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이 중저가냐" 문대통령, 이낙연의 재산세 인하 막았다

김경필 기자 2020. 11. 6.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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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고용진 "당정 재산세기준 이견.. 文대통령이 6억으로 최종 결론"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 감면 범위가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주택’이 아닌 ‘6억원 이하 주택’으로 좁혀진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이었다는 증언이 여당에서 나왔다. 이낙연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주택 공시가격 상향에 따라 1주택자의 재산세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재산세를 깎아주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정은 결국 지난 3일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만 재산세를 한시적으로 깎아주는 것으로 정리됐다. 이처럼 재산세 감면 기준을 낮춘 데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1월 19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 종료 후 시간 관계상 받지 못한 질문지를 전달받고 있다. 오른쪽은 사회를 본 가수 배철수./연합뉴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고용진 의원은 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께서 나서서 ‘6억원 이하’를 기준으로 할 것을 강하게 말씀하셨다”고 했다. 고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대통령님은 ‘공시가격 9억원짜리 주택이 어떻게 중·저가 주택이라고 할 수 있느냐. (6억~9억원 주택에도 재산세를 깎아주면) 부동산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인식이 굉장히 강하셨다”며 “고위당정협의회를 (1차로) 하고도 결론이 나지 않자 대통령님이 (여당에) 의중을 전달해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그동안 부동산 정책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여당이, 추가경정예산 규모 확대나 재난지원금 지급 등의 재정 정책은 여당과 기획재정부가 주도하고, 이 사이에서 이견이 생기면 ‘청와대’가 이를 조율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당정 간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을 때 최종 결정을 한 주체가 문 대통령이었다는 것이 직접 언급된 것은 이례적이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당정의 입장이 엇갈리자 소득 하위 70% 가구에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재부는 소득 하위 50%, 여당은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하자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총선을 앞둔 여당이 전 국민 지급안을 굽히지 않자, 기재부가 여당 안을 받아들이게 하는 쪽으로 정리했다. 당시 민주당은 이해찬 전 대표가 이끌고 있었다.

반면 이달 재산세 감면 범위를 두고 벌어진 당정 간 의견 충돌에서는 문 대통령이 정부의 손을 들어주고 민주당 지도부의 뜻을 꺾었다. 민주당에서는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서울 지역 의원들이 한결같이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대비하려면 세금 부담 증가로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서울 중산층을 달래주어야 한다”며 공시가격 6억~9억원 주택에 대해서도 재산세 감면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당 지도부가 문 대통령의 반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재산세 감면 범위 확대를 정부만 반대했다면 모르겠는데, 청와대까지 ‘6억원 이하’를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해 이낙연 대표도 뜻을 관철시킬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현재의 부동산 정책은 ‘김현미 정책’이 아니라 실은 ‘문재인 정책’”이라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국민과의 대화’ 자리에서 “현재 방법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하면 보다 강력한 여러 방안을 계속 강구해서라도 반드시 잡겠다”고 했다. 올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일부 지역은 서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급격한 가격 상승이 있었는데, 그런 상승은 원상회복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될 때까지 노력하겠다”며 가격·수요 억제 중심의 현 정책 기조를 강하게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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