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혼란, 미국의 '민주주의 진영 맹주' 지위 흔든다

2020. 11. 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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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민주주의 명성에 재앙"..걱정하는 동맹국
美 도덕적 권위 향한 의문 커져..'너나 잘하세요'
적성국들, 대놓고 비꼬거나 걱정하는 듯 조롱해
[EPA, 123rf]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2020년 미국 대선의 승자가 됐다는 미 언론의 보도가 일제히 나왔지만, 당선자로 공식 발표되기 까진 아직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승부의 추가 바이든 후보로 기울자 트럼프 대통령이 ‘사기 선거’라며 대선 불복 카드를 꺼내들었고, 수차례 대선 결과를 법정으로 끌고 가겠다고 공언하면서다.

대선 결과를 둘러싼 미국의 혼란을 보고 전통적 우방으로 불리던 국가들은 우려의 시선을, 대척점에 서 있던 국가들은 미국 민주주의의 한계라며 그동안 자신들의 체제를 공격해온 미국을 향해 비판을 가하고 있다.

한가지 분명한 점은 민주주의 국가들의 맹주라는 미국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 민주주의 명성에 재앙”…걱정하는 동맹국

미국의 민주주의 동맹국에선 벌써부터 미국의 혼란이 전 세계 민주주의에 대한 의구심으로 바뀔까 걱정하는 모양새다.

제레미 헌트 전 영국 외무장관은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선을 둘러싼 논쟁을 바라보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같은 사람은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런 엉터리가 없어서 기쁘지 않냐고 말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5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자들이 “모든 표는 개표되어야 한다”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이어 “이번 사태는 재앙”이라며 “전 세계 민주주의 체제의 명성이 미국 선거에 달려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네그레트 크람프 카렌바우어 독일 국방장관은 “미국이 매우 폭발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헌법적 위기’를 촉발할 위험을 무릅쓰고 있다는 점을 깊이 우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美 도덕적 권위 향한 의문 커져…‘너나 잘하세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국가들을 향해 비판과 압력을 가하던 미국의 권위가 이번 대선 혼란을 통해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예로 코트디부아르 주재 미국 대사관이 지난 4일(현지시간) 기니 등 서아프리카 국가를 향해 대화와 법치를 통한 대선 문제 해결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냈지만, 이날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자국 대선을 ‘사기 선거’로 부르며 “모든 개표가 중단돼야 한다”고 말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 밖에도 미국은 대선 혼란으로 인해 부정 선거로 의심되는 과정을 통해 집권을 이어가게 된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에 대한 압박 및 홍콩 민주화 운동을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등으로 탄압하는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에 대한 정당성 역시 약화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CNN은 “미국은 그동안 전 세계 민주화 과정의 중재자를 자처해왔으나, 앞으로는 미국의 도덕적 권위(moral authority)에 대해 다른 국가들이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대놓고 비꼬거나, 걱정하는 듯 조롱하거나

벌써부터 미국과 대립각을 세워온 국가들에선 미국의 대선 관련 혼란에 대해 조롱 섞인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5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참 볼만하다!(What a spectacle!) 미국 역사상 가장 사기적인 선거라고 말하는 사람이 바로 현직 대통령”이라며 “이것이 미국의 선거와 민주주의”라고 비꼬았다.

5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선거 승리를) 훔치려는 시도를 멈춰라’란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EPA]

러시아에서도 국영방송 RT는 미국을 “서로 배척하고 분열된 상태”라고 표현했고, 다수의 칼럼니스트들은 “이번 대선 사태는 미국 민주주의에 암울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논평했다.

최근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에서도 침묵을 지키고 있는 정부와는 달리 관영 언론들은 미국의 문제 상황에 대해 크게 다뤘다.

관영 환구시보는 “미국의 뿌리 깊은 분열상은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와 모순된다”며 “민주주의는 문명화되고 우아한 방식으로 행사되며, 선거에 지는 사람은 냉정하게 결과를 받아들이지만 요즘 미국에선 이런 기본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 소유 베이징일보는 “2020년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더라도 미국 사회가 예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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