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해전 때 이순신 장군의 임시숙소(내아) 및 집무실(동헌) 가능성..해남 전라우수영서 발견
[경향신문]
이순신 장군(1545~1598)이 명량대첩 때 임시 지휘소와 숙소로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건물이 전남 해남 전라우수영(사적 535호)에서 확인됐다. 또 이순신 장군 등이 회의를 위해 행차했을 출입로도 찾았다.
전라우수영을 발굴조사중인 대한문화재연구원은 “임진왜란·정유재란 당시 전라우수영의 수사가 기거했던 안채 격의 내아 영역과 동헌 건물 일부를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내아(內衙)’와 ‘동헌(東軒)’은 지방 관아의 수령(수사)이 거처하던 안채(내아)와 집무실(동헌)이었다. 발굴을 이끈 정일 대한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관은 “내아와 동헌은 전라우수영 수사를 역임한 204명이 기거하고 업무를 돌봤던 곳들”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순신 장군은 전라좌수사 및 삼도수군통제사를 지냈기 때문에 전라우수사를 역임하지는 않았다. 명량해전 당시 전라우수사는 김억추 장군(1548~1618)이었다.
하지만 이곳 전라우수영은 1597년(선조 30번) 명량대첩이 벌어진 울둘목의 배후에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삼도수군통제사로 복귀한 이순신 장군이 12척(혹은 13척)의 배로 적선 131척을 상대하려고 제장들과 함께 심혈을 기울이며 작전을 짜고 숙직했던 곳일 가능성이 짙다.
이순신 장군은 겨우 10여척의 배로 31척을 궤멸시켰다. 이것이 명량대첩이다. <선조실록> 1597년 11월 11일조는 “이 대첩으로 적선이 이제 서해로는 진입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고, <승정원일기> 1636년(인조 14년 8월5일조는 “10척만 남은 배로 이순신이 통솔하여 명량에서 대승을 거뒀다”면서 “이는 모든 신하들이 직접 눈으로 본 것”이라고 기록했다. 참패를 당한 왜적들은 “고국에 돌아가 전쟁담을 논할 때 반드시 명량의 싸움을 말했다”(<난중잡록>)고 할 정도였다. <연려실기술>은 “불에 타고 물에빠져 죽은 자가 셀 수 없었다”면서 “적군은 겨우 10여척 도망갔고 우리 배는 탈이 없었다”고 기록했다.
정일 조사연구관은 “건물터 등에서 14세기 이후 19세기까지 백자와 명문기와 등이 차례로 출토된다”면서 “건물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었다는 얘기”라고 밝혔다.
이번 발굴에서는 웅장한 규모의 축대, 담장 등으로 둘러싸여 있는 중심관아와 관아로 향하는 도로망의 진출입 시설도 찾았다. 이외에도 건물 축조를 위한 토목과정과 중심 관아 영역 밖의 건물 등도 추가로 확인됐다. 유물은 우수(右水)명 초기 백자와 함께 명문와, 막새류, 상평통보 등 수백 여 점도 출토됐다.
이순신 장군이 임시 숙소로 사용하며 전략을 짰을 내아 영역은 명량해협의 바다가 조망되는 능선 일부를 절개·성토하여 대지를 조성한 후, 외곽으로 계단식 축대와 담장을 둘러 주요 건물의 위상을 극대화했다.
처음 지어진 건물 2동은 온돌이 있는 구조로 15세기 후반에 큰 규모로 축조되었으며, 16~17세기에는 대대적인 중창(重創) 과정을 통해 4동으로 확대된다. 중심 건물은 4칸 규모의 ‘ㅁ’자 형태로 한 가운데 마당(중정 中庭)을 갖추는 구조로 확인되었다. 주변 건물은 창고 같은 부속시설로 판단된다.
이순신 장군의 임시지휘소였을 가능성이 큰 집무실(동헌) 영역은 현재 건물지 일부와 축대, 진출입로가 확인되었다. 건물은 남아있는 5칸으로 남에서 북으로 향하는 행각(行閣·건물 입구 또는 건물과 건물 사이의 복도) 건물로 판단된다. 축대는 남쪽은 점판암재로 높고 웅장하게 축조하였으며 동쪽은 계단식으로 높게 하여 타 영역과 구분했다. 진출입 시설도 확인됐다. 우수영내의 도로망 중심축으로 한곳은 남쪽 객사 추정지로, 다른 곳은 동문으로 향하는 시설로 추정된다. 특히 동쪽 주 출입로는 근대까지 이용했던 곳으로 명량대첩의 이순신 장군을 포함한 수많은 장수들이 모여 회의를 하기 위해 행차했던 곳으로 여겨진다. 정일 조사연구관은 “이번 발굴조사로 명량대첩의 배후인 전라우수영의 중심 관아터에 대한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우수영 경관 복원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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