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에세이]故 박지선 母女, 나란히 걸을 수밖에 없던 그길은 꽃길이길 바라며..

고재완 2020. 11. 5.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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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박지선과 그의 모친의 빈소가 2일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故 박지선의 빈소는 유가족이 장례식이 공개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달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죽음까지 함께할 수밖에 없었던 모녀(母女), '왜'라는 물음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사랑스런 어머니였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이었다. 때론 애인처럼, 때론 친구처럼, 36년을 함께 보냈다. 모녀사이는 지인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돈독했다. 여느 가정보다 단란하고, 화목했다.

믿기지 않은 비보는 2일 비수처럼 가슴에 꽂혔다. 개그맨 박지선과 그의 어머니가 나란히 유명을 달리했다. 딸의 36세 생일을 하루 앞둔 월요일 오후였다. 기사를 쓰면서도 '가짜뉴스'이길, '꿈'이길 바랐다. 그러나 현실이었다.

모녀가 세상을 떠난 지 사흘이 흘렀지만, 사무치는 그리움은 우리 곁을 떠날 줄 모른다. 비단 동료 연예인들 뿐만이 아니다. 일반 시민들도 믿기지 않은 슬픈 소식에 탄식했다. "왜, 왜, 왜?"라며.

그와 관련된 미담 하나 알지 못하는 이가 없을 정도로 박지선은 우리에게 큰 그림자를 남겼다.

박지선은 단순히 여성 개그맨이라는 의미를 넘어서는 인물이었다. 그가 풍기는 따뜻한 아우라는 주위를 환하게 하고, 미소짓게 만들었다.

그리고 어머니가 있다. 박지선은 어렸을 때부터 피부병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어머니와 함께 이겨내왔다. 그는 "고교시절 여드름 진단을 받고 시술을 하다 부작용으로 휴학까지 하게 됐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박지선은 아프고 진물까지 나서 아침에 학교에 갔다가 매일 조퇴하는 생활을 6개월 동안이나 했다. 그 이후로는 스킨로션도 못 바르는 피부가 됐다.

고려대에 진학한 후에도 체질 개선을 시도하다 더 나빠져 1년을 휴학했다. 하지만 이렇게 힘든 생활을 하면서도 그는 아프고 난 다음부터는 다시 태어나서 덤으로 얻은 삶이라고 생각했다. 어머니 덕분이었다.

그가 개그맨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어머니는 반대하기는 커녕 오히려 응원을 해줬다. 어머니의 바른 가르침 덕분에 박지선은 누구보다 따뜻한 생각을 가진 개그맨이 됐다. 어록에서도 자취를 읽을 수 있다.

"저는 제가 못생겼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독특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생긴 얼굴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잖아요." "잇몸 교정도 안하고, 어떤 시술도 하지 않을 겁니다. 나 자신조차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날 사랑해 주겠어요." 그가 한 말들이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의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런 어머니였기에 박지선이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은 더욱 애틋했다.

박지선은 자신의 SNS에 어머니와의 대화를 자주 올려 끈끈한 관계를 짐작케 했다. 단순히 따뜻한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티격태격하는 상황을 웃음으로 승화했다. 박지선이 어머니에게 '엄마 너무 졸려'라고 문자를 보내면 어머니가 '귀싸대기 한방 날려줄까'라고 답장을 보내는 식이다. 그러면 박지선은 '엄마는 해결사'라는 마무리로 훈훈한 미소를 선사했다.

한 편의 콩트를 보는 듯한 박지선의 SNS는 또 있다. 그는 '아침에 화장실 변기가 터진 줄 알고 깜짝 놀라서 나가봤더니, 엄마가 거실에서 전기담요로 청국장을 띄우고 있었다. 신난다. 집에 화장실이 5개는 생긴 기분이다'라는 글로 주위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 또 '오랜만에 날씨가 좋아서인지 엄마가 운동화를 빨아주셨다. 내 칫솔로'라며 어머니와의 웃지못할 이야기를 웃음 소재로 활용했다.

단순히 어머니를 '디스'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어머니의 관계를 통해 깊은 공감을 선물했다. 하지만 이런 SNS글들도 이젠 모두 웃음 대신 슬픔으로 바뀌게 됐다.

그리고 박지선의 어머니는 딸의 마지막 가는 길까지 함께 해야했다. 늘 고통스러워했던, 그래서 미안했던 딸을 혼자 보낼 수 없었다. 그 길에 손을 잡아줘야 했다. 그가 또 얼마나 외롭고 힘에 겨울지 '엄마'는 알기 때문이었다.

박지선과 그의 어머니는 5일 하늘의 별이 된다. 나란히 걸을 수밖에 없었던 영면의 길은 꼭 꽃길이 되길 기도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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