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대 99.9 사회' 청춘들의 세련된 도약..드라마 '스타트업'

김정진 2020. 11. 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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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2층에 가고 싶거든요. 근데 저층부 엘리베이터 백날 타 봤자 못 가잖아요. 내려서 고층부 갈아타야지. 그래서 그만두는 거예요."

tvN 주말 드라마 '스타트업'에서 서달미(배수지 분)는 대표이사실의 위치를 묻는 택배기사에게 사원들이 타는 엘리베이터가 아닌 고층부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는 회사 선배의 답을 듣고 퇴사를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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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소재를 보편적인 이야기로..세대 아우르는 힘을 가진 드라마
tvN 드라마 '스타트업' [tv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저는 32층에 가고 싶거든요. 근데 저층부 엘리베이터 백날 타 봤자 못 가잖아요. 내려서 고층부 갈아타야지. 그래서 그만두는 거예요."

tvN 주말 드라마 '스타트업'에서 서달미(배수지 분)는 대표이사실의 위치를 묻는 택배기사에게 사원들이 타는 엘리베이터가 아닌 고층부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는 회사 선배의 답을 듣고 퇴사를 결심한다.

실제로 국내 대기업 직원이 임원직에 오를 확률은 0.8%, '0.1대 99.9의 사회'라고 불릴 정도로 부의 격차는 벌어지고 계층 상승을 위한 문틈은 좁아지는 지금 드라마 '스타트업'은 창업을 소재로 삼아 이 시대 청춘들의 로망을 제대로 자극한다.

다시 일어설 기회가 적어진 사회 속에서 실패해도 크게 다치지 않는 모래놀이터, '샌드박스'의 존재는 청춘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안전망에 대한 시대적 필요성을 잘 반영해냈다.

tvN 드라마 '스타트업' [tv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작품은 한국의 실리콘 밸리 '샌드박스'에서 성공을 꿈꾸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스타트업, AI(인공지능)와 같은 IT 분야 등 전문 영역으로 치부돼 드라마에서 쉽사리 보지 못했던 소재를 택해 신선함을 준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2013), '피노키오'(2014) 등의 각본을 쓴 박혜련 작가 특유의 세련미가 잘 발휘됐다.

더불어 '호텔 델루나'(2019) 등에서 볼 수 있었던 오충환 PD의 감각적인 연출도 돋보인다. 형형색색의 모형들이 매끄럽게 움직이는 오프닝 장면은 이 작품만의 '신선함'을 감각적으로 표현해냈다.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이지만 청춘들의 꿈, 사랑, 우정을 통해 젊은 세대들에게 공감을 산다. 또 자매간의 갈등,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부채감 등 가족 이야기를 풀어내 전 세대를 아우르는 힘도 갖췄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창업에 대한 이야기지만 기성세대에게는 청춘들의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함께 고민하게 만들어 세대가 폭넓게 공감할 수 있다"면서 "또 멜로라는 보편적인 코드를 잘 녹여내 누구든 쉽게 즐길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가치 지향적인 서달미, 손해를 보면서도 남을 배려하는 남도산 등 '인간다움'을 지닌 인간형은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공감을, 기성세대에게는 고전적 가치가 살아있다는 안도감을 준다"고 분석했다.

tvN 드라마 '스타트업'의 남주혁(왼쪽부터), 배수지, 강한나, 김선호 [tv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배우들의 연기도 돋보인다. 배수지, 남주혁, 강한나, 김선호 네 명의 주연은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편안해 보인다.

배수지는 달미를 통해 본인이 가진 맑고 씩씩한 모습을 맘껏 보여준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거울 속 자신에서 남도산을 발견했다는 남주혁은 어리숙한 공대생을 잘 표현해냈다.

한지평 역을 맡은 김선호는 부드러운 이미지 속에 숨겨진 날카로움을 보여줘 매력을 발산한다. 원인재 역의 강한나는 단발로 변신한 모습과 함께 세련되고 강단 있는 인물을 잘 그려내고 있다.

또 달미의 할머니로 등장하는 김해숙의 노련한 연기는 극의 감정선을 이끌어가는 핵심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삼산텍'의 철산(유수빈)과 용산(김도완), 도산의 부모님인 성환(김원해)과 금정(김희정)의 감초 연기는 극의 재미를 더한다.

레이스의 전환점에 다가가는 지금 시점에서는 '스타트업'이 지금까지 선보인 탄탄한 갈등 구조를 잘 풀어낼 수 있을지와 함께 소재가 가진 한계를 넘을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김성수 평론가는 "전문 분야를 다루는 드라마들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시청자들이 많아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며 "갈등 구조를 잘 풀어나가면서 전문용어를 쉽고 재밌게 녹여내야 할 것"이라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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