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문서 때문에 '아래아한글' 안 사도 된다는데..

김윤희 기자 입력 2020. 11. 16. 15:42 수정 2020. 11. 17.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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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공공기관 문서 서비스 혁신, 성과와 과제 (상)

(지디넷코리아=김윤희 김민선 기자)전국민에 보편적으로 제공돼야 할 공문서가 비(非)표준 포맷인 'HWP'로 유통되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왔다. 더구나 데이터 경제가 주목받으면서 폐쇄적인 HWP 대신 개방형 문서표준포맷(ODF)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일자 중앙 정부와 개별 부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공문서 서비스를 혁신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각각의 세부 내용과, 바람직한 정책 방향성은 뭘지 모색해봤다. [편집자주]

HWP의 약점은 윈도가 아닌 타 운영체제(OS)를 사용하거나, 아래아한글 외 문서편집 SW를 쓰는 사용자에게 문서 내용을 원활히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HWP 파일을 아래아한글이 아닌 다른 문서 SW로 열 때 문서 내용이 제대로 보이지 않고 깨져보이는 이유다.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사용자라면 대국민을 대상으로 배포되는 공문서를 보기 위해 PC 환경별로 아래아한글 버전을 따로 구입해야 한다. 가령 '맥OS'나, 'MS 워드'를 쓰는 사용자일 경우 공문서를 보기 위해 별도의 수고와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공문서 서비스가 차별적이라는 것은 이 뜻이다.

2018년 3월까지 21개 중앙정부부처가 온나라시스템 클라우드로 전환할 계획이다. 전환 이후 공문서 편집 소프트웨어가 PC에 설치된 상용SW에서 웹기반으로 바뀌며, HWP대신 ODT 포맷을 쓰게 된다. [사진=Pixabay 원본 편집]

차별적인 공문서 서비스가 국민에게 직접적으로 와닿는 피해라면, 간접적으로 발생한 피해도 있다. 공문서에 접근하기 위해 사용자가 아래아한글을 사야 하기에 정부가 특정 민간 기업(한글과컴퓨터)의 영업을 돕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비표준 포맷의 문서 파일은 빅데이터 분석에 바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공공 데이터 활용 측면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런 불만들은 ODF, 이 중에서도 텍스트 문서 형식인 'ODT'로 공문서 포맷을 바꿔달라는 건의로 모아졌다. 국제 표준 포맷이라는 특성상 어떤 환경에서든 문서를 열람·편집할 수 있고, 따라서 '울며 겨자먹기'로 아래아한글을 구매해야 하는 경우를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에도 용이하다.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명확한 대안임에도 공공기관에서의 ODT 채택은 지지부진했다. 이에 대해선 공무원들의 보수적인 업무 문화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십년간 정해진 서식에 맞춰 아래아한글로 문서를 작성, 배포하는 것에 익숙해진 상황이다.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이런 문제를 외면하진 않았다. 다만 일선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문서 이용에 따르는 불편과 문제를 점진적으로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ODT 전면 도입 대신 다른 해결책을 모색했다.

HWP 대안 'ODT' 공문서, 왜 보기 힘들까

공무원이 처한 업무 환경은 소속 기관에 따라 다양해 정확히 규정하기 어렵다. 다만 현재도 일부에서는 ODT 포맷의 공문서 작성 및 유통이 이뤄지고 있다.

이를 국민이 체감하기 힘든 이유는 주로 공공기관 내부에서 유통되는 문서에서 이같은 변화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공문서 관리 시스템이 개편되면서 ODT로 공문서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지난 2017년 10월 행정안전부는 행정문서관리시스템 '온-나라 문서' 2.0 버전을 공개했다. 2.0 버전은 클라우드 기반의 웹 표준 환경으로 구축됐다. 이 시스템에서 공문서는 웹에서 바로 작성, 결재된다. 국제 표준인 ODT와 PDF 포맷도 지원한다.

정부 온나라 문서2.0의 기반이 웹표준을 따르면서 다양한 운영체제와 브라우저에서도 작동한다.(사진=행안부 클라우드 온나라 시스템 운영 자료)

행안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온-나라 문서 시스템 사용기관 총 294개 중 73개 기관이 2.0 버전을 도입했다. 연말까지 5개 기관이 추가될 예정인 것을 감안하면 3년에 걸쳐 공공기관 중 26.5%가 2.0 버전을 도입한 셈이다. 중앙부처(급) 기관과 위원회 급 기관은 보급이 완료됐고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온-나라 문서 2.0을 쓰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에게 배포되는 공문서가 ODT인 경우는 찾기 쉽지 않다. 바꿔 말하면 ODT를 써야 하는 환경이 아닌 이상 ODT 형태의 공문서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기도 하다.

일례로 중앙 부처의 보도자료 배포 현황을 살펴보면, HWP 파일을 기본으로 제공하면서 바로보기 뷰어를 지원하거나 PDF 파일을 함께 제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경우 문서 조회는 누구나 가능하지만, 내용 편집에는 제한이 있다. ODT 파일을 함께 배포하는 경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뿐이었다. 환경부의 경우 바로보기 뷰어도, PDF 파일도 제공하지 않아 아래아한글 사용자만 문서에 접근할 수 있었다. "익숙하기 때문에" HWP 파일로 작성, 배포한다는 게 중앙 부처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각종 신청서처럼 내용을 기입한 뒤 제출하는 공문서도 HWP로 배포돼 사용자 불편을 낳았다. 이는 문서 열람만 지원하는 바로보기 뷰어나 PDF 파일 제공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문제다.

온나라 문서2.0 상 문서들은 ODF 포맷으로 저장·유통된다.(사진=행안부 클라우드 온나라 시스템 운영 자료)

실제로 이런 불편을 겪던 정원혁 디플러스 대표는 지난 2018년 공문서가 HWP 포맷으로만 유통되는 상황을 해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등록하기도 했다.

강연가로 활동하는 정원혁 대표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관련 강의 요청이 들어오면 공공기관에 필요한 서류들을 제출해야 하는데 이를 HWP 파일로 요구한다"며 "이런 서류들은 대국민을 대상으로 한 문서 파일인데도 아래아한글을 사용자가 아닌 사람은 쓰지 말라는 식의 대응인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분석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비표준 포맷인 HWP가 공공기관에서 빈번히 사용되고 있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표했다. 정 대표는 "HWP로 쓰여진 공공기관 문서는 기계가 읽을 수가 없기 때문에 수많은 데이터들이 버려지는 셈"이라며 "HWP 문서를 데이터로 활용하기 위해선 광학문자인식(OCR) 기술로 내용을 판독하고, 판독한 데이터를 또 저장해야 돼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ODT 전면 도입 쉽지 않아"…현장 혼란·공문서 포맷 일시 전환 부담

행안부가 문서 관리 시스템을 웹 표준으로 개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향후 공공기관에서의 ODT 사용 확대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실상은 달랐다. 그보다는 '공문서에 접근하기 위해 아래아한글을 사야 하는 상황'에 초점을 맞춰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지난해 8월 행안부가 무료 배포한 공공기관 제출용 HWP 문서 편집 SW '공공서식 한글'이 그 일환이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가정용 기준 6~8만원 상당에 달하는 한글 유료 프로그램을 구입하지 않아도 문서를 작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SW도 윈도 버전만 배포돼 다양한 사용자 환경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 HWP 포맷의 한계를 동일하게 지녔다. 때문에 실질적인 대안으로 보기 어려웠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2018년 온나라 문서2.0에 웹기안기를 도입해 기존 HWP로 생성되던 문서를 ODT로 저장할 수 있도록 했다.(사진=행안부 클라우드 온나라 시스템 운영 자료)

이후 1년여가 흐른 지난달 말에는 공문서 제출 사이트인 '문서24'에 웹 서식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법령정보센터에 저장된 법정 서식 27만종을 웹사이트 상에서 작성하고, 제출할 수 있게 했다.

문서24 웹 서식 기능은 한글과컴퓨터의 '웹한글 기안기' 서비스를 통해 제공된다. 이를 통해 어떤 사용자든 HWP 포맷인 법정 서식을 편집할 수 있게 했다. 웹 기반 서비스라 포괄적인 사용자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공서식 한글에 비해서는 편의성이 향상된 셈이다.

행안부가 HWP 공문서에 대해 주된 해결책으로 언급되던 ODT 채택 대신 이같은 대응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행안부는 HWP에 친숙한 공무원 문화 등을 고려할 때 ODT 전면 도입은 당장 시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고 답했다. 여기에 HWP로 작성된 기존 법정 서식들을 ODT로 변환하는 것은 단기간에 수행하기 어려운 작업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행안부 정보공개정책과 관계자는 "국제 표준을 준수하고, 특정 SW에의 종속 가능성을 배제하며, 공공 기록의 보존성을 확보하는 취지에서 온-나라 문서에 ODT 웹 기안기를 도입한 바 있다"면서도 "HWP가 표준처럼 쓰이고 문서 레이아웃을 중시하는 기존 사용 관행, 현존 법정 서식 27만여종에 대한 포맷 전환 부담 등으로 인해 현재까지 공문서 전반에 ODT 사용 문화가 뿌리내리진 못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ODT라는 포맷이 낯설기 때문에 전체 공문서에 갑자기 도입된다면 문서를 작성하는 공무원과, 공문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문서의 개방성과 데이터 활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ODT 전면 도입 여부를 지속적으로 검토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편에 계속...

김윤희 기자(kyh@zdnet.co.kr)

김민선 기자(yoyoma@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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