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편 살해' 고유정 무기징역..의붓아들 살해 무죄 이유는?
[앵커]
전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버린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이 무기징역을 확정받았습니다.
반면, 의붓아들 살해 혐의는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무죄로 판단했는데요.
어떤 이유인지,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강희경 기자!
네, 처음 알려졌을 당시부터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불러왔던 사건이죠.
고유정 사건, 어떤 내용인지 먼저 간단히 정리해볼까요.
[기자]
지난해 6월, 고유정은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긴급체포됐습니다.
재판까지 모두 거치며 판결문상에서 확인되는 사실을 정리해보자면, 범행 장소는 제주의 한 펜션, 전남편의 요청으로 아들과 면접교섭을 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미 범행을 계획하고 있었던 고유정은 카레에 수면제를 넣어 전남편의 의식을 혼미하게 했고, 아들을 다른 방에 있게 한 뒤 흉기로 전남편을 살해했습니다.
당시 고유정은 이미 다른 남성과 결혼해 살림을 꾸린 상태였습니다.
아들에겐 재혼한 남편을 친부로 가르쳐왔는데 전남편이 계속 면접교섭을 요구하면 계획이 무산될 수 있겠단 생각에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장기석 / 당시 제주지검 차장검사 (지난해 7월) : 피고인이 진술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세세한 진실 규명에는 한계가 있었으나 객관적인 관련 증거를 확보, 분석하여 범행 동기와 방법을 규명하는 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튿날 고유정은 시신을 직접 훼손했고 여행용 가방과 종량제 봉투에 나눠 담은 시신은 일부는 바다에, 또 일부는 아파트 쓰레기 분리시설에 버렸습니다.
범행에 앞서 제주의 한 마트에서 표백제와 고무장갑, 세숫대야 같은 청소 물품을 사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는 등 치밀한 계획 범행이었단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앵커]
수사 과정에서 의붓아들이 숨진 사실도 확인됐는데요.
고유정이 의붓아들 살해 혐의로도 추가로 재판에 넘겨진 거죠?
[기자]
네, 고유정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전남편이 숨지기 두 달 전쯤 4살배기 의붓아들이 숨진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고유정이 전남편 살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뒤, 의붓아들의 친부이자 당시 남편이었던 A 씨는 고유정이 아들을 숨지게 했다며 검찰에 고소장을 냈습니다.
결국, 고유정은 전남편 살해 혐의로 먼저 기소됐고, 이후 검찰은 고유정이 의붓아들까지 살해한 것으로 보고 추가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수사 과정에선 범죄 수법이 잔인하고 범행 결과가 중대하다는 이유로 얼굴과 이름도 공개됐습니다.
머리카락 뒤에 숨어 얼굴을 가리는 모습은 공분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고유정 (지난해 6월) : (남겨진 아이와 남편에게 하고 싶은 말 없습니까?) …. (왜 죽이셨습니까?) …. (유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 없으십니까?) ….]
[앵커]
1심과 2심에서 고유정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대법원에서도 형이 확정됐는데, 전남편 살해 혐의는 대법원에서도 유죄로 결론 내린 거죠?
[기자]
네, 대법원은 고유정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습니다.
대법원은 고유정이 전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버림으로써 은닉한 행위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고유정은 줄곧 사건 당일 전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하려 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거라 주장했는데, 대법원은 이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또 고유정이 범행 도구와 방법을 검색하고 미리 졸피뎀을 처방받아 구매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뒤 실제 실행에 옮긴 점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여러 사정을 검토해 볼 때 고유정 주장과 달리 무기징역을 부당한 형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반면, 의붓아들 살해 혐의는 1심과 2심에 이어서 대법원에서도 무죄로 판단됐는데요.
어떤 이유였습니까?
[기자]
네, 앞서 항소심 재판부도 밝혔듯 실제로 고유정이 진범이라고 볼 만한 여러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긴 합니다.
고유정은 사건 발생 전 당시 남편 A 씨와 다투다가 뜬금없이 A 씨가 자면서 옆 사람을 심하게 짓누르거나 때리는 버릇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고 씨가 의붓아들을 살해한 뒤 A 씨의 잠버릇 탓으로 돌리기 위해 대화 흔적을 남겨둔 것으로 봤습니다.
의붓아들이 숨지기 일주일 전에는 남편과 다투며 "내가 애를 죽여버릴까?"라고 말하는 녹취도 재판에서 공개됐고, 이 발언을 하기 1시간 전엔 베개로 모친을 질식해 숨지게 한 기사를 검색한 것으로도 드러났습니다.
고유정이 의붓아들 사망 시각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증거도 나왔습니다.
친정어머니와 사건 당일 나눈 통화 내용인데, 어머니가 언제 죽었느냐고 묻자 고유정은 "밤사이 죽었다", "몇 시간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직접 증거가 없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의붓아들이 숨진 뒤 3개월이 지난 뒤에야 수사가 진행된 탓에 직접 증거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던 겁니다.
결국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의붓아들 살해 혐의는 무죄로 결론지어졌습니다.
대법원은 의붓아들이 고유정의 압박 행위로 숨진 게 아니라, 함께 잠을 자던 친부에게 눌려 숨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설령 압박 행위로 숨진 거라 하더라도 그 행위를 고유정이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의붓아들이 숨진 원인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앵커]
유족들은 대법원 판결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혔습니까?
[기자]
먼저, 숨진 전남편의 유족은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형벌에는 만족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무기징역은 가벼우니 사형이 선고돼야 마땅하단 취지입니다.
법률대리인의 말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강문혁 / 고유정 전남편 유족 법률대리인 : 끝까지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 이런 모든 점을 종합했을 때 무기징역형은 죄질에 전혀 합당하지 않다….]
숨진 의붓아들의 유족 측도 납득할 수 없는 결과라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법원의 판단에 빌미가 된 건 고유정이 남편의 잠버릇에 관해 진술한 부분인데, 고유정의 거짓 진술을 믿고 수사를 진행해 이런 결과로 이어졌다며 경찰의 부실 수사를 비판했습니다.
또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달라고 호소했지만 기대가 무너져내려 참담하고, 살인범은 없고 살해당한 사람만 존재하는 미제사건이 나와 개탄스럽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고유정은 친아들에 대한 친권을 잃고 남편이 낸 이혼 소송에서도 진 상태입니다.
무기징역이 확정된 데 대해 고유정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대법원에서 YTN 강희경[kanghk@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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