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스크 투자하면 대박"..지인에게 1억 뜯어낸 60대 남성 송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던 지난 2월 대구의 한 생활용품점에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빚어진 마스크 품귀 현상을 틈타 생활고를 겪던 지인에게 "마스크로 큰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1억원을 뜯어낸 뒤 잠적한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4월 피해자로부터 마스크 대금 명목으로 1억원을 챙기고 잠적한 60대 남성 A씨를 사기 혐의로 지난 3일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월 1일 지인 소개로 처음 만난 피해자 B씨에게 자신을 건강 관련 업체의 대표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걸로 아는데 지금 마스크를 공급받아 팔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며 B씨에게 투자를 권유했다. 당시만 해도 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질 정도로 마스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마스크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였다.

A씨는 B씨가 불안해 하자 "경기 남양주에 이미 공장이 세워져 2주 뒤부터 완제품 생산을 할 수 있다"며 공장 사진과 마스크 생산 일정이 적힌 사업계획서까지 보여주는 치밀함을 보였다.

A씨는 마스크 300만장의 대금으로 4억5,000만원을 제안하고 선수금 명목으로 1억원을 요구했다. B씨는 지인에게 돈을 빌리고 모자라는 건 대출까지 받아 어렵게 1억원을 모아 건넸지만, A씨는 투자금을 받은 뒤 곧바로 잠적했다. B씨는 뒤늦게 A씨가 알려준 공장을 찾았다가 마스크 공장이 없는 걸 확인한 뒤에야 속은 걸 알아채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수사 결과, A씨가 B씨를 안심시키기 위해 보여준 공장 부지는 A씨가 앞서 저지른 다른 사건에 연루돼 이미 법원에 압류돼 있었고, 이미 세워져 있다던 공장 역시 거짓이었다. 사업계획서도 B씨를 속이기 위한 거짓 서류에 불과했다. 경찰은 3개월간 추적한 끝에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A씨를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서민 경제에 피해를 주는 범죄를 끝까지 추적해 검거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이정원 기자 hanak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