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불기소처분 1년만' 檢 권대희 사건 의료법 위반 기소 [김기자의 토요일]
0.3% 뚫고 인용된 재정신청 결과
향후 공판에 영향 있을지 관심
[파이낸셜뉴스] 강남 한복판 성형외과에서 공장식 유령수술을 당한 뒤 숨진 권대희씨 사망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의료법 위반 혐의를 추가로 기소했다. 1년 전 검찰의 불기소처분이 부당했다는 법원 결정에 따른 것이다.
기소내용은 당초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무면허의료행위 사유를 그대로 따랐다.
잘해야 집행유예가 예상됐던 기존 기소 혐의에 비해 의료법 위반은 처벌이 중해 향후 재판에 관심이 쏠린다.
■檢, 논란 1년만에 '의료법 위반' 기소
7일 본지가 입수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이 지난달 28일 ㅈ성형외과 장모 원장과 그림자의사 신모씨, 간호조무사 전모씨를 무면허 의료행위 등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장씨와 신씨는 2016년 9월 8일 근무하던 성형외과에서 권씨를 수술하며 과다출혈 상태에 놓인 권씨에게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지혈을 간호조무사에게 맡겼다. 다른 수술실들에서 동시 수술이 벌어지고 있었던 탓에 권씨 상태만 지켜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전씨는 30여분간 권씨를 홀로 지혈했고, 권씨는 출혈이 지속돼 위급한 상태에 빠졌다. 심지어 의료진은 회복되지 않은 권씨를 두고 퇴근했다. 상황이 악화된 권씨는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권대희 사건을 감정한 감정기관은 권씨가 수술 중 흘린 피만 3500cc로, 70kg 성인남성 전체 혈액의 60%를 넘어선다는 결론을 내놨다. <본지 6월 27일. ‘[단독] 정상치 10배 넘게 피 흘렸지만 '혈액 요청도 없었다' [김기자의 토요일]’ 참조>
검찰은 공소장에서 “피고인 장O는 13:00경부터 전신마취 중인 권대희의 하악골을 절제하는 사각턱 축소 수술을 시행하였고, 이에 피고인 신OO는 14:00경부터 수술 부위를 세척하고 지혈하였다”며 “수술 부위에서 다량의 출혈이 발생하고 피고인 신OO이 수술 부위를 세척 및 지혈하는 과정에서 지혈이 되지 않고 추가 출혈이 반복되는 등 출혈 성향이 확인되었음에도, 피고인 장O, 신OO은 다른 환자를 수술한다는 이유로 출혈 원인 및 부위의 면밀한 확인 등 추가적인 조치 없이 간호조무사에게 권대희의 수술부위 지혈을 하도록 하였다”고 기소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장씨와 신씨, 전씨가 "공동하여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였다"고 판단했다.
■일부 병원 잘못된 관행 뿌리뽑힐까
무면허 의료행위는 의료법이 규정한 위법행위로 의료사고 재판에서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의료사고로 사람이 다치거나 심하게는 죽음에 이르더라도 형법상 업무상과실 치사상으로는 피고인에게 구속 등 실질적 타격을 이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형법 제268조가 규율하는 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 처벌은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모두 집행유예 대상이다.
반면 의료법이 규율하는 무면허 의료행위가 인정되면 의사 자격을 정지하고 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정지 또는 취소할 수 있다. 병원 입장에선 피해가 훨씬 크다. 동시에 수술실 여러곳을 열고 ‘공장식 수술’을 하거나 약속되지 않은 일명 '유령의사'가 수술을 한 경우 한국 법조계가 형법상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물론 상해나 사기죄도 적용하지 않고 있어 의료법 상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면 실질적 타격을 줄 수 없는 실정이다.
의료사고 피해 유족이 의료법에 집중하는 이유다.
사건을 대리한 이정민 변호사(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는 “업무상과실치사로 유죄판단을 받더라도 의사면허에는 영향을 줄 수 없는데 재정신청 인용에 따른 의료법 위반 기소로 의사면허에 영향을 줄 수 있게 된 점이 의미 있다”며 “공장식 수술 방식이란 게 무면허 의료행위가 수반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번 추가기소로 비정상적인 병원 운영 행태에 제동을 걸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판결이 일선 병원 및 의료진 사이에서 의료법상 금지되는 무면허 의료행위가 어디까지인지 환기하는 계기가 되리란 전망도 나온다. 2014년 ‘유령수술’이 논란이 되자 공장식 수술로 진화한 일부 병원의 행태가 뿌리뽑힐 것이란 기대다.
이 변호사는 “일선 병원에서 의료법상 금지되는 의사와 보조인력의 의료행위 기준을 제시해주는 사건”이라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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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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