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뻗어나가는 K팝, 문화 전유 돌아봐야 할 때[이슈와치]

박은해 2020. 11. 13.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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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박은해 기자]

K팝과 K팝 아이돌이 다양한 문화권에서 사랑받으면서 그들을 둘러싼 '문화 전유' 논란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2020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글로벌 한류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해외 한류콘텐츠 소비자들은 한국 하면 가장 많이 떠올리는 연상 이미지로 K팝을 꼽았다. K팝 응답 비율은 18.5%로 한식, 드라마, IT 산업 등의 키워드를 가뿐히 상회했다.

그뿐만 아니라 가온차트 조사 결과에 따르면 K팝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수도 해외 국가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블랙핑크,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등 인기 K팝 그룹들은 한국을 제외한 유튜브 조회수 글로벌 비중이 90% 이상에 이른다. 방탄소년단은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메인 차트인 핫100 1위를 차지했고, 국내 K팝 앨범의 해외 판매량도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K팝이 전 세계적인 인기와 영향력을 보여주자 K팝 아이돌의 문화 전유 문제는 다양한 방면에서 부각되기 시작했다. '문화 전유'는 어느 한 문화집단 구성원이 다른 문화집단의 전통문화와 정체성을 사용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대표적인 문화 전유 사례로는 블랙 페이스 분장, 화이트 워싱(대중매체에서 유색인종 캐릭터에 백인을 캐스팅하는 것), 미국 원주민 분장 등이 있다.

오마이걸 유아의 '숲의 아이' 뮤직비디오에는 원시 숲을 배경으로 아메리카 원주민을 연상케 하는 스타일링과 소품이 전면에 등장한다. 태초의 자연에서 오는 순수함을 노래하려는 의도였지만 일부 해외 K팝 팬들은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숲의 아이'는 원주민 문화를 차용했을 뿐 아니라 다른 문화권에 속한 사람 기준에서 원주민을 신비로운 존재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레게머리를 한 아이돌도 여러 번 해외 팬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가수 현아는 SNS에 레게머리를 한 사진을 올렸다 흑인을 조롱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룹 에이티즈는 레게머리 콘셉트를 선보였다 비판을 받자 "다른 문화를 비하하거나 상업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하면서 향후 활동에서 헤어 스타일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룹 블랙핑크는 '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에서 힌두교 신 중 하나인 가네샤 조형물이 논란이 되자 해당 조형물이 이미지를 삭제했다. 최근에는 가수 우즈(조승연)가 새 앨범 콘셉트 포토에서 인디언 머리 장식을 착용했다 해외 팬들의 시정 요구를 받았다. 이에 우즈 측은 문제를 인지하고 해당 머리 장식 사진을 모두 삭제했다.

K팝 아이돌의 문화 전유가 비판받는 것은 단순히 신비로운 분위기와 예술적 효과를 위해 다른 문화의 정체성과 다름없는 요소들을 가져와 사용하기 때문이다. 영화 '기생충'에서도 인디언 문화와 분장이 등장하지만 문화 전유라는 비판을 받지 않았다. 부유층인 박사장(이선균 분) 아들 다송(정현준 분)이 심취한 인디언 문화와 빈민층인 기택(송강호 분) 인디언 분장의 대비는 원주민을 몰아내고 미 대륙을 차지한 백인과 사회 하층민으로 전락한 인디언의 삶을 함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문화 전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타 문화 분장을 지양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문화 전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아직 부족한 상태다. 논란이 된 레게머리, 미국 원주민 분장 및 머리 장식, 힌두교 조형물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예민하다" "나쁜 의도로 사용한 것도 아닌데 유별나다"는 반응도 다수를 차지했다.

한편으로는 문화 전유에 대한 대중 인식이 한층 성장하고 있는 면도 존재한다. 지난 8월에는 방송인 샘 오취리가 의정부고의 관짝소년단 블랙페이스 분장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공개적인 토론의 장이 마련됐다. 최근에는 중국 게임사가 제작한 게임 '샤이닝니키'가 한복은 중국 전통문화라는 중국 유저의 주장을 받아들여 국내에서 게임 서비스를 종료하며 사회적 공분을 샀다. 일부 누리꾼들은 트위터에서 한복은 한국의 전통 의상이라는 메시지를 확산시키는 챌린지를 진행했다. 문화 전유의 양 입장을 골고루 경험하며 타 문화 존중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된 것이다.

K팝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K팝과 K팝 아이돌이 수많은 나라의 다양한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도 막대하다. K팝이라는 하나의 문화를 전파하고 향유하는 주체로서 타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블랭핑크 '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영화 '기생충' 스틸 이미지/위에화엔터테인먼트/KQ엔터테인먼트/유아 '숲의 아이' 뮤직비디오/샤이닝니키)

뉴스엔 박은해 p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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