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경영 위해 산 자사주가 9억 올라" 표정관리하는 HMM 경영진

권오은 기자 2020. 11. 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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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톡톡]

"방심하면 안돼" 자제하자는 내부 분위기
머스크발 경쟁 격화 가능성은 우려 요인
정부 집중 지원에 ‘특혜’ 논란도 부담

HMM(옛 현대상선(011200)) 임직원들은 최근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유례없는 컨테이너 선박 운임 강세에 실적도 덩달아 좋아졌는데, 그런 만큼 수출기업의 어려움도 커졌기 때문입니다. 너무 좋아하면 역풍이 불 수 있다는 것입니다.

HMM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2771억원으로, 2분기 연속 흑자 달성에 성공했습니다. 지난 2분기는 21분기만의 첫 흑자에 HMM은 물론 해양수산부까지 환호하기도 했었죠. 2분기 연속 흑자에 2010년 이후 10년 만에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16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선이 화물을 선적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실적이 좋은 것은 물론이고, 향후 실적은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힘입어 HMM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HMM은 1만5250원의 52주 신고가도 새로 썼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해운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지난 3월 23일 종가 기준 2190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7배가량 뛴 것입니다.

주가 급등으로 가장 주목받는 사람은 배재훈 HMM 사장입니다. 배 사장은 취임 이후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지난해 5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22차례 자사주를 사왔습니다. 배 사장은 총 3억여원을 들여 HMM 주식 8만3645주를 매입했는데, 배 사장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12억원을 넘어섰습니다. 배 사장이 자사주를 당장 팔지는 않겠지만 약 9억원의 평가차익을 낸 것이죠.

HMM의 실적 개선은 저유가로 비용은 줄어든 데 비해 컨테이너선 운임은 치솟았기 때문입니다. 세계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 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는 지난 13일 기준 1857.33으로, 일주일 만에 11.6% 올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바꿔 말하면 수출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뜻입니다.

HMM이 지난 13일 올해 3분기 실적을 공시하며 기자들에게 보낸 1400자 분량의 설명자료에서도 이같은 상황을 읽을 수 있습니다. 실적을 설명한 분량(600자)보다 최근 선박대란으로 인한 국내 수출기업의 어려움을 돕기 위한 방안과 향후 전망에 더 많은 분량(800자)을 할애했습니다. 국내 수출업계에서 "배를 구하기도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데 자축할 수만은 없었던 셈입니다. 지난 2분기 실적을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이 나서서 발표하던 때랑은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습니다.

표정 관리를 해야 할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설립한 한국해양진흥공사가 HMM에만 너무 많은 지원을 몰아주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여당 소속 의원이 나섰습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양진흥공사가 지난 9월 말까지 82개 선사에 대해 지급한 지원금액 6조5040억원 중 63%인 4조1280억원이 HMM 한 곳에만 지원됐다고 밝혔습니다. 선사별 평균 지원금액은 293억원인데 HMM에 대한 지원규모는 141배 수준이라고도 했습니다. HMM이 "국민들과 정부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이번 실적개선이 가능했다"고 밝힌 것이 단순한 공치사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미국 LA항의 HMM 컨테이너선. /HMM 제공

앞으로 세계 해운시장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는 점도 HMM이 웃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HMM의 선복량은 현재 기준 71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세계 8위 수준입니다. 올해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을 인수하면서 순위가 올랐습니다. HMM이 내년에 1만6000TEU급 8척을 추가로 받으면, 선복량은 85만TEU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업계에선 이같은 변화를 "이제 막 경기장에 올랐다"고 표현합니다. 한진해운이 2017년 파산한 이후 사실상 세계 무대에 끼지도 못했던 우리나라 국적 선사가 다시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게 됐다는 의미입니다.

글로벌 해운시장은 선사 간 인수·합병(M&A)으로 주요 20개사에서 10개사로 재편된 상황입니다. 글로벌 해운전문조사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5대 컨테이너 회사의 점유율이 65%입니다. 그만큼 시장 지배력이 커졌다는 뜻입니다. HMM도 올해 세계 3대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에 가입했지만, 동맹 안에서의 목소리는 아직 크지 않은 상황입니다.

M&A를 넘어 새로운 경쟁이 도래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특히 1위 업체 머스크는 중소형 컨테이너선을 이용한 근해 영업과 육상물류까지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머스크 주도로 시작됐던 초대형 컨테이너선 경쟁이 다시 머스크의 전략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머스크는 2016년 이후 수익성 제고를 추진하면서, 기업 전략도 ‘항구에서 항구까지(port to port)’가 ‘항구에서 문까지(port to door)’로 전환했습니다.

예를 들어 머스크는 지난 9월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이용한 아시아-유럽 간 복합물류서비스 ‘AE19’를 1주일에 1편으로 확충했습니다. 도입 1년여만입니다. ‘선박 대란’으로 수출길이 막히자 국내 대기업도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합니다. 머스크는 지난 12일부터는 AE19를 1주일에 2편으로 더 늘렸습니다. 기대보다 이용하는 화주가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다변화되는 시장 앞에서 HMM은 "우량 화주 확보, 운영효율 증대 및 비용절감 방안을 더욱 정교화해 글로벌 선사 수준의 사업 경쟁력을 갖춰 나가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올해 HMM이 카카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해운업의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것도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것입니다. 경기장에 오른 HMM의 진짜 실력은 어떨지 내년을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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