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포·비보·샤오미 뜬다는데.. 韓 디스플레이 업계 근심 가득한 이유
[바이든 시대]
고가뿐 아니라 중가서도 '플렉시블 OLED' 최대 고객사 화웨이
오포·비보·샤오미가 빈자리 채운다지만… 수익성 안 좋은 중저가형
中 BOE 현지서 물량·가격 공세… '큰손' 애플도 공급선 추가 적극 검토
"성장세 주춤할 플렉시블 OLED, 경쟁 치열해질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 화웨이 제재를 이어갈 가능성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디스플레이 업계는 주력이던 스마트폰용 플렉시블(Flexible)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성장세가 주춤할까 우려하고 있다. 화웨이를 대체할 스마트폰 업체들이 플렉시블 OLED보다는 주로 중저가 스마트폰에 적용하는 리지드(Rigid·딱딱한) OLED를 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리지드 OLED가 디스플레이 하부 유리기판 보호 역할을 하는 봉지 재료를 유리로 한다면, 플렉시블 OLED는 유리 기판 대신 폴리이미드(PI)를 사용하고, 유리 봉지 대신 얇은 필름인 박막봉지(TFE)를 활용한다. 형태를 자유롭게 구현하려는 이른바 폼 팩터 혁신은 이 플렉시블 OLED로만 가능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애플, 화웨이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업체들은 플렉시블 OLED를 채택해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중국 BOE 정도가 대표적인 공급업체다.
10일 업계를 종합해보면, 중국 내 700달러(약 78만원) 이상의 고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화웨이 빈자리를 애플이, 그 이하 중저가 모델에서는 중국 현지 스마트폰 업체인 오포·비보·샤오미가 반사이익을 볼 전망이다. 해외시장에서는 화웨이가 주로 250달러(약 28만원) 미만의 저가 시장을 공략해 왔던 만큼 삼성전자는 갤럭시A 시리즈 이하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폰을 내세워 오포·비보·샤오미와 승부를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플렉시블 OLED를 채택하는 애플이 중국 시장에서 성장세를 볼 것으로는 보이지만, 주로 리지드 OLED를 쓰고 있는 오포·비보·샤오미의 부상은 디스플레이 업체들로선 고민일 수밖에 없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스톤파트너스에 의뢰해 화웨이의 패널 주문이 불가능해진 4분기(10~12월) 중국 스마트폰 업체로 간 플렉시블·리지드 OLED 예상 출하량을 보니, 오포·비보·샤오미가 주문한 플렉시블·리지드 OLED는 각각 825만장, 2308만장(3사 합산)이었다. 화웨이가 포함돼 있던 3분기 플렉시블이 1884만5000장, 리지드가 2572만6000장이었던 것과 비교해본다면, 플렉시블 OLED 출하량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는 ‘P’ ‘메이트’ 같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업뿐 아니라 올 하반기부터 아너·노바 같은 중가 인기 시리즈에도 플렉시블 OLED 채용량을 확대하려던 방침이었다"며 "패널 업체들로서는 화웨이 전체 물량이 완전히 날아가는 셈인데, 이를 상당량 대체하게 될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보완해주지 못하면서 수익성이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현재 리지드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중국 비전옥스가 주로 공급 중이며, 삼성디스플레이 물량이 전체 9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화웨이 빈자리로 쪼그라든 플렉시블 OLED 시장에서 중국 현지 패널업체인 BOE가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도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로선 고민거리다. BOE는 원래도 오포·비보·샤오미에 플렉시블 패널을 공급해 왔으나, 최근 들어 이들 업체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BOE는 현재 삼성·LG디스플레이만 공급하고 있는 애플 공급망에도 진입하기 위해 수차례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BOE는 화웨이 대체물량을 채우기 위해 애플에 삼성디스플레이보다 약 30% 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패널 공급을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는 품질 평가에 통과하지 못했지만, 내년, 늦어도 내후년에는 공급이 확실시되고 있어 모바일 OLED(플렉시블) 시장은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4분기 모바일 OLED 시장 점유율은 삼성디스플레이가 80.1%로 1위를, LG디스플레이와 BOE가 각각 7.9%, 6.3%로 그 뒤를 이을 전망이다.
김영우 SK증권 이사는 "최근 최첨단 칩을 생산할 수 있는 EUV(극자외선) 장비 공급난이 가중되고 있고, 이에 따라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주요 칩 생산 비용이 올라가고 있다"며 "애플로서는 원가가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패널에서라도 단가를 낮춰야 하는 니즈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BOE를 공급선에 추가하는 것이 애플로서도 이해타산이 맞는 조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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