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 아버지 발목 잡을뻔한 '사고뭉치' 아들 이젠 달라질까

박수현 기자 2020. 11. 8.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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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 기쁜 건 다름 아닌 차남 헌터가 아닐까.

헌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우크라이나 로비 의혹의 당사자다. 바이든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재직하던 시절, 헌터가 우크라이나 최대 에너지 회사의 사외이사로 일하며 특혜를 누렸다는 것이 트럼프 측의 주장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며 관련 의혹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가 권력남용으로 탄핵 위기에 놓였다.

탄핵 직전 기사회생한 트럼프는 선거 막바지까지 헌터를 들먹이며 바이든을 몰아세웠다. 측근들은 직접 언론에 헌터의 하드디스크와 이메일 내역을 넘기며 화력을 더했다. 트럼프가 네거티브 공세에 매진하며 뭐든 손에 잡히는 대로 터트리고 있다는 시각도 있었지만, 파급력은 컸다. ‘바이든도 결국 어쩔 수 없는 정치인’이라며 등을 돌리는 유권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바이든은 잠잠했다. 역공에 나서야 한다는 선거진영의 조언에도 소극적인 대응을 보였다. 왜 그랬을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차남 헌터 바이든. /AP 연합뉴스

사랑하는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아내(첫 부인인 네일리어 헌터)와 자식 둘을 앞서 보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그에게 헌터는 하나 남은 아들이다. 남들 눈에는 사고뭉치, 애물단지로 비춰질 지 몰라도 바이든에겐 반드시 지켜야 할 가족인 것이다.

◇ 하나 뿐인 아들이 최대 걸림돌이라니…연이은 의혹에 바이든 ‘두통’

헌터는 미국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있는 로비스트이자 기업인이다. 조지타운대에서 학사 학위를 받은 뒤 법학대학원에서 1년간 수학하다가 예일대 로스쿨에 편입, 졸업했다. 1996년 졸업과 함께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투자회사에 취직해 아버지인 바이든을 직접 후원했다.

이후 미 상무부에서 일하며 탄탄대로를 걷는 듯 했던 그는 2001년 돌연 로비스트 선언을 하며 바이든에게 첫 번째 시름을 안겼다. 아버지가 공직에 있는데 아들이 로비스트라면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친(親)민주당 매체인 워싱턴포스트(WP)가 이를 두고 ‘헌터 바이든의 엉망인 사생활이 그의 아버지에게 걸림돌이 될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을 정도다.

2014년 5월 우크라이나 에너지기업 부리스마 이사 자리에 올랐을 때는 적절성 논란을 빚었다. 당시 부리스마 대주주가 우크라이나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기 때문이다. 법률적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윤리적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부통령이던 바이든의 후광이 작용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헌터가 미 해군 예비군에서 불명예 전역한 지 3개월 만에 이같은 인사가 이뤄졌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바이든은 더욱 곤혹에 빠졌다. 헌터는 2013년 5월 해군 예비군 소위로 임관한 뒤 마약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여 결국 2014년 2월 전역한 것으로 전해졌다.

◇ 연루 증거는 안 나왔지만…바이든 신뢰 깎은 우크라이나 스캔들

불행 중 다행으로 헌터와 연관된 다른 의혹들은 뒷받침할 증거가 없어 흐지부지 됐다. 트럼프 측이 주장한 우크라이나 검찰 압력 의혹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측은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검찰에 압박을 가해 부리스마에 대한 비리 수사를 중단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트럼프가 직접 수사를 의뢰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신이 ‘100% 신뢰한다’고 자부한 검찰총장에 사건을 맡겼으나, 검찰은 헌터가 이에 연루됐다는 정황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차남 헌터 바이든이 2019년 10월 16일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의혹을 해명하고 있다. /ABC

최근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뉴욕포스트의 보도도 해당 매체 기자들이 나서서 신뢰성을 부인했다. 우크라이나 의혹의 결정적 증거라며 공개한 헌터의 하드디스크는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통해 받았으며, 안에 담긴 이메일의 존재 역시 트럼프의 책사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가 귀띔해줘서 알았다는 것이다. 부리스마 측 관계자가 헌터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진 이 이메일에는 ‘부친을 만나게 해줘서 고맙다’는 내용이 담겼다.

뉴욕포스트의 보도 이후 미 연방수사국(FBI)은 하드디스크를 입수해 조사에 들어갔으나,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이 사건이 대선에 개입하려는 러시아의 작전인지 조사 중이라며 헌터가 억울한 누명을 썼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실 여부를 떠나 바이든에 대한 여론은 차가워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민주당 관계자를 인용해 헌터를 둘러싼 의혹이 자꾸 제기되면서 바이든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바이든의 이름이 나오는 것 자체가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은 이에 ‘트럼프는 나도, 내 가족도 파괴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기명 칼럼을 내며 적극 대응을 예고했으나 별다른 효과는 얻지 못했다.

◇ 그래도 내 아들…바이든, ‘형수와 연애’ 논란에도 "아픔 함께 극복하는 것" 해명

헌터 개인의 삶도 논란 투성이다. 특히 2015년 사망한 형의 부인 홀리 바이든과 연애는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상대가 형수인 것도 문제였지만 당시 그가 부인과 별거 중인 법적 유부남이란 사실에 대중은 경악했다.

하지만 바이든은 이때도 헌터를 감쌌다. 그는 "헌터와 홀리가 (각각 형과 남편의 죽음이라는) 아픔을 함께 이겨내는 것을 응원한다"는 입장문을 내 여론을 잠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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