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승리로 달라지는 것, 달라지지 않는 것

박상영 기자 2020. 11. 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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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 당선자(오른쪽)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자.EPA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동맹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다자주의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견제심리가 강화된 데다 미국의 제조업 부흥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오바마 행정부 당시의 다자주의와는 다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변화된 통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도 경제정책 정비에 착수했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새로 출범할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를 고려해 미 대선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미국 신 정부 대응 TF로 개편해 각종 대응책을 준비할 방침이다. 그동안 정부는 대선 결과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검토해왔다. 기재부 관계자는 “통상 등 주요 현안에서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대응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다자주의로의 전면 회귀는 어려워

실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미국 민주당 정강정책인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을 보면 상당 부분 변화가 예상된다. 민주당은 정강정책을 통해 우방과의 관계를 복원하고 정치적 목적의 관세 전쟁도 종식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실추됐던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을 회복하는데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 당시 다자주의로 전면적인 회귀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미국 내 제조, 미국산 구매'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정부 조달, 투자 등에 있어 '수입산에 대한 차별' 이슈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국무역협회는 지적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후보 시절, 임기 첫 주에 공공인프라 프로젝트에 미국산 제품을 우선 사용하는 '미국산 구매(Buy American)'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통상 안보를 위해 수입량 제한·고율관세 등 부과) 조치를 지속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같은 맥락이다.

경쟁력 회복 없이는 다른 신규무역 협정은 없다고 밝힌 점도 눈에 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자국 경제를 회복하는 데 먼저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표인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오마바 행정부 당시와 비교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입지가 줄어든 측면이 있다”며 “영향력을 직접 행사할 수 있는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과 같은 보다 지역적인 협력체제에 방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 네바다주 노스라스베이거스의 카운티 선거사무소 앞에서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가 ‘우편투표는 사기’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노스라스베이거스 | 로이터연합뉴스


■동맹국 통한 대중국 압박 ‘제2의 사드’ 우려

대중국 압박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반사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미국의 중국 화웨이 제재로 지난 9월반도체 생산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등의 수혜를 입기도 했다. 익명을 요청한 재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기술 발전을 막겠다는 것이어서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는 시간을 벌어주는 만큼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통한 압박 가능성이 큰 만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가 재현될 우려도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국 견제를 할 때 동맹국과의 협조를 끌어내려고 할 것”이라며 “한국처럼 대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사드 배치 때와 같이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되면 중국과의 외교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당장 정부의 고민은 대선 이후의 혼란이 경기 회복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12월 6일에 300억 달러 규모의 실업급여 지원이 종료되지만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선 불복 등으로 5차 경기 부양책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추가 부양책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연말부터 소득 절벽에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며 “선거 결과가 소송으로 연기될 경우 빨라야 다음 대통령이 정식 취임하는 내년 1월 20일 이후에야 부양책 집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소비심리 악화로 3분기 성장을 이끌었던 자동차 수출 등이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선 불복으로 이어져 미 대선 불확실성이 연말을 넘기는 것이 한국경제에는 단기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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