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성환 감독 "새 시즌 이미 시작, 놀 수 없고 놀고 싶지도 않다"

임성일 기자 2020. 11. 14.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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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을 어렵사리 구해낸 조성환 감독은, 다시는 이런 어려움을 겪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아니다. 지금도 사무실에 나와서 일하고 있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기는 하지만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시즌은 벌써 시작됐다"

잔류를 확정하면서 K리그1 2020시즌을 마친 지 대략 2주가 흘렀다. 쉬고 있냐는 질문에 조성환(50) 인천유나이티드 감독은 펄쩍 뛰었다. 무슨 말이냐며 다시 바쁘게 뛰고 있다고는 했으나 목소리는 확실히 밝아져 있었다.

14라운드까지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던 팀의 지휘봉을 잡은 뒤 이후 13경기에서 무려 7승을 올리며 극적인 잔류를 성공시킨 조성환 감독은 13일 오후 뉴스1과의 통화에서 "끝이 아니라 바로 시작이다. 곧바로 내년 구상에 돌입해 머리가 복잡하다"면서 "올해 같은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쉴 틈이 없다. (제주유나이티드에서 물러난 뒤)1년 3개월 놀아서 놀고 싶지도 않다"며 유쾌한 근황을 전했다.

결과적으로 올해도 인천의 생존 본능은 발동됐고 잔류DNA가 가을을 뒤덮으면서 강등의 철퇴를 피했다. 매년 드라마를 쓰고 있는 인천이지만 '정말 올해는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으니 보고도 믿기지 않던 성과다. 조성환 감독 입장에서도 쉽지 않았던 도전이다.

지난 2015년 제주 지휘봉을 잡으면서 처음으로 프로팀 감독직에 오른 조 감독은 2016년 3위, 2017년 준우승, 2017년 ACL 16강 등 의미 있는 결실들을 만들어나갔다. 그런데 2019년 들어 좀처럼 성적이 나질 않았고 결국 개막 후 9경기 연속 무패(4무5패)의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해 5월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조 감독이 앞서 "1년3개월 놀았으니"라고 표현한 이유다.

떠나는 모습이 좋지 않았기에 2번째 팀에 대한 고민이 적잖았다. 그는 "제주에서의 4년 반, 5년 동안 내가 일군 것들을 인정해주는 클럽이 불러준다면 무조건 간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게 인천이었다. 워낙 힘든 상황이었으니 나도 난감하기는 했다"며 웃었다.

그는 "승점만 벌어져 있는 줄 알았는데 선수들의 자신감이나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주위에서도 모두 안 될 것이라 이야기하는 암울한 상황이었다"면서도 "그래서 오기 같은 게 생기더라. 모두가 안 된다고 말하는 팀을 잔류 시키고 싶은 강한 의욕이 생겼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 독기가 결국 꽃을 피웠다.

기적 같은 일을 일궈냈으나 조 감독은 "사실 잔류를 했는데 축하한다는 말을 듣는 게 어색했다. 수고했다는 말은 받아들일 수 있으나 축하한다는 말이, 고마우면서도 쑥스럽기도 했다"면서 "어쩌다 한 번 이런 극적인 스토리를 쓴다면 리그에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될 순 있겠으나 인천의 팬들이나 구성원들에게는 잔인한 시간이었다.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서 개선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워낙 신중한 타입인 조 감독은 "2003년 창단 후 지금껏 많은 분들의 노력 속에, 또 인천시의 지원 속에 구단이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그 노고에 대해서는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해마다 겪고 있는 어려움은 생각해봐야한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단 시일 내에 확 바뀔 수는 없고 또 손을 거쳐야할 일도 많으나 기본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풀어가야한다는 입장이다.

조 감독은 "사실 기본 인프라가 부족하다. 클럽하우스도 없다. 선수들이 훈련에만 전념하고 축구만 생각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되지 않았다. 연습구장 컨디션도 나쁘고 선수들이 훈련 후 먹고 쉴 공간조차 없다"면서 "클럽하우스가 없어서 매번 강등권에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기본적인 배경은 해결해야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약속도 받아냈다.

그는 "시에서 빠른 시일 내에 클럽하우스 착공 계획을 잡고 있다. 시의 의지가 세워진 상태"라면서 "그냥 먼 훗날 약속이 아니다 다행히 근 시일 내에 해결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고무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조 감독은 "다가올 겨울에는 투자를 좀해서 좋은 선수를 영입하고 싶다. 내년에도 이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한 지출 아닌 투자다. 동시에 중장기 비전을 갖고 젊은 선수들을 발굴,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자생력을 갖춘 팀이 되도록 앞을 내다본 플랜을 짜고 있다"고 큰 그림을 설명했다. 시즌이 끝나고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이유다.

그래도 신나게 땀 흘릴 수 있는 배경이 마련됐으니 힘들어도 힘이 들지 않는 조성환 감독과 인천이다.

조 감독은 "K리그2의 수준을 보면, 그 어떤 팀도 곧바로 승격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1부에 남아)시행착오 없이 팀을 정비할 수 있게 됐으니 나도 당연히 기쁘다"면서 "그동안 많이 힘들었을 인천 팬들에게 잔류라는 작은 선물을 드릴 수 있어서 감독으로서 기분이 좋다. 두 번 다시 이런 위기를 겪지 않게끔 노력해야한다. 내년 시즌 막바지에는 편안하게 5경기(스플릿라운드)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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