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왜 패배 감당할 수 없나' 뉴요커가 밝힌 이유보니..
뉴요커는 대선 전인 1일(현지시간) 온라인에 미리 공개한 최근호 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절대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이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한 번의 탄핵, 두 번의 이혼, 여섯 번의 파산, 26번의 성범죄 기소, 약 4000건의 소송에서 살아남았지만 이번 대선에서 패하면 그간의 행운도 끝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뉴욕 주, 맨해튼 시 검찰이 별건으로 수사 중인 형사사건 2건을 포함해 민사에서도 12건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종료와 함께 각종 개인·부동산 담보 대출의 상환 시기까지 돌아와 일부 자산을 매각하지 않고는 상환이 어려운 상황이다.
티모시 스나이더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는 뉴요커에 “대통령을 감옥과 하우스푸어에서 구제해 주는 것은 대통령직”이라고 말했다.
●2016 대선, 전세기 준비시켰던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패배를 예상하며 미국을 떠날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앤서니 사라무치 전 백악관 홍보국장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미국을 뜨려고 존 F 케네디 공항에 자신의 전세기를 대기시켜 놓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캠프 구성원 모두가 그의 패배를 예상하고 있던 때였다.
당시 트럼프 타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있던 사라무치 전 홍보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뜸 “내일 뭐하느냐”고 물으며 자신이 내일 아침에 떠날 수 있도록 공항에 전세기를 대기시켜놨다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자신이 패배를 예상했으며 아무렇지 않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였다는 것이다. 사라무치 전 홍보국장은 “그는 유명세를 위해 대선을 치렀기 때문에 져도 괜찮았다. 시간과 돈이 낭비되긴 했지만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20 대선, 패배 시 면책권 사라져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임기가 끝난다는 것은 곧 대통령으로서 보장받았던 면책권도 사라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뉴욕 주 검찰과 맨해튼 지방 검찰의 수사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전부터 그의 범죄혐의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측 변호인단은 그간 소득세 신고서를 제출하라는 지방법원, 주법원의 소환장을 계속 무시해왔다. 하지만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소득세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언론을 통해서도 상당부분이 공개됐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자체적으로 확보한 트럼프 대통령의 소득세 신고 자료 일부를 분석했는데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랜 기간 교묘한 회계 수법으로 엄청난 규모의 소득세를 탕감 받았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심지어 자신의 헤어스타일링 비용으로 7만 달러 공제를 청구한 사실도 드러났다.
●트럼프 조이는 맨해튼 지검 수사망
트럼프 대통령의 뒷일을 처리하는 ‘픽서’로 오랜 기간 활동했던 마이클 코언은 지난해 의회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험사에는 부풀린 소득 자료를 썼고 납세를 위한 자료로는 손실로 기록한 소득자료를 따로 내는 회계부정을 저질렀다고 증언한 바 있다.
코언은 이 사건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는데 당시 맨해튼 지검은 소장에 그가 단독으로 행동하지 않았으며 불기소된 공모자 ‘개인1’의 조력을 받았다고 적시했다. 당시 사건은 코언만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마무리 됐으나 소장은 이 ‘개인1’이 ‘미국 대선 유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서술해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을 ‘공모자’로 봤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트럼프가 대통령 임기를 끝낸다고 조사를 그만한다면 검찰이 스스로 정치적 기소였음을 자인하는 꼴이기 때문에 수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간 지방법원 하급심에서 모두 패한 트럼프측 변호인단은 주법원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죄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으나 변호인단의 방어논리 역시 다 떨어져가는 상태다.
관건은 ‘합리적 의심’을 넘어 트럼프 대통령이 부정행위에 의도적으로 가담했다는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느냐에 있다. 코언은 의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언가를 쓰는 일은 거의 없다. 이메일도 안 보낸다. 간접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의도를 알아채도록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적 증거를 잘 남기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맨해튼 검찰은 코언 조사 당시 그의 협조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검찰은 코언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성관계를 주장한 여성들의 입을 막기 위해 돈을 전달할 때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트럼프 재단, 선거캠프 기부금 자금으로부터 돈을 빼돌린 정황을 보여주는 증거를 확보한 바 있다.
만약 이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형사 범죄’를 저지른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대통령 사면으로 구제가 가능한 연방검찰의 영역이 아닌 주, 시 단위 검찰 관할이라 ‘셀프사면’도 어렵다.
●대선 이후 몰려들 빚 독촉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 4년 내 3억4000만 달러 이상의 개인 담보 대출을 상환해야한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후한 대출을 해주며 ‘유착관계’라는 비판을 받아온 도이치뱅크가 대선 전 트럼프 대통령과의 손절을 선언하고 트럼프 재단에 선거 후 이 대출액을 상환하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외에도 향후 4년 내 트럼프 대통령이 상환해야 할 트럼프 부동산 담보대출도 약 9억 달러가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여기에 논란이 된 과도한 소득공제 건에 대해서도 탈세 혐의가 밝혀질 경우 추가 수백만 달러를 뱉어야 할 수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총 자산은 약 25억 달러(포브스 기준)로 상환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빚 상환을 위해서는 부동산 자산 일부를 매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전 세계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체인 트럼프 호텔·리조트 역시 펜데믹의 영향으로 수익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 ‘사면 조건부 승복’ 협상 시도?
정치 컨설턴트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로저 스톤 역시 목격자 매수, 위증, 의회조사 방해 등 7건의 중범죄 혐의로 지난해 11월 40개월의 징역형을 받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으로 올 7월 풀려났다.
하지만 대통령 권한으로 사면할 수 없는 뉴욕주 관할의 기소 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손 쓸 방도가 없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대변인을 지낸 조 록하트는 트럼프가 뉴욕 검찰을 포함해 자신이 기소된 모든 혐의에 대해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받아내야 떠나겠다는 딜을 시도할 수 있다고도 봤다. 특히 국방부 등 국가안보 관련 부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불복하며 지지자들의 폭동을 조장하면서 대통령직 인수과정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안보 리더십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록하트는 “이 같은 딜이 성사될 경우 ‘정의 구현’을 외치는 국민들이 분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앤 밀그램 전 뉴저지 법무장관 역시 바이든 당선인이 사법정의를 훼손하는 행동을 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전망하며 “이상적인 것은 법무부가 아닌 (연방 차원의 개입이 불가능한) 트럼프재단이 있는 뉴욕의 맨해튼 지검이 관련 계속 수사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복귀시 자금난 예상
뉴욕 부동산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사업에 복귀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수십 년의 인연이 있는 뉴욕 은행가는 뉴요커에 “부동산 사업은 끝났다고 보면 된다. 그와 엮이고 싶어 하는 은행은 한 군데도 없다. 심지어 20년 넘게 대출을 해주던 도이치뱅크조차 미국 시장을 잃는 것을 우려해 트럼프와의 관계를 청산했다. 이제 트럼프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것 자체가 큰 골칫거리가 되는 상황”이라며 “아마 트럼프 이름으로 남부에서 주유소쯤은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요커는 한 내각 장관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 사이로 자동차 행렬을 하던 중 “놀랍지 않나? 이제 창문 주문하는 시절로는 못 돌아가겠다. 너무 지루할 것 같다”며 부동산 개발업자로 돌아가는 일상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우파 방송 나서도 떨어진 인기가 문제
퇴임 후 트럼프의 삶에 대해서는 측근들 사이에서도 전망이 다르다.
2016년 당시 측근들은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하지 못한 채 ‘트럼프 뉴스 네트워크(TNN)’라는 미디어 플랫폼을 준비한 바 있다. 이 과정에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초반 고문을 맡았던 정치전략가 스티브 배넌 등이 참여했다. 베니티페어에 따르면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기상채널을 인수하려 했으나 제시 금액이 채널에서 요구한 금액에 크게 못 미쳐 계약이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임기 내내 자신의 우군이 됐던 보수매체인 폭스뉴스에 대한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그는 4월 트위터에 “폭스뉴스 보는 사람들은 엄청 화났다. 이들은 대안을 원하고 나도 그렇다!”는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송을 할 경우 폭스보다 더 보수적인 매체가 될 것은 자명하다. 다만 흥행을 보장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2차 토론을 거부한 뒤 바이든 당선인과 각자 타운홀을 진행했는데 시청률에서 바이든 당선인에 참패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에서 골프를 즐기며 은퇴를 선언한 러시 림보가 진행하던 라디오 진행을 이어 맡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림보는 대표 보수방송인으로 올해 대통령 국정연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게 ‘자유의 메달’을 수여했다.
하지만 트럼프 자서전 ‘거래의 기술’의 대필 작가 토니 슈와츠는 “라디오 같은 ‘작은 플랫폼’에 트럼프가 안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하루에 세 시간씩 하는 쇼를 진행하기엔 너무 게으르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일정한 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해 플로리다 같은 주요 격전지에서 정치적 파워를 행사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로 떠날 가능성은 낮아
트럼프 대통령의 부동산 사업에 관한 책 ‘거짓말의 성’을 쓴 바바라 레스는 뉴요커에 “트럼프가 미치도록 승리를 하려고 하는 이유는 검사들이 자신을 계속해 추적할 것이라는 의심 때문”이라고 말한다. 레스는 “트럼프는 절대 패배를 인정하려 들지 않을 것이고 이 나라를 떠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유세 기간 “내가 지는 것을 상상할 수 있겠나”라며 “아마 나는 이 나라를 떠나야할지도 모른다”고 농담조로 발언한 바 있다. 레스는 “이 발언에 얼마나 진심이 반영됐을지는 모르지만 자기 빌딩이 있는 나라에 가서 사업을 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전체주의정권 국가로 떠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스나이더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바보가 아니라면 비행기를 준비시켜둬야 할 것이다. 사람들이 트럼프가 폭스뉴스에서 쇼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곤 한다. 내 생각엔 아마 RT(러시아 관영 통신)에서 쇼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렇게 세계의 시선이 쏠린 시점에 미국 대통령의 출국은 터무니없는 일이라는 게 중론이다. 토니 슈와츠는 역시 “트럼프가 (검찰 기소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절대 이 나라를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대체 어디로 갈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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