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술값 20이 부족한데"..'블랙스완' 혜미, 5000만원 사기 피소
[Dispatch=김지호·박혜진기자] "성공하면 다 갚겠다고 하더니, 결국 번호를 바꾸고 잠수를 탔습니다. 무엇보다 배신감이 큽니다” (A씨)
'블랙스완' 혜미(24)가 사기죄로 고소당했다. 그는 2015년 걸그룹 ‘라니아’로 데뷔한 아이돌 여가수. 최근 ‘블랙스완’ 메인보컬로 컴백 활동을 마쳤다.
(‘라니아’는 그룹명을 ‘블랙스완’으로 바꿨다. 지난달 16일, 정규 1집 ‘굿바이 라니아’를 발표했다.)
직장인 A씨 지난달 26일 혜미를 상대로 고소장을 냈다. 약 5,000만 원 상당을 편취당했다는 것. 송금(토스), 이체, 카드, 월세 내역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처음엔 팬으로 응원했죠. 그러다 친해졌습니다. 이성적 호감도 생겼고요. 혜미가 진심으로 성공하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도와줬고요.” (A씨)
2018년 12월, A씨는 SNS를 통해 혜미를 알게 됐다. 흔히 말하는 ‘인친’. 서로 DM(다이렉트 메시지)을 주고받는 인스타그램 친구였다.
A씨와 혜미의 만남은 오프라인으로 이어졌다. 밥도 먹고 술도 마셨다. 꽤 가까운 사이가 됐다. (2019년 4월) 돈 이야기를 꺼낼 정도로....
◆ ”오빠, 돈 좀 빌려줘”
2019년 4월 22일. A씨가 ‘한우’ 사진을 보냈다. 혜미와 함께 먹은 등심 사진이었다. 하지만, 혜미의 답장은 냉랭했다.
“우리 엄마나 해결해줘”
A씨에 따르면, 혜미는 이날 저녁 금전 고민을 털어놨다. 집안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 500만 원만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A씨는 그 자리에서 ‘살짝’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500만 원은, 누구에게나 큰돈. 그는 확답을 피했다. 그러자 혜미는 다음 날 재차 카톡을 보냈다.
”(오빠를) 돈으로 본 건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는 건 불편했고. 오빠가 더 편하다고 생각해서...”
4월 27일, A씨와 혜미가 다시 만났다. 청담동 횟집에서 술자리를 가진 것. 혜미의 부탁은 계속됐고, A씨는 (혜미)어머니 계좌로 500만 원을 송금했다.
“처음에는 거절했습니다. ‘내가 성공해서 다 갚겠다’, ‘절대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말하는데 차마...”
둘의 금전 관계는 그렇게 시작됐다.
◆ ”오빠, 오피스텔이 필요해”
혜미는 영등포에서 숙소 생활을 했다. 하지만 단체 생활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 A씨는 “(혜미가) 숙소에서 나와 혼자 살고 싶어 했다”는 그녀의 말을 전했다.
“숙소 생활을 너무 힘들어했어요. ‘이런 생활 청산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죠. 혼자 살면 가수 활동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2019년 6월 26일, A씨는 오피스텔을 마련했다. 혜미의 독립을 돕기로 한 것. 보증금 200만 원을 준비했다. 지난 1년간, 월세 90여만 원도 대신 냈다. 그 돈이 총 1,135만 원이다.
A씨는 혜미의 생활비까지 지원했다. “아직 정산을 받지 못해 생활비가 부족하다”며 “하루, 또는 이틀에 한 번씩 돈을 빌려 달라고 했다”며 이체명세를 공개했다.
A씨가 혜미에게 모바일로 ‘토스’한 기록은 212회. 하루 2만 원, 3만 원, 5만 원, 10만 원...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약 1,800만 원을 휴대폰으로 송금했다.
심지어 신용카드도 만들어 줬다. “(혜미가) 갑자기 돈 부탁을 할 때가 있다”면서 “비상시에 쓰라고 발급받아 줬다”고 말했다. 혜미가 5개월 동안 쓴 카드값은 약 1,280만 원.
“아이돌로 성공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그때 (돈을) 다 갚겠다고 했죠. 이성적인 호감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우선은, 그녀의 성공이었습니다.”
◆ “오빠, 더이상 연락하지 마”
A씨는 대기업 연구원 출신이다. 현재 휴직 중이다. 나이는 30세. 현재 미혼이다.
‘디스패치’는 A씨에게 둘의 관계를 물었다. 그는 “연인 사이는 절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육체적 관계도 없었다” 재차 강조했다.
”자주 만났어요. 친해졌죠. 정도 들었고. 저는 이 친구가 가수로 성공하길 바랐어요. 돈 때문에 음악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도 안타까웠고. 그런데...”
그런데 알고 보니, A씨가 빌려준 돈은 대부분 유흥비로 쓰였다. 그가 마련해준 오피스텔은 남자와의 비밀 데이트 장소였다. A씨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3월, A씨는 “더이상 믿을 수 없다. 500만 원을 갚으라”고 통보했다.
혜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래는 그녀가 남긴 카톡이다.
“(오빠가) 너무 잘해줘서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 믿고 의지했던 건 사실이야. 내 생각이 짧았지. 돈은 줄게.”
지난 5월, A씨는 혜미 집으로 갔다. “당장 방을 비우고 월세를 갚으라”고 독촉했다.
혜미는 문을 걸어 잠갔다. 다음은 A씨가 전해 들은 말이다.
”지금 돌아가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 이 집은 내 명의야. 지금 당장 돈이 없는데 어떻게 갚아.”
그리고 5개월이 더 흘렀다. A씨는 직장을 휴직했다. 현재 정상적인 생활이 힘든 상태라며 피해를 호소했다. 혜미는 연락처를 바꾸었다. 방도 뺐다. 현재 (A씨에겐) 잠적이다.
’디스패치’는 지난 5일, ‘블랙스완’ 소속사에 해당 사건에 대해 물었다. 소속사 측은 “500만 원을 빌린 적은 있다. 좀 더 알아보겠다”고 답했다. 더이상 연락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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