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그만두고, 꿈찾아 베스트셀러 작가됐죠

서정원 2020. 11. 1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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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작가 인터뷰
출간 넉달만에 11만부 팔려
지난달 교보문고 월간1위 기염
'꿈을 파는 백화점' 색다른 소재
고단한 현실 현대인을 위한 위로
반도체 엔지니어서 전업작가로
"당연한 것들의 소중함 써보고파"
서울 마포 쌤앤파커스 출판사에서 이미예 작가가 자신의 책을 들고 있다. [김호영 기자]
새콤달콤한 꿈 얘기 하나가 독자들을 홀리고 있다.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단행본 출간 4개월 만에 11만부 넘게 판매되며 선풍적 인기다. 지난달엔 쟁쟁한 책들을 제치고 국내 최대 서점 교보문고 분야 종합 월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기염까지 토했다. 공모전이나 신춘문예에 한 번도 도전해 본 적 없는 신예 작가 이미예(30)의 성취다. 최근 서울 마포에 위치한 쌤앤파커스 출판사에서 만난 그는 "책이 이렇게 잘될 줄 몰랐다"며 얼떨떨함을 감추지 못했다.

"'꿈을 파는 백화점'이라는 색다른 소재에 많이들 관심 가져주신 것 같아요."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꿈부터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악몽까지 온갖 꿈들을 파는 곳이다. 고민을 잔뜩 안고 잠든 많은 사람들이 꿈을 사 가며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썸 타는 여자는 용기 내 고백하고, 창작의 고통에 괴로워하던 남자에게는 영감이 찾아온다. 고단한 현실을 살아가는 독자들은 여기에서 자기 모습을 찾으며 울고 웃는다.

글의 인상과 달리 저자는 이공계 출신이다. 부산대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했고, 삼성전자에 엔지니어로 입사해 반도체 생산설비 관리를 담당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회사생활 속에서도 그는 창작에 대한 꿈을 계속 키워 나갔다. 어릴 때부터 재미있는 책과 영화를 찾아보며 품어왔던 소망이었다. 퇴근하고 짬짬이 써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내일 출근하는 것만 아니라면 조금 더 쓸 수 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결국 마지막 족쇄였던 전세금 대출마저 다 갚고 4년9개월 만에 퇴사해 전업작가로 나섰다.

초기엔 생각만큼 글이 안 나와 후회가 막심했다. 재취업을 시도하거나 사업을 차리는 등 다른 길도 찾아봤다. 다행히 방황이 길지 않았다. 지난해 초 마음을 다잡고 이 작품 집필을 시작했다. 워낙 꿈을 좋아한 나머지 쓰는 것도 꿈이었다. 이 작가는 꿈을 "매일 다른 체험을 공짜로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안 해본 경험들을 하기 위해서 돈과 시간을 많이 들이잖아요? 바로 옆에 꿈이 있는데 말이죠. 하늘을 날 수도 있고, 키웠던 강아지도 다시 볼 수 있어요. 이런 좋은 순간들을 잊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소설의 재료도 그간 꿨던 꿈들에서 가져왔다. 좋은 꿈을 꾸고 난 뒤 그냥 보내기 아쉬웠던 느낌이나 내용들이 도움이 됐다. 책에서 2장 '한밤의 연애지침서'와 4장 '트라우마 환불 요청'은 작가 본인 얘기다. "쓰고 나서 제 맘도 편해졌어요. 저도 시험 치는 꿈 때문에 힘든 적이 있었는데 이를 다룬 4장을 마무리하고 나서는 더 이상 꿈을 안 꾸게 됐죠." 주위 사람들 꿈이나 프로이트 '꿈의 해석' 등 다양한 자료를 참고했다.

작가는 요즘도 매일 꿈을 꾼다. 많이 꾸는 꿈은 하늘을 나는 꿈으로 꼭 육교 높이에서 난다고 한다. 현실에서 꾸는 꿈도 있다. 일상의 행복들을 재조명하는 게 목표다. "매일 잠자고 꿈꾸며 새로운 경험을 하는데도 우리는 별로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죠.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꿈을 잘 꿔서 '오늘 좋았다' '내일 좋을 거다'라고 할 수 있길 바라요. 다른 것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먹는 것, 자는 것, 옆에 있는 부모님 등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의 소중함에 대해서 써보고 싶어요."

지금은 '달러구트 꿈 백화점' 속편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전편에서 평소에 꿈을 좋아하는 사람들, 꿈을 많이 꾸는 사람들을 다뤘다면 후편에선 꿈꾸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 얘기를 들어볼 예정이다. 인터뷰가 끝나고 작가는 총총걸음을 내디디며 집으로 향했다. 하루에 8시간은 푹 자고 일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날 그는 어떤 꿈을 꿨을까, 또 오늘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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