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수리온은 미국 블랙호크 헬기를 대체할 수 있을까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0. 11. 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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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UH-60 기동헬기 편대가 지상으로 접근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군 당국이 육군 항공 전력의 핵심인 UH-60 블랙호크 기동헬기 대체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특수작전용 30여 대는 성능개량을 거쳐 계속 사용하는 것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반면 일반용으로 분류된 100여 대는 성능개량과 더불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수리온 기동헬기로 교체하는 방안이 함께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고성능 UH-60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수리온을 쓰려고 한다” “수리온은 UH-60을 1대 1로 대체할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블랙호크급 수리온 등장하나

UH-60 성능개량을 주장하는 측은 병력 탑승 규모 등에서 수리온이 불리하다고 지적한다. UH-60 탑승 병력은 11명, 수리온은 9명이다. 수리온을 신규로 도입하면 기존 성능개량대상보다 30여 대가 많은 130여 대가 필요하다. 

일선에서도 수리온에 대해 “UH-60과 동일한 엔진을 사용하는데 출력은 약하다” “진동이 UH-60보다 심하다”는 식의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엔진은 미국산이 원형인 T700을 쓰지만 동력을 기체에 전달하는 기어박스는 에어버스 헬리콥터의 쿠거 헬기에 탑재된 것을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수리온 대체를 주장하는 측은 기존 수리온의 성능을 높이면 UH-60을 1대 1로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 육군 UH-60V 기동헬기가 지상 화물 견인 능력 테스를 하고 있다. 미 육군 제공
기어박스를 국산화해 출력을 1만9200파운드에서 2만2000파운드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소형무장헬기(LAH) 대비 구형이라는 비판을 받는 기존 계기판과 항전장비를 최신형으로 교체한다. 좌석배열을 변경해 탑승 병력을 11명으로 늘리고, 연료탱크를 추가한다. 
이를 통해 제자리비행과 수직상승률은 UH-60보다 높고 순항속도 등은 비슷한 수준의 수리온 성능개량형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수리온 기동헬기가 성능점검을 위한 비행을 앞두고 로터를 회전하고 있다. KAI 제공
미국이 UH-60 개발과정에서 엔진과 주로터 블레이드 등 핵심기술을 먼저 확보한 뒤 체계개발에 나선 것처럼, 2020년대에는 기어박스와 자동비행조종장치 등을 개발하고 2030년대 체계개발에 착수하면 2040년대 차세대 기동헬기를 전력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육군은 지난해 차세대 기동헬기에 대한 소요제기를 한 상태다. 미국과 유렵, 러시아 등이 기존보다 속도와 항속거리가 2배 이상 늘어난 고속 회전익기 개발을 추진하는 것을 의식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조재식 육군항공학교장은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미래 헬기전력 및 항공산업’ 세미나에서 기동헬기 전력 발전방향과 관련, △미션 및 자동비행조종장치 개발을 통한 성능 향상과 군수지원 능력 보강 △이륙중량 증가, 저시정 장애물 경고장치 등으로 기동성과 장거리 침투능력 향상 △조종 시스템 스마트화를 통한 조종사 업무 부담 감소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육군의 기존 헬기 한계를 뛰어넘는 기종을 요구한 셈이다. 
공군 UH-60 기동헬기가 수면 위로 접근하며 제자리비행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UH-60은 창정비를 통해 2041년 이후에도 운용이 가능하고, 수리부속은 단종 3년 전에 미국에서 통보를 받도록 되어 있어 운용에 큰 문제는 없다는 지적이다. 기존보다 성능이 향상된 헬기를 국내 개발로 확보할 시간이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UH-60 성능개량을 선호하는 측은 “비용 측면에서 UH-60 성능개량이 더 낫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2018년 UH-60 성능개량사업 2차 선행연구 당시 UH-60 성능개량은 2조원, 수리온 성능개량은 2조500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장비 위주로 진행되는 UH-60 성능개량에 기골과 로터 블레이드를 포함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기골 및 로터 블레이드 성능개량에 소요될 비용은 5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동력전달계통 개선도 포함되면 전체 비용은 3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방부는 ‘헬기 전력 발전방향 수립 TF’를 구성해 방위사업청, 육군 등과 함께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헬기 전력 구축방안을 검토중이다. TF는 이르면 이달 안에 결론을 내릴 것으로 알려져 그 결과에 따라 헬기 전력 사업의 판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공장에서 수리온 기동헬기들이 조립되고 있다. KAI 제공
◆해외 업체 참여 실현될까

UH-60 성능개량 사업이 처음 제기됐던 2016년부터 이 사업은 국내외 방산업체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세계적으로 조 단위가 넘는 군용 헬기 사업은 흔치 않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소량의 헬기만 구매하는 추세다. 구매량이 적다 보니 시장의 성장률도 정체될 수밖에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2조원에 달하는 군용 헬기 사업은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어떤 형태로든 참여를 시도하려는 업체들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노스롭 그루먼 등은 수년 전부터 UH-60의 아날로그 계기판을 디지털 버전으로 바꾸고 최신 전자기기와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는 UH-60V를 국내에 소개해왔다. 이외에도 복수의 해외 업체들이 물밑에서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등 활동을 지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리온 기동헬기가 이륙해 비행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수리온의 성능을 높여 UH-60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정책적 결정이 이뤄진다면 더 많은 업체들이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국산화를 추진하는 기어박스나 자동비행조종장치, 진동 제어 등은 국내에서 연구개발을 추진한다고 해도 성공하기까지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분야다.
수리온 개발 당시 에어버스 헬리콥터가 참여했고, 한국형전투기(KF-X)에 장착되는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개발에 이스라엘 엘타와 스웨덴 사브 등이 참여한 것처럼, 외국업체가 연구개발에 일부 참여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헬기 제작업체도 내부적으로 다양한 사업부를 갖고 있으므로, 사업부 차원에서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100대가 넘는 대규모의 군용 헬기 사업을 추진하는 서방국가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한국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 된다.
미국 노스롭그루먼이 제안하는 UH-60V 조종석. 디지털화가 되어 있다. 노스롭그루먼 제공
우리측으로서도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예산 문제만 해결된다면 외국 업체가 일부 참여하는 것을 반대할 상황은 아니다. 

문제는 조건이다. 우리측은 가능한 적은 비용으로 기술을 확보하려 하지만, 외국 업체들은 많은 돈을 받고 기술이전 범위는 최소화하면서 완제품을 판매하고 싶어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기술이나 구성품의 가격이 국제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고, 계약 조건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양측이 생각하는 옵션의 범위가 생각보다 클 수도 있다. 업체들이 단기간 내 구체적으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려면 군 당국이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국방부가 중장기적 차원에서 헬기 전력 발전방향을 잡고, 합참과 육군 등이 그에 맞춰 소요제기를 한 뒤 관련 사업에 대한 선행연구에 돌입한 직후에야 업체들의 활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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