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에게 철저히 '농락'당한 울산의 2020년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정말 ‘농락’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들어맞을 수 있을까. 마지막 경기마저 울산 현대는 전북 현대에게 핵심 선수(홍철)가 부상당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쓰기 어려워졌고, 상대전적 5전 1무4패의 처철한 성적, 마지막으로 팀 레전드가 홈팬들 앞에서 박수받으며 떠날 수 있는 자리까지 마련해줬다.
가히 전북은 ‘제 마음대로 놀리거나 이용(농락)’하며 울산에게 최악의 2020년을 선사했다. 물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가 남은 상황에서 울산이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한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지금의 상황으로 봤을때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에서 울산의 2020년은 가히 전북에게 농락당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산은 8일 오후 2시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전북 원정경기에서 1-2로 패했다. 1,2차전 합계 스코어 2-3으로 울산은 준우승에 그치며 K리그1에 이어 또 다시 전북에게 밀려 준우승을 했다.
결승 1차전에서 울산의 홈에서 1-1 무승부를 거둔 후 원정 다득점 원칙으로 인해 반드시 골이 필요했던 울산은 선제골을 넣으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전반 4분만에 오른쪽에서 홍철이 왼발로 감아올린 프리킥을 K리그1 득점왕을 차지한 울산의 브라질 공격수 주니오가 수비보다 앞에서 헤딩슈팅을 했다. 전북 송범근 골키퍼가 막았지만 맞고 나온 것이 주니오 발 앞에 떨어졌고 주니오는 왼발로 밀어 넣어 1차전에 이어 또 다시 골을 만들었다.
이대로 끝나면 패하는 전북은 선제실점 후 맹공을 퍼부었고 결국 후반 7분 페널티 지역 내에서 높이 뜬 공을 울산 수비가 헤딩으로 걷어낸 것을 전북 미드필더 이승기가 잡아 놓은 후 대각선으로 때린 오른발 낮은 슈팅이 조현우 골키퍼를 뚫어내며 1-1 동점을 만들었다.
이승기는 이날 경기의 영웅이었다. 후반 26분에는 페널티지역 안에서 공격수 구스타보가 가슴 트래핑 후 뒤로 내주며 슈팅각을 열어주자 그대로 왼발 슈팅을 때렸고 또 다시 조현우 골키퍼를 뚫어내며 역전골을 만든 것. 전북 선수들은 이승기를 번쩍 들어 이날 경기의 영웅을 추켜세웠다. 결국 전북은 2-1로 승리하며 종합스코어 3-2로 우승을 차지했다.
울산 입장에서는 ‘또’ 전북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2019년 K리그1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되는 포항 스틸러스전을 지면서 전북에게 역전우승을 허용했었다. 올해 역시 최종 2경기를 남기고 1위였지만 최종전 전에 열린 전북전에서 패한 후 1위를 내줬고 뒤집지 못해 울산은 전북에게 우승을 내줬다. 그리고 FA컵에서마저 울산은 전북에게 또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지난해 준우승이야 정말 운이 나빴다고 치부할 수도 있다. 실제로 전북의 조제 모라이스 감독 역시 올시즌 K리그1 우승 이후 “지난해 우승은 운이 좋았지만 올해는 자력으로 해낸 우승이라 기분이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운이 나빴던’ 울산은 2020시즌을 정말 절치부심했다.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 영국-독일 무대에서 뛴 이청용, K리그 최고 미드필더 윤빛가람 등을 영입하며 국가대표 라인업을 갖췄다.
그러나 이번에도 또 준우승이다. 우승컵을 다 잡았다고 또 놓치고 말았다. 이번에는 운이 나빴던 것도 아니다. 그냥 스스로 무너졌다. 그리고 전북에게 철저히 농락당하며 무너졌기에 더욱 쓰라린 2020년이다.

분명 울산은 시즌 초부터 전북보다 더 압도적인 스쿼드를 갖춰 ‘이번만큼은 우승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시즌초반부터 순항했고 큰 위기가 없었다. 오히려 전북이 3연패를 당하는 등 무너지며 울산과 격차가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울산과 전북의 맞대결이었다. 승점이 따라잡힐뻔한 순간에 맞대결에서 울산은 항상 패했다. 그래서 승점이 정말 따라잡혔다. 결국 최종전 직전인 26라운드에 열린 ‘사실상의 결승전’이었던 맞대결에서마저 울산은 패하면서 2020 K리그1 전북상대 3전 전패를 당했다. 굴욕적이었고 이 패배로 사실상 우승컵을 놓치고 말았다. 비기기만 했어도 울산은 우승에 상당히 유리할 수 있었다.
FA컵 역시 마찬가지다. 홈에서의 1차전은 1-1로 비겼고 전반전에는 무려 골대를 3번이나 맞지 않았다면 울산은 패했을 것이다. 그리고 2차전은 1-2로 패하며 우승컵을 내줬다.
전북의 홈에서 우승컵을 내준 것도 억울한데 역전패였다. 게다가 핵심 선수 홍철이 경기 중 부상을 당하며 국가대표 차출이 불발된 것은 물론 남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경기 출전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또한 전북은 시즌 마지막 홈경기에서 경기 종료 직전 이동국을 투입하며 홈팬들 앞에서 다시 이동국이 박수받을 수 있게 해줬고 이동국의 커리어에 FA컵 우승이라는 경력도 남기게 했다. 전북 팬들은 1주일전에도 K리그1 사상 첫 4연패 우승을 축하한 자리에서 이번에는 울산을 상대로 두고 홈에서 우승하며 최고의 기쁨을 누리게 됐다. 전북 팬들은 경기전 전주월드컵경기장에 ‘울산의 최다 준우승을 축하합니다’라며 반쪽짜리 별만 그려놓은 걸개로 상대를 놀렸다.
이런 과정을 오롯이 당하며 농락당한 것이 울산이다. 정말 전북은 2020년 내내 희망고문을 줬다가 뺏는 등 ‘농락’하며 울산을 괴롭혔고 그 속에 울산은 만신창이로 2020년 국내시즌을 마쳤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남긴 했지만 이상황에서 크게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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