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문재인 대통령, 5조원대 론스타 ISDS 소송 직접 챙겼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한국 정부간에 진행 중인 5조원대의 투자자-국가간 소송(ISDS) 사건의 진행 경과를 직접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새 중재재판부가 들어서면서 소송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우리 정부의 대응방안과 향후 계획을 직접 점검한 것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9월말 문 대통령에게 직접 ISDS 대응 진행 경과를 보고했다. 이번 보고는 문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다. 지난 8월 법무부에 신설된 국제분쟁대응과가 직접 문 대통령에게 관련 사항을 보고하는 방식이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난 8월 국제분쟁대응과 신설과 ISDS 대응 현황을 언론에 브리핑한 내용을 중심으로 보고가 이뤄졌다"고 했다.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ISDS는 모두 8건인데 이 중 5건이 아직 진행 중인 상태다. 이 중에서도 2012년에 론스타가 제기한 ISDS가 규모와 영향력 면에서 모두 관심을 끈다. 문 대통령에 대한 법무부 보고도 론스타 사건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론스타 사건은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매각 승인을 부당하게 지연하고, 차별적인 세금 부과 조치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ISDS를 제기한 것을 말한다. 론스타가 요구한 배상 금액은 46억8000만달러(약 5조5552억원)에 달한다. 론스타와 한국 정부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증거자료를 제출하고 4회에 걸쳐 심리기일을 진행하며 맞섰다.
하지만 론스타 사건의 중재재판부는 심리 절차를 마치고도 절차종료선언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중재재판부를 이끌던 조니 비더 의장중재인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하면서 소송도 새국면에 진입했다. 지난 6월 캐나다 대법관을 지낸 윌리엄 이안 비니가 새로 의장중재인에 선임되면서 중재 절차도 재개됐다. 새 중재재판부는 지난 10월 15일과 16일 양일에 걸쳐 비디오 콘퍼런스 방식으로 한국 정부와 론스타의 입장을 듣는 질의응답(hearing) 절차를 진행했다.
우리 정부도 지난 8월 ISDS를 전담하는 조직을 법무부에 신설하며 중재 절차 재개를 준비했다. 지난 8월 4일 출범한 법무부 국제분쟁대응과는 변호사만 14명이 들어간 실무형 조직이다. 우리 정부가 연루된 국제분쟁과 중재 수행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간 정부는 론스타 사건이 시작된 이후 소송 내용을 철저하게 비공개로 하는 '밀실주의' 원칙을 유지했다. 지난 8월 법무부에 전담조직이 꾸려진 뒤부터는 소송 경과를 언론에 브리핑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강성국 법무부 법무실장은 지난 8월 브리핑에서 "(중재재판부의) 절차종료선언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지면 이를 신속하게 국민들께 공개하겠다"며 "8년 가까이 마무리되지 못한 론스타 사건을 포함해 기존 ISDS 사건에서 최선을 다해 대응하겠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론스타 사건이 내년 하반기에는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승소를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한쪽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는 경우가 드문 중재재판의 특성상 론스타가 일부 승소만 하더라도 한국 정·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여러 정권에 걸쳐 론스타 사건이 진행됐기 때문에 여야 할 것없이 정치권에서 치열한 책임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론스타 사건 중재재판이 다시 속도가 붙은 시점에서 문 대통령이 ISDS 대응 진행 경과를 직접 챙긴것도 이런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와의 중재재판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재판이 언제 끝날지는 중재재판부의 결정에 달려 있어 예상하기 힘들다"며 "하지만 재판 결과의 후폭풍이 얼마나 거셀지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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