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마를 지경" 최악의 전세난.. 정부 "참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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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가 이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가. 피가 마를 지경이다."
신혼 2년차 A(39)씨는 10일 "(임대차)제도 변경에 따른 일시적 영향은 감내하고 참아 달라"는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의 전날 발언에 분개했다.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등을 담은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100여일을 넘기면서 시장 혼란이 극에 달하고, 고통받은 실수요 서민이 넘쳐나지만 정부는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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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전셋값 석달째 상승
내년 입주물량 줄어 장기화 우려
신혼 2년차 A(39)씨는 10일 “(임대차)제도 변경에 따른 일시적 영향은 감내하고 참아 달라”는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의 전날 발언에 분개했다. 그는 서울 성동구에서 4억1000만원짜리 전용 59㎡ 아파트에 전세를 살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퇴거를 요청해 새 집을 알아보는 중이다. 2년 내내 큰 변동이 없던 같은 아파트 전세가는 최근 6억원대로 급상승했다. 지난 7월 말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의 변화다. 그나마 매물도 없다. 여윳돈이 넉넉지 않아 주변 빌라 전세를 알아보고 있다는 A씨는 “내 가족이 새 임대차법의 희생양이 된 것 같다”고 억울해했다.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등을 담은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100여일을 넘기면서 시장 혼란이 극에 달하고, 고통받은 실수요 서민이 넘쳐나지만 정부는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는 민간의 경고를 무시하고 임대차법 개정을 밀어붙인 정부·여당에 대한 비난도 고조된다. 설상가상으로 내년과 내후년 신규 주택 입주물량 감소 등이 예상돼 전세난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말 새 임대차법 시행 직후인 8월3일부터 지난 2일 사이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1.28% 올랐다.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 0.17%의 10배 가까운 수치다. 0(공급우위)∼200(수요우위) 사이의 지수로 표시되는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 동향은 지난 2일 130.1로 이 기관이 관련 자료를 내기 시작한 2012년 7월 이후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새 임대차법 시행 시기부터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문재인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20여 차례 대책에서 거주의무, 보유·거래세 규제 등을 강화해 시장에 매물이 씨가 마른 상황에서 임대차법까지 급히 바꾸면서 극한 혼란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당장 매물이 없는 현재의 임대차 시장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방법은 누구도 없을 것”이라며 “정부 쪽에서 흘러나오는 매입임대 활용 등의 방안도 일시적으로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다 해도 기대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1989년 전세계약을 1년에서 1+1년으로 바꿨을 때 마침 1기 신도시 입주 매물이 쏟아져 나와 1년여 만에 전세난이 해결된 것처럼 이번에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 3기 신도시 물량이 나올 때까지 전세난이 계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세난에 숨통을 틔워 줄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마저 계속 줄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의 입주물량은 2만6940가구로 올해(4만8758가구)보다 44.7% 급감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입주물량이 많이 부족해 적어도 내년까지는 임대차시장 혼란이 이어질 것 같다”며 “임대차법 개정을 주택 공급이 많을 때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던 게 패착”이라고 말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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