추 장관은 1985년 8월 1일 ‘여성 판사 추미애의 웃는 모습’이 첫 사진이고 모두 8200여 장의 사진이 DB에 등록되어 있다. 5번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여당 대표까지 지냈으니 뉴스를 몰고 다녔다. 개인적으로 2010년 제18대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시절 국회에서 본보와 단독 인터뷰할 때 여성 정치인의 소신 있는 얘기에 귀를 기울이며 셔터를 눌렀던 경험이 있다.
두 사람 모두 한국 현대사에서 중요한 인물로 남을지 모른다. 합쳐서 1만 장이 넘는 사진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카메라에 기록되고 있는 두 고위공무원의 모습에서 국민은 희망을 보지 못하는 것 같다. 두 사람은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과 활동비를 받는 공복(公僕)이다. 사진기자들이 두 사람을 추적하지 않는다고 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두 사람의 이미지는 이미 충분히 비정상이다. 게다가 지금은 국민들이 전염병과 경제난에 허덕이는 와중이다.
변영욱 사진부 차장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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