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과 함께 두대의 첼로만으로 연주..임희영 '레어템 음반' 내놓는다

민병무 2020. 11. 1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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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뮬러와 호흡 맞춘 '듀오' 발매..오디션 족집게 레슨책도 곧 출간
첼리스트 임희영이 스승인 필립 뮬러와 함께 호흡을 맞춰 첼로 2대로만 연주한 레어템 음반을 곧 발매한다. [정소희 기자]

[아이뉴스24 민병무 기자] “저에게는 아버지나 다름없는 분이세요. 그런 선생님과 같이 연주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쁘고 즐거워 녹음하는 동안 행복했습니다.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음악가로서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값지고 소중한 경험을 했어요. 또한 첼로의 길을 걷는 후배들에게 가이드 음반이 될 수도 있어 뿌듯하고요.”

첼리스트 임희영이 파리국립고등음악원 시절 스승인 필립 뮬러와 호흡을 맞춰 ‘두 대의 첼로만으로 연주’하는 희귀 레어템 음반을 내놓는다. ‘제자’ 임희영은 글리에르·오펜바흐·포퍼의 곡에서 1첼로를 맡고, ‘스승’ 필립 뮬러는 바리에르의 소나타에서 1첼로를 연주한다. 또한 두 사람은 번갈아 2첼로로 든든하게 뒤를 받치며 사제(師弟) 콜라보 앨범을 만들었다.

임희영은 오는 27일 세계적 클래식 레코딩 레이블 소니 클래시컬(Sony Classical)에서 새 앨범 ‘듀오(Duo)’를 발매한다. 2018년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데뷔 음반 ‘프랑스 첼로 협주곡’과 올해 6월 내놓은 ‘러시안 첼로 소나타’에 이은 국내 세 번째 정규음반이다.

첼리스트 임희영이 스승인 필립 뮬러와 호흡을 맞춘 세번째 정규앨범을 소개하고 있다. [정소희 기자]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홍대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난 임희영은 ‘듀오’ 탄생 스토리를 풀어 놓으며 들뜬 기분을 그대로 드러냈다. 동양인 최초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 첼로 수석과 한국인 최초 베이징중앙음악원 교수라는 빛나는 타이틀을 가졌지만 새 앨범을 이야기할 땐 영락없는 10대 소녀의 모습이다.

“지난해 5월 선생님께서 제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베이징중앙음악원 초청으로 독주회와 마스터 클래스를 하러 오셨어요. 그런데 중국으로 오기 전에 깜짝 제안을 했어요. ‘희영, 피아노 없이 우리 둘이서 첼로로만 연주 한번 해볼래’라며 몇 곡을 미리 선곡해줬죠. 두근두근 얼마나 가슴이 뛰던지. 악보가 닳도록 연습하면서 선생님을 기다렸어요.”

스승과 듀엣으로 연주한다는 굿뉴스를 바이올리니스트인 학교동료 프랭크 양 교수에게 자랑했다. 그러자 양 교수는 “이렇게 프로그램이 좋은데 한번 연주로 끝내면 아쉬울 것 같다. 우리 집에 녹음장비가 풀세트로 있으니 기록으로 남기자”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프로 음반 엔지니어 뺨치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 그가 힘을 보태면서 퍼펙트 음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막상 녹음이 결정됐지만 시간이 문제였다. 필립 뮬러의 베이징 1주일 일정이 너무 타이트해 짬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속전속결이었어요. 리허설 시간도 거의 없었습니다. 베이징중앙음악원 오페라홀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원테이크로 반나절만에 끝냈어요. 식은땀은 좀 흘렸지만 멋진 연주였어요.” 두 스페셜리스트는 환상케미를 이루며 두 대의 첼로가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움의 끝판을 선사했다. 필립 뮬러의 수많은 제자들 가운데 임희영만이 유일하게 스승과 듀오 음반을 발매하는 행운을 누렸으니 1000% 최선을 다했다.

임희영이 스승을 처음 만난 건 예원학교 1학년 때다. 그때부터 필립 뮬러가 한국에 올 때마다 마스터 클래스에 모두 참가했고, 스물두살 때 파리국립고등음악원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가르침을 받았다. 벌써 20년 인연이다.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음에도 이런 끈끈한 음악적 유대감 덕에 완성도 높은 엑설런트 음반이 나올 수 있었다. 백아와 종자기가 보여준 지음(知音)의 경지를 앨범에 고스란히 담았다.

첼리스트 임희영이 스승인 필립 뮬러와 호흡을 맞춘 세번째 정규앨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정소희 기자]

음반에는 모두 4곡이 수록됐다. 글리에르의 ‘첼로 듀엣(Cello Duets Op.53)’은 낭만적이고 몽환적인 표현이 잘 드러나 있다. 서정적이고 감동적인 순간은 물론이고 유머까지 깃들어 있어 숨겨진 보석 같은 작품이다. 오펜바흐의 ‘두 대의 첼로를 위한 듀오(Duo for Two Cellos No.3, Op.52 in C Major)’는 주제가 여러 변주를 거쳐 발전하는 단계를 보여준다.

또한 바리에르의 ‘두 대의 첼로를 위한 소나타(Sonata No.4 for Two Cellos in G Major)’는 바로크 음악 해석에 능한 필립 뮬러의 투명하고 맑은 음색과 명료한 해석이 돋보인다. 포퍼의 ‘두 대의 첼로를 위한 모음곡(Suite for Two Cellos Op.16)’은 눈부신 서정성과 극적 서사의 균형이 조화를 이루면서 고난도의 기교를 요구하는 까다로운 곡이지만 역시 멋지게 소화했다.

“첼로로만 만들어 내는 음악의 묘미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이 앨범을 듣고 ‘첼로 소리가 정말 매력적이다. 처음 듣지만 곡이 참 좋다’라는 여운이 남는다면 정말 보람을 느낄 것 같아요. 그리고 녹음 전에 피아노 반주 없이 첼로 두 대로 연주한 레퍼런스 음반을 찾아보려고 했으나 거의 없었어요. 결국 이번에 발매하는 음반이 후배들에게 참고 음반이 되는 셈이니 그것도 자랑스럽습니다.”

임희영은 앨범 재킷에 나와 있는 선생님은 겉보기에 ‘우락부락 호랑이’ 같지만 다정다감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절대 화를 안내요. 언성을 높이는 것을 단 한번도 보지 못했어요. 다만 티칭방법은 조금 톡특해요. 일단 설명은 해주지만 못알아 들으면 되풀이 하지 않아요. 정신 차리고 똑바로 캐치하라는 뜻이죠.” 눈치빠른 그는 스승의 알토란 비법을 습득하며 세계적 연주자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수 있었다.

필립 뮬러와 그 부인은 슬하에 아들만 셋을 두고 있어 임희영을 딸처럼 보살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해 구내식당과 맥도날드만 들락날락한 고단한 유학시절, 가끔 학생 입장에서는 호사스러운 레스토랑을 데리고 다니고 세일기간에 맞춰 같이 쇼핑을 하러 가는 등 부부는 그에게 좋은 추억을 선사했다. 파리를 떠올릴 때면 늘 고마운 마음이 새록새록 하다고 고백했다. 다만 부인께서 몇 년간 암투병을 하시다 돌아가셔서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때문에 국내에 머문 10개월 동안에도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마포M클래식축제 등 틈틈이 공연활동을 계속한 임희영은 오는 27일 베이징으로 돌아간다. 그날은 세 번째 앨범 ‘듀오’가 발매되는 날이다. 비록 몸은 떠나지만 멋진 음악은 그대로 남겨두고 떠나는 셈이다.

그는 음반뿐만 아니라 또다른 선물도 남긴다. 지난 6월 출간된 ‘임희영의 지상 레슨 시리즈Ⅰ-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에 이어 ‘임희영의 지상 레슨 시리즈Ⅱ-오케스트라 오디션을 위한 엑섭’을 12월에 내놓는다. ‘엑섭(Excerpts)’은 오케스트라의 솔로 파트를 뜻한다. 60곡 정도를 골라 로테르담 첼로 수석 출신의 족집게 노하우를 대방출한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원고를 살짝 보여줬다. 음표 아래에 ‘이 부분에선 이렇게 연주하고, 저 부분에선 저것을 강조하라’ 등등 깨알팁이 가득하다. 꼼꼼한 성격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상투적인 표현이기는 하지만 첼로의 매력은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닮았다’는 점입니다. 저음부터 고음까지, 바리톤부터 소프라노까지 풍부한 음악을 들려줍니다. 줄에 활이 닿으면서 소리가 울리면 온몸으로 따뜻한 기운이 퍼집니다. ‘아 나는 악기와 한몸이구나’ 짜릿한 희열이 느껴집니다. 제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이런 카타르시스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솔리스트 임희영’으로 다가가겠습니다.”

민병무기자 min6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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