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수도권大 왔더니 역차별".. 공기업 지방대 할당제에 청년들 '허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혁신도시에 있는 공공기관 채용시 지방대학 졸업자를 절반 가까이 뽑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힌 데 대해 청년들이 분노하고 있다. 수도권대학 출신들은 물론 일부 지방대 학생들도 공공기관 지방대 50% 할당제에 비판적인 입장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전북 부안에서 열린 당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전국 10곳의 혁신도시에 입주해 있는 공공기관들은 해당 지방대 출신자를 일정 비율로 이미 뽑고 있다"며 "여기에 추가로 20% 정도를 다른 지역의 지방대 출신으로 뽑는 방안을 검토하고 중"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북에 있는 대학을 나와 전남 나주에 있는 한국전력에 취직할 수도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의 뜻대로 정책이 시행될 경우 수도권 대학생들은 한전과 같은 공공기관에 입사할 가능성이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대구를 방문해 같은 입장을 재차 표명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과 수도권의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취업준비생들은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사태에 이어 또다시 ‘불공정 논란’이 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부분의 학창 시절을 지방에서 보내다가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한 학생들에게서 공공기관 지방대 할당 검토에 비판적인 의견이 많았다.
대전 출신으로 한양대에 재학 중인 임모(24)씨는 "블라인드 채용은 달갑진 않더라도 출신 대학에 구애없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했다"며 "지역 균형 발전이란 명목으로 지방대 출신으로만 정원의 50%를 채우는 것은 불공정할 뿐더러 지방 출신 서울권 대학생들에게 역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연세대 재학생 강모(25)씨도 "지방에서 19년 동안 살면서 열심히 공부해서 20살에 대학 온 사람보다 19년을 서울에서 살다가 20살 때 지방대학으로 간 사람이 특혜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강씨는 "블라인드 채용을 손질해 취업준비생들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해당 기관에도, 사회에도 좋지 않느냐"고 말했다.

수도권 대학들의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비판이 많았다. "전남에서 힘들게 공부해서 상경하니까 지방인재가 아니란다" "취업이 워낙 힘든 상황에서 시골 지방 출신 힘 빠지게 한다" "공공기관 가고 싶어도 못가는데 수도권 학생들은 사람도 아닌가" 등의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할당제로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 일부 지방대 학생들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충남의 한 사립대 재학생 문모(23)씨는 "대학 입시에서 농어촌 특별전형이 있는 것과 같은 의도로 검토 중인 정책인 듯하다"며 "농어촌 특별전형은 지역간 배움의 차이를 존중해서 만들어 진 것이지, 차별을 위해 만들어 진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에서도 배움의 차이가 있는 건 인정하지만, 이는 어른으로서 지방대 학생 본인이 스스로 선택한 결과에 책임지고 극복해야 할 문제"라며 "정부가 왜 서울과 수도권 대학 출신자들의 불만을 살 게 뻔한 정책을 추진하려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서울 출신으로 부산대에 재학 중인 이모(25)씨도 "부산대 출신으로서 이 정책이 시행되면 ‘지거국(지방 거점 국립대)’의 위상이 올라가긴 할 것"이라면서도 "지방에서 열심히 공부해 서울권 대학으로 간 학생들에게는 역차별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지방대 50% 할당제를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지난 2일에만 세 건의 관련 청원글이 게시됐다. ‘고향에서 역차별 받는 지방 인재 제도 반대합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린 청원인은 "평생을 지방 고향에서 살다가 대학을 서울에서 나왔다는 이유로 많은 대학생이 차별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보이지 않는 차별(학벌)을 없애겠다고 보이는 차별(수도권 대학 지방인재)을 만드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과정은 공정할 것’이라는 말과도 어긋난다"며 "어려워지는 취업시장에 갈등을 뿌리 뽑고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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