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에 줄선 개돼지" "반일선동이 더 개돼지" 불매 1년의 두 표정

원우식 기자 2020. 11. 8. 14:4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4일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사진. 글쓴이는 유니클로를 이용하는 시민들을 "개돼지"라고 비판했고, 이 게시물은 2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큰 호응을 받았다./인터넷 캡처

지난 4일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두 발로 걷는 돼지’라는 제목의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유니클로 매장에서 계산을 위해 줄 선 시민들을 찍은 사진이었다. 글쓴이는 이 사진 밑에 “(조지오웰) 소설 동물농장이 생각난다”며 “이런 개돼지들과 한 동네 살다니”라고 비판했다. 일제 불매운동에 동참하지 않는 시민들을 ‘개·돼지’에 비유해 비판한 것이다.

댓글의 수위는 더욱 높았다. “일본놈들한테 무릎꿇린 후 목 잘려봐야 후회하지” “일본으로 꺼져라”고 했다. 이들은 일본의 신발 매장 ABC마트를 ‘아베 시X 마트’로, 일식 요리집은 ‘왜구집’이라고 부르며, 성역없는 일제 불매 운동이 계속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부 누리꾼은 “(일반 시민의)사진까지 찍어서 공유하는 것은 너무하지 않느냐”며 반론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곳 회원들은 “원숭이(같은) 생각” “벌레”라며 묵살했다. 여전히 일제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이 더욱 높았다.

그러나 인터넷 커뮤니티별로 같은 사진에 대한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서는 “저 글을 쓰는데 사용한 폰도 일본 부품이 들어갈텐데” “반일 선동에 넘어간게 오히려 개돼지” 커뮤니티 ‘엠엘비파크’에서는 “소설 동물농장이 비판한건 전체주의적 사고인데, 소설을 읽어보기나 한 것이냐”는 비판이 나왔다. “나는 유니클로보다 위안부 할머니를 등쳐먹은 것들에게 더 분노가 치민다”며 정의연 등 시민단체를 비판하는 이들도 있었다.

지난해 7월 일본발 무역 규제에 대한 반발로 일제 불매운동이 시작된지 1년이 넘었다. 유니클로, 아사히 맥주 등으로 대표되는 일제 불매운동은 전국적인 지지를 얻었으나, 1년이 넘은 지금에 와서는 불매운동에 대한 평가가 극단으로 갈리고 있다.

“일본에 한국 국민들의 결집력을 보여준 성공한 운동이었다”는 긍정 평가와 “현실성 없이 국민적 반일 정서에만 기댄 정부·여당의 대중 선동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유니클로와 일본산 맥주 등 대상을 일제 소비재로 한정하면 불매운동의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 업계에서는 지난 1년간 유니클로가 수백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봤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일본 기업 페스트테일링은 “2019년 9월부터 1년간 매출은 12.3%, 순이익은 44.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187곳에 달하던 유니클로 매장은 160여곳으로 줄었고, 일본산 맥주·담배 수입액은 각각 84%, 89% 감소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에 국내에서 일본 게임 ‘동물의숲’이 열풍을 일으켰고, 일본 프리미엄 브랜드 ‘꼼데가르송’ ‘오니츠카타이거’ 등은 불매운동의 여파를 비켜갔다. 렉서스, 도요타는 지난 3개월간 국내 판매 대수가 전년대비 각각 49%, 13% 증가하는 등 불매운동이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일본기업의 국내 판매 실적이 고급 소비제부터 차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불매 운동의 동력이 약해진 이유는 선거철을 앞두고는 ‘반일’ 정서를 자극했던 정부가 선거 이후에는 상황이 아무것도 변한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생·협력’을 강조하는 등 태도를 변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며 반일 감정을 주도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 스가 총리 취임 이후 “언제든지 마주 앉아 대화하고 소통할 준비가 돼있다”며 일본에 대화 제스쳐를 보냈고, 지난 9월에는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의 전화통화가 성사됐다. 박지원 국정원장 역시 최근 방일 일정을 조율하는 등 관계개선을 위한 물밑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