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합의 계승이 관건..새 북미관계 향방 좌우
美 대선 후유증으로 한반도 문제 '공백' 장기화 우려..北 도발 가능성
문재인-바이든 회담 조속히 열 필요..北에 기존 합의 존중 메시지 필요
우리 입장에선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강하게 비판해왔던 만큼 미국 정권 교체에 따른 북미관계 전망이 초미의 관심사다.
◇바이든 대북정책, 오바마 '전략적 인내' 보다 클린턴 '적극 관여'에 무게
일단 바이든 당선인이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을 지낸 만큼 당시 '전략적 인내' 정책을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하지만 북한 핵 능력이 이미 고도화 된 마당에 사실상의 방치 전략이나 다름없는 인내 전략을 지속할 명분이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따라서 그 보다는 오히려 '페리 프로세스'로 대표되는 클린턴 행정부의 적극적 관여정책을 기대하는 시각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물론 2천명에 이르는 바이든 캠프 외교안보 참모들 가운데 대북 강경파가 상당하고 미국 조야의 북한에 대한 거부감도 어느 때보다 크다.
그러나 미국 민주당의 전통적 대외정책이나 문재인 정부와의 정책 '궁합' 등을 따져보면 트럼프 재집권 상황과 비교해 전망이 결코 나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문제는 희대의 불복 사태로까지 점철된 미국 대선 후유증이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19, 경제난, 인종갈등이라는 버거운 숙제도 모자라 선거 과정에서 철저히 찢겨진 미국이라는 트럼프 시대의 어두운 유산을 물려받았다.
당분간 대외정책에 신경 쓸 여력이 많지 않고, 미국의 심각한 분열상으로 볼 때 어쩌면 상당 기간 내부 문제에 골몰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2년 가까이 미국의 관심 밖에 밀려나 있던 북한으로선 전략적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정상간 '친서 외교'에 거의 유일한 희망을 걸고 트럼프 집권 2기를 내심 기대해왔지만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심지어 북한은 바이든 당선인에 대해 '미친 개'(지난해 11월 조선중앙통신) 등의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고 바이든 역시 최근 TV토론에서 '깡패'(thug)라고 응수할 만큼 양측의 관계는 냉랭하기만 하다.
따라서 그간 전례로 볼 때 북한은 이번에도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전후로 모종의 도발을 감행해 주의를 끌려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제재와 코로나, 수해 등 3중고로 한계에 몰린 북한으로선 어떤 식으로든 미국과 협상을 재개해 숨통을 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북미관계를 초장부터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있지만, 트럼프 집권 초기 '화염과 분노' 파동에서 보듯 극적 반전이 가능하기도 했던 위험천만한 모험주의 전략이다.
반면 과거와는 한결 달라진 한반도 정세로 미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거의 완성해 굳이 추가 실험을 할 이유가 없는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태도 정상국가를 지향하는 것에서 보듯 선대와는 사뭇 다르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코로나19와 관련해 남측 국민에 위로를 전하고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을 시사한 점을 봐도 뚜렷한 계기 없이 먼저 움직여 역풍을 자초할 가능성은 떨어진다.
결국 양측은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 3월 동맹연습(키리졸브·독수리 훈련)부터 줄줄이 이어지는 한미 연례 군사훈련은 암초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집권 시에는 2018년 6.12 싱가포르 합의 정신을 존중해 훈련 축소 등으로 북한의 반발을 무마해왔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승계할지는 미지수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유산, 특히 싱가포르 북미 공동선언을 승계하느냐 여부에 따라 북미관계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 간의 회담을 최대한 빨리 성사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의 정권 교체에 따른 한반도 문제의 공백과 관련, 한국 역할의 핵심은 바이든 당선인에게 기존 북미 간 합의에 대한 존중과 이행을 설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초청으로 8~11일 미국을 방문해 미국 조야 인사들과 두루 접촉할 예정이다.
강 장관은 최근 국회 답변에서 "(바이든 후보가 집권해도) 기존 3년 간의 성취, 한미 정상 간 공개적으로 밝혀진 합의와 원칙이 원점으로 돌아가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상황을 비교적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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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홍제표 기자] ent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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