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무릎 꿇은 '보수 진영의 록스타' 트럼프

국기연 2020. 11. 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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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코로나, 코로나, 코로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막바지 유세에서 신경질적으로 코로나라는 말을 내뱉었다.

그렇지만, 대선 막바지에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푸념은 공감을 얻지 못했다.

트럼프의 대선 유세장이 코로나19의 슈퍼 전파 행사라는 비판을 받았으나 그는 전통적인 대중 유세를 끝까지 고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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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코로나, 코로나, 코로나, 코로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막바지 유세에서 신경질적으로 코로나라는 말을 내뱉었다. 그는 CNN 등 미국 주요 언론이 코로나19 확산 사태만 집중적으로 보도한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렇지만, 대선 막바지에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푸념은 공감을 얻지 못했다.

트럼프는 코로나19로 시작해 코로나19로 끝난 선거전을 치렀다. 미국이 세계 최악의 코로나10 피해국으로 전락함에 따라 트럼프는 그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가 중국에 그 책임을 떠넘기고, 유럽의 여러 나라도 미국 못지않은 피해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신음하는 미국 유권자를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트럼프는 코로나19 사태를 겪기 전에 미국이 사상 최고의 경제를 자랑했고,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백신 개발로 해결하면 미국이 내년도에 사상 최고의 V자 성장을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당장 실직과 영업 중단 등으로 월세를 내지 못해 길거리로 내쫓길 위기에 처한 미국의 유권자들에게 트럼프의 말은 ‘구두선’에 불과했다. 

트럼프의 대선 유세장이 코로나19의 슈퍼 전파 행사라는 비판을 받았으나 그는 전통적인 대중 유세를 끝까지 고집했다. 그가 세몰이에는 성공했지만, 집회 참가자들이 대체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사회적 거리 두리를 무시해 비 공화당 성향 유권자들의 강한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트럼프는 코로나19 방역 실패에 함몰돼 집권 2기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가 재선하면 미국이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막연히 사회주의 정권을 막자는 그의 구호만으로 지지층 외연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도 새로운 전략 없이 2016년 대선 당시에 사용한 ‘플레이북’을 그대로 들고 나왔다. 그는 여전히 워싱턴 정가를 쇄신할 ‘아웃사이더’라는 점을 내세우면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를 척결해야 할 부패한 정치인으로 몰아세웠다. 트럼프는 선거 막판까지 바이든 후보의 아들 헌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에너지 회사에 이사로 재직한 것을 물고 늘어졌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국무장관으로 재임하면서 개인 이메일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그녀를 감옥에 가둬라’라고 압박을 가했다. 실제로 지난 대선전 막판에 불거진 이메일 스캔들은 트럼프의 극적인 역전승에 크게 도움이 됐던 것으로 출구 조사에서 드러났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번에는 바이든 부자의 비리 의혹을 들추면서 ‘그를 감옥에 가둬라’는 구호를 외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우편 투표에 줄곧 반대한 것도 패착이었다. 트럼프 지지자는 우편 투표에 소극적이고, 바이든 지지자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결국 트럼프가 크게 손해를 봤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대선일을 8일 남겨 놓은 시점에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을 연방 대법관 자리에 앉히는 강수를 뒀다. 그는 대법원이 보수파 6명, 진보파 3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되는 절대 보수 우위 구도를 구축한 정치적 유산을 남겼다. 그렇지만, 배럿 대법관 임명 강행이 대선에서 자신과 공화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보수 성향의 유권자는 이미 대선 이전에 원하는 것을 얻었기에 투표 참여 동인이 그만큼 떨어질 수 있다. 배럿 대법관 임명에 분노한 진보 성향의 유권자는 새 대통령이 절대 보수 우위 구도의 대법원을 견제하도록 앞다퉈 투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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